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락의 멋 “우리가락은 흥겹지 않으나 구슬프지도 않으며 장중하지 않으나 경쾌하지도 않으며 빠르지 않으나 느리지도 않으며 높지 않으나 낮지도 않은 은은한 느낌을 준다” 내재의 ‘멋’으로 첫째 꼽을 수 있는 것이 가락이다. 우리 민족은 옛날부터 남달리 풍류를 좋아했는데 그 중에도 음악을 더 좋아했다. 달마다 있는 명절에 놀 때는 물론 일을 하면서까지 노래를 불렀다. 모를 심거나 지경을 다지는 동작을 비롯해서 마주앉아 두들기던 아낙네들의 다듬이질이 장단이었고, 이에 맞추어 부르던 것이 민요였으며 그 조직이 농악대였다. 이렇게 우리 민족이 일을 하면서까지 노래를 즐겨 불렀던 것은 피로를 덜고 일을 즐겁게 하기 위한 것이기는 하나 고통을 노래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한국인의 슬기롭고 풍요로운 ‘낙천적 멋’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결과 한국 특유의 악기와 음악이 많이 발달하였었다. 그 대표적이 악기가 거문고를 비롯해서 가야금과 호적이며 꽹과리, 장구 등이다. 현악기의 쌍벽을 이루는 거문고가 남성적이고 야성적이며 그윽하고 장중하며 강건한 음색인데 비해 가야금은 여성적이고 서민적이며 부드럽고 다정한 음색을 지니고 있다. 거문고의 기본음은 때로는 거세나 때로는 잔잔하며 때로는 광폭하나 때로는 비장하게 울려 퍼지는데 전체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정한(情恨)한 느낌이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 조상들의 정적이며 규범적인 아름다운 생활 태고와, 감정을 마음속으로 소화하고 축적하는 내면적인 ‘한’을 느낄 수 있다. 정열적이거나 투지적인 감정보다는 마음의 안정과 조화로 정신적 갈등인 ‘한’을 푸는 것이다. 이에 비해 가야금은 고상하고 화평하며 담박한 가운데 부드럽고 자유분방한 농한(弄閑)적 ‘멋’이 깃들여 있다. 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정읍사’의 여인과 싫다고 떠나는 임을 보내며 억지로 눈물을 감추는 ‘가시리’에 나타나는 한국 여인네의 정한(情恨)을 나타내기에 알맞은 악기로, 이를 일러 ‘한(恨)의 여심(女心)이라고 하는 까닭도 여기 있다. 이 두 악기는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으나 기본 정조가 통하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이 바로 단조롭고 ‘은근한 가락’이다. 한국의 가락은 기술적으로 많은 음계를 복잡하게 사용하고 화성을 교묘히 이용한 풍부하고 폭 넓은 서양의 선율에 비해 단순하고 소박한 속에 많은 여운과 강한 인상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 가락의 특징은 흥겹지 않으나 구슬프지도 않으며 장중하지 않으나 경쾌하지도 않으며 빠르지 않으나 느리지도 않으며 높지 않으나 낮지도 않은 은은한 느낌을 준다. 그렇다고 어느 한 정조로만 흐르지 않고 가다가 약간의 변화와 긴 여운을 주어 청자를 끝없는 침잠의 세계를 끌어들인다. 문학의 특질을 ‘은근’이라고 한다면 음악의 특질은 ‘은은한 가락’으로 규정하고 싶다. 이른바 낙이 불류(樂而不流)요 애이 불비(哀而不悲)다. 이 은은함을 중용적 조화미라고 한다면 끊어지듯 듯하다가 다시 이어져 오래도록 가냘프게 울려 퍼지는 여운은 끈기의 발현이라 하겠다. 애련한 고음과 그윽한 저음의 여운은 동양화의 여백과 같은 아취와 유현미가 있다. 성심일체(聲心一體)의 상태다. 이러한 심서를 잘 나타내는 악기가 또한 장구다. 고음과 저음의 조화미가 교차되는 파격에 의한 원숙미는 가히 한국 악기의 대표가 될 만하다. 이러한 한국 음악의 특질이 가장 잘 나타난 것이 ‘아리랑’이다 아리랑은 그 가락과 가사가 단조롭고 소박한 가운데 은은함과 여운을 잘 나타낸 점에서 민족 공유의 대표적인 노래라 할 만하다. 그러나 한국의 가락이 모두 은은하지만은 않다. 언제 어디서 들어도 신바람 나는 농악이 있다. 이 때의 악기가 호적이요 꽹가리다. 이것이 바로 한국 음악의 파격적 ‘멋’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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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년 0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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