싱크로나이즈(드) 수영(synchronized swimming)과 수중 발레의 효시 스위밍 뮤지컬(Swimming Musical)
에스더 윌리엄스(Esther Williams, 1921~)의 대표작들인 스위밍 뮤지컬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뮤지컬이 아니다. 물론 극중에 노래가 나오기는 하지만 배우들이 직접 부르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이 장면의 분위기를 전달해 주는 노래이거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고 있다. 거의 모든 영화 속 장면들이 물속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뮤지컬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학자에 따라서는 영화사적인 면에서 뮤지컬 장르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만일 다른 이름을 붙인다면 수중댄스 혹은 수중발레 쇼라고나 할까. 어쨌든 스위밍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1940년대와 1950년대에 걸쳐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스위밍 뮤지컬(Swimming Musical)은 미국 수영선수 출신인 에스더 윌리엄스(Esther Williams)가 할리우드로 오면서 창조된 특별한 영화였다. 최근 올림픽에서 볼 수 있는 싱크로나이즈(드) 수영(synchronized swimming)과 수중 발레는 1940년대 당시에 이미 이 영화를 통해 시작되었는데 물속에서 완벽하게 안무화된 코러스 걸들을 출연시켜 새로운 뮤지컬의 경향을 보여주었다. 1940년대 개봉된 <목욕하는 미인(Bathing Beauty, 1944)>을 시작으로 <백만 달러 인어(Million Dollar Mermaid, 1952)> 등에서 선보인 물속발레 장면들은 촬영기술의 발달과 함께 관객들에게 새로운 뮤지컬의 즐거움을 제공해 주었다.
에스더 윌리엄스는 위의 두 작품 이외에도 <당신과 함께 섬에서(On an Island With You, 1948)>, <넵튠의 딸(Neptune"s Daughter, 1949)>, <이지 투 러브(Easy to Love, 1953)>, 그리고 마지막 MGM 영화인 <쥬피터의 달링(Jupiter"s Darling, 1955)> 등으로 박스 오피스의 대히트를 기록했는데 194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MGM 영화사의 보물과도 같은 스타의 한 사람으로 사랑을 받았다.
에스더는 처음에 아마추어 수영선수로 출발했다. 재능이 많은 선수로 촉망을 받았는데 아마추어 100미터 자유형 챔피언(National AAU champion)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1939년에 뉴욕에서 열린 세계박람회에서 빌리 로즈(Billy Rose)의 수상 쇼인 아쿠아케이드(Aquacade)에 출연하게 되면서 대중들의 관심을 받게 된다. 수상 쇼에서 에스더는 세계적인 스타 조니 와이즈뮬러(Johnny Weismuller, 1904~1984)와 함께 공연했는데 조니 와이즈뮬러는 1920년대에 활약한 미국의 수영선수로 5개의 올림픽 금메달과 1개의 동메달을 땄으며 67개의 세계 신기록과 52번의 미국 챔피언을 지낸 전설적인 수영선수였다.
수영계에서 은퇴한 조니는 1932년 MGM 영화사와 계약을 맺은 직후 <타잔, 원숭이 인간(Tarzan the Ape Man)>이라는 영화 속에서 타잔(Tarzan) 역할을 맡게 되었고 영화의 대성공과 함께 일약 세계적인 배우로 명성을 얻게 되면서 영화배우로서의 인생을 걷게 되었다. 조니 와이즈뮬러 처럼 에스더도 수영선수로 출발해 뉴욕 세계박람회 수상 쇼의 대성공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된다. 1940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박람회에 또 한 번 출연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MGM 영화사에서 관심을 보여 결국 스카우트 되면서 배우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1944년에 첫 개봉된 <목욕하는 미인(Bathing Beauty)>은 에스더 윌리엄스의 전형적인 영화 스타일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수영장에서 서로 교차하면서 다이빙하고 물속 발레를 피날레로 장식하는 장면은 매우 유명한데 수영장 속 많은 배우들의 주목을 받으며 에스더가 물속에 다이빙하고 물 밖으로 떠오를 때 여왕으로서의 모습을 보이는 장면은 영화의 상징이 되었다.
특히 1950년대에 만들어진 <백만 달러 인어(Million Dollar Mermaid, 1952)>와 <쥬피터의 달링(Jupiter"s Darling, 1955)> 등은 정교하게 무대화된 싱크로나이즈(드) 수영 장면들이 포함되어 있다. 오늘날 올림픽을 비롯해 세계대회에서 관중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싱크로나이즈(드) 수영은 인기종목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1940년대부터 시작된 에스더 윌리엄스의 뮤지컬 영화들에서는 이미 싱크로나이즈化 된 장면들이 만들어졌으며 마치 1930년대 버스비 버클리(Busby Berkeley)가 만들었던 기하하적 이미지의 연출패턴을 연상케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장면들은 배우들에게는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실제로 에스더 윌리엄스는 촬영 중에 목을 다쳐 한동안 영화촬영을 중단한 사례도 있었다. <백만 달러 인어(Million Dollar Mermaid, 1952)>를 보면 약 35미터 높이의 타워에서 주인공이 코러스 걸들 한가운데로 다이빙하는 클라이맥스 장면이 있는데 에스더는 다이빙 촬영도중 사고로 목을 다쳐 수개월 동안 치료를 받았다. 그 후 회복은 되었지만 평생 그 사고의 후유증으로 두통을 앓고 있다고 한다.
에스더 윌리엄스의 스위밍 뮤지컬은 1940년대와 1950년대에 걸쳐 인기를 끌었지만 그 후 뮤지컬 영화에서 그 존재가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걸출한 수영선수를 발굴해 배우로 만드는 어려움도 있었겠지만 수영장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보여줄 수 있는 상상력이나 그림이 너무나 제한적이기 때문에 더 이상 제작자들과 관객들의 흥미를 끌지 못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현재 국내에는 출시되어 있지 않지만 뮤지컬의 새로운 경향을 알기 위해서는 한 번쯤 꼭 봐야하는 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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