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이야기 60 뮤지컬의 전환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 1957)>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죽음을 선택하는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종종 소설이나 드라마의 소재로 차용되고 있다. 모든 장르를 통틀어서 이러한 소재로 현재까지 발표된 최고의 작품을 선택하라면 단연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이 압도적일 것이다. 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가 쓴 5막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1594년경에 발표되었는데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에서도 아름답고도 강렬한 비극으로 대중적으로 가장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몽태규 家와 캐플릿 家의 극한적인 대립으로 인해 양쪽 집안의 자녀인 로미오와 줄리엣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사랑하는 연인들이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적인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고 패러디되기도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토대로 만든 수없이 많은 작품들 중에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는 최고의 걸작으로 일컬어진다. 비록 두 연인이 죽는 셰익스피어의 원작과는 다르게 엔딩에서 로미오(토니Tony)는 죽고 줄리엣(마리아Maria)은 살지만 기본적인 뼈대는 뉴욕 맨하탄(Manhattan)을 무대로 한 1950년대 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원수지간으로 대립하는 두 가문은 푸에르토리코 계와 다문화 이민 계인 두 불량 청소년 그룹으로 대체되었으며 장소도 빈민가로 바뀌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특히 비극적 스토리와 함께 아름답고도 강렬한 춤과 음악이 조화된 완성도 높은 뮤지컬이다. 아서 로렌츠(Arthur Laurents)의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와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의 강렬한 음악과 제롬 로빈스(Jerome Robbins)의 안무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다이내믹하고 정열적인 음악에다가 이전까지는 보지 못했던 숨죽이듯 강렬한 댄스가 조화를 이루어 독창적인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내용면에서 볼 때 사랑이 주축이지만 불량 청소년들을 등장시켜 미국의 인종갈등 문제도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사회문제를 다룬 어두운 테마, 복잡하고도 정교한 음악, 광범위한 댄스 장면들은 미국 뮤지컬의 전환점을 이루었다. 작곡은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1918~1990)이 담당했는데 특히 스티븐 손드하임(Stephen Sondheim, 1930~)이 작사가로서 브로드웨이에 화려하게 데뷔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레너드 번스타인은 클래식 지휘자와 작곡가로 널리 알려져 있었고 특히 유명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지낸 정통 클래식 음악가였다. <온 더 타운(On the Town, 1944)>이후 뮤지컬 작곡가로서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고 이후 뮤지컬 <캔디드(Candide, 1957)>를 남기기도 했지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계기로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번스타인은 오케스트라에 수많은 악기들을 편성해놓았는데 오케스트라를 가장 폭넓게 사용한 뮤지컬로 기록되고 있다. 비올라를 제외한 현악기들과 탬버린, 일렉트릭 기타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악기들이 동원되었으며 각종 차임(Chimes)들과 공(Gong) 종류의 탬탬(Tam-Tam) 그리고 슬라이드 휘슬(Slide-whistle) 등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악기들이 사용되었다. “마리아(Maria)", “아메리카(America)", “투나잇(Tonight)" 등의 노래는 너무나 잘 알려진 명곡으로 현재까지도 애창되거나 CF음악으로도 자주 사용되고 있다. 가사를 담당한 스티븐 손드하임은 뉴욕 타임즈(The New York Times)의 저명한 평론가인 프랭크 리치(Frank Rich)의 말처럼 아마도 현대 미국뮤지컬 사상 가장 위대하고도 널리 알려진 예술가일 것이다.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를 넘나들며 수없이 많은 음악과 가사를 발표하고 대본을 썼으며 영화의 아카데미상, 연극의 토니상, 음악의 그래미상 그리고 퓰리처상에 이르기까지 미국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을 거의 다 수상한 유일한 예술가로 추앙받고 있다. 손드하임은 작년에 우리나라에 수입된 뮤지컬 <스위니 토드(Sweeney Todd)>와 올해 수입되어 공연된 <컴퍼니(Company)>의 작사?작곡가로도 유명한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가사를 쓸 1950년대 당시에는 작사가로만 활동했으며 <집시(Gypsy, 1959)> 등에 가사를 붙이기도 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완성도를 논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아마도 연출가이면서 안무가인 제롬 로빈스일 것이다. 뉴욕 맨하탄의 빈민가인 서부지역의 비행청소년들을 다룬 이 뮤지컬에서 제롬 로빈스의 연출은 매우 독창적이었다. 특히 번스타인의 강렬한 음악을 독특한 안무로 시각화하여 음악과 춤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게 했다. 아마도 이전까지의 재즈적이며 발레적인 평범한 댄스루틴을 갖고 안무했다면 아마도 지금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1961년에 영화화 되면서 제롬 로빈스의 천재성은 더욱 빛을 발했다. 로버트 와이즈(Robert Wise)와 공동으로 감독했는데 역시 그의 독창적인 안무는 영상과 어우러져 뮤지컬 사상 최초로 10개의 아카데미상을 거머쥐었다. 역대 아카데미 최다 수상작은 11개 부문을 수상한 <벤허(Ben-Hur, 1959)>와 <타이타닉(Titanic, 1997)>인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 1939)>와 함께 10개를 수상하며 당대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다른 세 개의 작품들이 초대형 블록버스터인 점을 감안한다면 뮤지컬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단연 할리우드가 인정한 최고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뮤지컬에 식상해 있거나 독창적이면서도 강렬한 뮤지컬을 경험해 보고 싶다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