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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세이84] 역지사지(易地思之)는 남을 배려하는 숭고한 마음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09월 22일


 이호연(영평초등학교 교장)

 

필자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전라남도 여수에서 교사시절을 보냈다. 여수에 가면 1939년에 개교한 여수동초등학교가 있다. 이 학교는 학교 건물의 모든 건축자재를 일본에서 직접 가져와 건축한 건물이다. 필자가 근무했던 1980년의 이 건물을 소개해 본다.

 

 

 2층 건물인데도 우리나라 3층 건물 높이다. 6.25 사변 때 지붕에 폭탄이 투하되었는데 폭탄이 투하된 부분만 일부 파괴되고 건물은 전혀 파괴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건물에 이어서 교사(校舍)를 신축하기 위해 기초 공사를 하려고 건물 옆 부분을 포크레인으로 팠는데 기초공사가 너무 단단해서 포크레인이 파내지 못해 결국 일정한 간격을 두고 교사(校舍)를 신축했다.

 

 

창문을 보면 레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목재부분을 파내어 창문을 여닫을 수 있게 만들었는데 창문을 닫아 놓으면 태풍이 불어도 전혀‘덜거덩’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고 여닫을 때도 시끄러운 소음이 나지 않는다. 아울러 미세한 먼지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정교하게 조립되어 있다. 천정이 높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전혀 덥지 않다.

 

또한 운동장은 암거 배수 시설을 해 놓아 아무리 비가 많이 내려도 비가 그치고 10분만 지나면 곧바로 운동 할 수 있을 정도로 물 빠짐이 좋다. 이것이 1930년대에 일본 사람들이 지어 넣은 교사(校舍)와 운동장의 모습이다.

 

그런데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지은 건물의 경우 새로 지은 건물인데도 불구하고 거센 바람이 불면 창틀의‘덜커덩’하는 소리가 시끄러워 수업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이며 심지어는 지탱하지 못하고 떨어져 버리는 경우를 목격하기도 했다. 그 옛날 일본의 건축 기술과 최근 우리나라의 건축 기술에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일까? 결코 그렇다고 보지는 않는다. 여기에는 건축하는 사람의 주인의식이 얼마나 작용했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또한 얼마나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이 작용했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역지사지하는 마음은 남을 배려하는 숭고한 마음이다. 바로 주인의식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내가 살집이라는 마음으로 건축을 한다면 결코 건축물에 하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집이 아니고, 나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얼렁뚱땅  짓는 ‘나그네 정신’으로 건축을 하니까 건축물에 하자가 발생한다.

 

필자가 현재 기거(起居)하고 있는 학교 관사에 있는 화장실의 변기에 물 빠짐이 좋지 않다. 변기를 사용하고 난 후 곧바로 사용하고 물을 내리면 배수가 되지 않고 변기에 가득 차 버린다. 참으로 황당한 일이다. 한 겨울에도 역시 같은 현상이 있어서 학교의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었다. 그런데 최근 학교의 화장실을 리모델링 하면서 교장 관사 화장실도 개선을 위한 공사가 병행됐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변기에서 나온 PVC 파이프가 20m정도 뻗어 나가다가 정화조로 연결되지 않고 땅속에 노출시킨 뒤에 묻어버린 것이다. 참으로 황당한 일이다. 배출된 화장실의 오수가 정화조로 연결되지 않고 그대로 땅 속에 스며들도록 시공한 것이다. 설계도에 이렇게 시공하라고 설계되었을까? 절대로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공한 그 누군가가 설계도에 나와 있지 않은 방법으로 이런 황당한 공사를 감행해 버린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거론하기조차 부끄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론하는 것은 우리의 양심을 회복하고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을 갖자고 강조하고 싶어서다. 일본 사람들은 자국의 입장에서 보면 식민지 국가인 우리나라에 건축한 건물에 폭탄이 투하되어도 투하된 지점 일부만 파괴 될 정도로 단단하게 건축하였는데 우리나라의 건물을 우리나라에 건축하는데 부실하기 이루 말 할 수 없도록 건축하는 차이점은 국민성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일본 사람들이 교육에서 강조하는 내용은‘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정신이 기본을 이룬다고 한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마음은 결국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숭고한 마음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배고픈 시대는 지났다는 이야기다. 배고픈 시절에는 건축을 부실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 13위 경제대국이라고 하는 오늘날에도 이런 일이 대물림하고 있다면 분명히 국민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하며 국민성 개조 운동을 벌여서라도 이런 황당한 일이 재현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성경에“자녀가 떡을 달라하면 돌을 줄자가 없다.”고 했다. 후손들이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 땅 부모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그렇다면 어른들은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할지라도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 남을 배려하는 숭고한 마음으로 맡은 일을 해 내려는 의지를 자녀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한 건축가가 오랫동안 같이 일했던 인부에게 일정액을 주면서 집 한 채를 지으라고 했다. 그 인부는 싼 건축 자재를 구입하여 얼렁뚱땅 집을 지었다. 집을 다 짓고 집 열쇠를 주인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집 주인은 다시 그 열쇠를 인부에게 건네주면서
“그 집은 그 동안 자네가 나와 오랫동안 함께 건축 일을 해서 내가 그 은혜에 보답하는 의미로 자네에게 줄려고 건축한 집일세.”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곧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 숭고한 마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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