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양약고구(良藥苦口) 충언역이(忠言逆而)

 좋은 약은 입에 써도 병에 이롭고, 충성된 말은 귀에 거슬려도 행하는 데 이롭다’
 ‘양약고구(良藥苦口), 충언역이(忠言逆而)’이 말은 공자가어(孔子家語) 육본편(六本篇)과 설원의 정간편(正諫篇)에 나오고 같은 내용의 말이 사기(史記) 유후세가(留侯世家)에도 있는 말이다.

 

내용을 알아보면 이렇다.‘좋은 약은 입에 써도 병에 이롭고(良藥苦於口而利於病), 충성된 말은 귀에 거슬려도 행하는 데 이롭다(忠言逆於耳而利於行)’는 말이다. 탕(湯)임금과 무왕(武王)은 곧은 말하는 사람으로 인해 일어나고, 걸(桀)과 주(紂)는 순종하는 사람들로 망했다. 임금으로 말리는 신하가 없고, 아비로 말리는 아들이 없고, 형으로 말리는 아우가 없고, 선비로 말리는 친구가 없으면 과오를 범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했다.

 

 진시황(BC 259∼210)은 열국을 쳐서 천하를 통일하였으며 흉노를 토벌하여 몰아내고 만리장성을 완성했다. 또한 포학(暴虐)을 다하고 아방궁(阿房宮)을 지어 호화와 향락을 일삼았다. 또한 백성들이 가지고 있는 책(의약, 농사책 등은 제외)을 모아서 이를 불사르고 선비 수백 명을 구덩이에 생매장하는 ‘분서갱유’를 단행하여 역사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이때 초(楚) 나라 항우(項羽.BC 230∼202)는 진(秦)나라를 쳐서 초왕이 되기는 했으나 어깨를 겨루던 한(漢)의 유방(劉邦)에게 해하(核下)에서 포위되어 마침내 오강(烏江)에서 자살하고 말았다. 항우는 힘이 장사지만 재략과 도량이 부족하고 인재를 얻지 못한데 비하여 유방은 장량, 한신 같은 어진 신하와 이름난 장수를 써서 장안(長安)에 도읍하고 한(漢) 나라를 세웠다. 필사의 경쟁에서 승세를 얻은 유방은 항우보다

앞서 군사를 거느리고 진 나라 서울 함양에 입성하게 되었다.

 

유방은 서슴없이 왕궁으로 쳐들어갔다. 그러나 호화와 향락을 다했던 왕궁, 궁실에 둘러쳐진 휘장과 금은보화가 눈부시고 아름다운 절세미모의 궁녀들을 보는 순간 그만 취하고 말았다. 유방은 그대로 눌러 앉아 시황제 같은 영화를 누리고 싶어했다. 그때 강직하기로 이름난 번쾌가 유방의 눈치를 알아채고 근심하며 “아직 천하가 통일되기 전입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고 고난 또한 이제부터가 아닙니까? 한시바삐 궁 밖으로 나가 전세를 가다듬어야 합니다.” 라고 진솔하게 고했다.

 

그러나 유방은 이를 듣지 않았다. 번쾌는 답답하고 속이 상했지만 난처하여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때 슬기로운 장수로 이름을 떨친 장량이 한걸음 나아가,
“진 나라가 무도한 학정으로 천하의 원성을 샀기 때문에 당신과 같은 한낱 서민이 오늘날 궁중까지 쳐들어오지 않았습니까? 당신의 사명과 임무는 온통 원성으로 들끓고 있는 천하를 안정시키고 시달림을 받아온 백성들을 어루만져 주는 데 있지 않습니까? 이제 겨우 진 나라에 첫발을 들여놓자마자 보물과 미녀 따위에 팔려 포학한 진시황과 같이 향락에 빠져 버린다면 그야말로 공든 탑이 무너지고 역사에 악명밖에 더 남을 것이 있겠습니까? 좋은 약은 입에는 써도 병에 들을 것이며, 충성된 바른 말은 귀에는 거슬려도 행하면 이로운 것입니다. 원하옵건대 제발 번쾌(樊?)의 충언을 따라주시옵소서.”

 

이 말을 들은 유방은 깨달은 바 있어 곧 궁을 떠나 다른 곳에 자리 잡고 전세를 가다듬었고 머지않아 항우의 대군이 뒤쫓아 진격해 왔으나 홍문(鴻門)의 싸움에서 크게 승리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부하의 충언을 진실로 받아들인 유방은 그 후 천하를 통일하여 강대한 나라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포천시도 한나라 유방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에 권력의 한가운데서 무모한 고집과 욕심으로 여론을 거슬리고 수행하고 있던 중요한 자리를 버리고 더 큰 것을 차지하려 나선 사람에게 우리의 민심은 낙선이라는 본보기를 보여주었고 거기에 광우병의 폭풍이 몰아쳐 스스로 자기 자신의 몸을 옭아 묶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의 오류를 범한 예를 지켜보았다. 그것은 아마도 자신을 돌아보고 옳은 말을 해주는 주위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은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고난을 이기고 오랜 야인의 생활을 접고 새로 출범한 시정의 책임자는 이제 유방이 번쾌의 말을 듣듯이 눈을 크게 뜨고 바로 보아야 한다. 자신의 자리까지 위협받으면서도 사심 없이 충심으로 전해주는 의견에 대해 귀를 크게 열고 상세하게 들어야 한다.

 

 민심은 항상 움직이고 있는 파도와 같다. 언제라도 그 이치를 거슬리면 거대한 물줄기는 거대한 파도가 되어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하고 만다. 시민이 할말이 있을 때 전달할 수 있는 언로를 열어 놓아 그 속에 녹아있는 진실한 여론을 수렴하여 시정에 반영하자. 만약 마음으로 진실하게 전하는 말을 무시하고 마녀사냥으로 그를 죽이려 한다면 민심의 바다는 반드시 그를 심판하게 될 것이다.

 

아무쪼록‘양약고구(良藥苦口), 충언역이(忠言逆而)’라는 고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시민의 쓴 소리를 많이 듣고 존중하여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는 책임자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