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줄탁동기 (茁啄同機)

우리사회 어떠한 분야에서 아무리 성공한 사람일지라도 그 성공은 혼자서 모든 것을 이루어 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성공 뒤에는 반드시 어려운 시기에 역경을 극복할 수 있게 결정적인 도움이나 깨우침을 준 사람이 있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스스로의 노력이 있고 그와 동시에 역량을 발휘해주는 이에 대한 교훈으로‘줄탁동기(茁啄同機)’란 말이 있다. 이 말은 불교선종의 종문지도서인 송나라 때 벽암록(碧巖錄)에 기록된 말이다.

 

이 말은 흔히 스승이 제자를 지도하여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것에 자주 비유되는데 뜻은 보면 이렇다. 계란이 병아리가 되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계란껍질을 혼자서 수없이 쪼아야하는 줄(茁)의 노력을 해야만 한다. 이때 어미 닭은 탁(啄)으로 껍질을 쪼아서 안에서 껍질을 깨고나오려는 병아리의 노력에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알 속의 병아리는 어미 닭의 탁(啄)에 의존하여 새 생명을 얻고 싶은 욕망이 있을 수도 있으나 탁(啄)으로만 세상 밖에 나온 병아리는 병이 들어 죽거나 살더라도 건강한

닭으로 성장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만약 껍질 안의 병아리의 힘이 부족하거나 반대로 껍질 바깥 어미 닭의 노력이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병아리는 알 속을 나오지 못하고 죽고 만다는 것이다. 그래서 껍질을 경계로 병아리와 어미닭의 힘이 하나로 모아질 때 비로소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일컬어 참사제의 관계를 비유하여 말할 때 곧잘 인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병아리의 탄생 과정인 줄탁동기(茁啄同機)의 오묘함을 보면서 모든 생명체들은 혼자가 아닌 상호의존과 상호 보완의 삶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런 것을 보면 이 세상에는 독불장군이 없나보다. 사람이 저 혼자 잘나서 출세하고 권세를 누리는 것 같지만 예로부터는 인류의 조상으로부터 현재는 부모와 형제 그리고 일가친척 이웃 사회 국가 자연을 비롯한 어느 것 하나 현재의 나와 연관되지 않는 것이 없으므로 우리는 나라는 좁은 생활 틀 속에서 세상의 모든 것과 화합하고 배려하고 기여하는 바깥세상에 대한 부리의 줄(茁)의 노력을 계속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나 이외의 다른 존재가 부리 쪼임 질을 할 때 서슴없이 달려가 탁(啄)을 해주어 다른 생명과의 연결고리가 되어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이 세상은 모두가 스승이고 내 생명의 은인이 되기도 할 것인데 우리들은 이렇게 서로에게 소중한 관계이기 때문에 다툼이나 시기심 같은 혼탁이 스며들지 않게 부단히 애써야 하는 것이다.

 

힘들게 짐수레를 끌고 오르막길을 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얼른 달려가 뒤에서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준다면 그 수레는 쉽게 목적지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몇 날을 굶어 허기진 사람에게 밥 한 그릇을 준다면 그 사람은 기운을 차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마음의 병이 깊어 삶의 의욕을 잃은 사람에게 좋은 말을 전해주어 용기를 얻게 해준다면 그 사람은 다시 의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남에게 유익함을 주어 결정적인 역할이 되어주는 행위는 모두가 탁(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노력은 줄(茁)이고 그 노력에 힘을 보태고 용기를 주는 것은 탁(啄)이라고 할 수 있음이다.

 

그렇지만 줄탁동기가 우리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물질적인 것도 있지만, 서로에 대한 사랑, 관용, 화해, 양보, 예절을 갖추어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세상을 만드는데도 원천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이 서로에게 유익하게 되기 위해서는 자기의 영역을 넓혀가는 끝없는 줄(茁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고 남의 완성을 위해서는 든든한 보탬이 되어주는 탁(啄)의 인생도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이다.

 

병아리와 어미닭의 본능적 행위에서 터득된 줄탁동기(茁啄同機)는 우리의 삶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왜냐하면 줄과 탁의 조화는 우리가 올바른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가르침이자 깊이 있는 이치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꼭 필요한 순간에 살짝만 도와줘도 큰 성과를 이루수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있을 수 있다. 꿈을 가지고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듯이 언젠가는 그것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오기 때문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서로를 위한 노력은 우리사회 모든 곳에 차별 없이 적용되는 것이다. 부부(夫婦)사이에서나 사제지간(師弟之間)에도 그리고 기업가의 성공요건에도 적용되며 노사(勞使)간의 협력이 필요할 때도 줄탁동기(茁啄同機)의 교훈은 변함없이 유효한 것이다 아무쪼록 마음을 가다듬어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여 적극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사회가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