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케이블TV에 동성연애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게이프로젝트라는 프로그램이 당당히 케이블을 타고 방영되는 것을 보면서 한국에도 동성연애자들의 상당수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스스럼없이 밝히는 시대가 되었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비록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커밍아웃(Coming out)은 더 이상 조롱거리가 아니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각이 아직까지 곱지만은 않다. 단지 무관심하게 지켜볼 뿐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이다. 원조 격인 미국도 동성연애자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시대에 따라 각기 다르다. 최근에 많은 연예인들이 커밍아웃을 했고 당당히 카메라 앞에 서는 시대가 되었지만 20세기 중반 까지만 해도 개인적인 치부로 비밀스럽게 숨겨왔다. 작사가 로렌쯔 하트(Lorenz Hart, 1895~1943)는 죽기 전까지 동성애자라는 사실 때문에 사회적인 지탄을 받아야 했으며 알코올 중독에 빠져 많은 고통 속에서 생활했다. 유명한 뮤지컬 작사가로 한 시대를 풍미하며 작품 활동을 했지만 1943년 알코올 때문에 죽음을 맞게 되기까지 하트는 고통 속에서 살아야만 했다. 그의 동성애적 성향은 그가 작사한 많은 뮤지컬 노래들 속에 잘 녹아 있다. 반면에 콜 포터는 남녀 간의 사랑을 표현하는데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그보다 더 풍부한 선율을 보여주는 작곡가는 없었다. 동성연애자였던 그가 남녀 간의 사랑을 어떻게 그토록 풍부한 선율로 표현할 수 있었을까. 거기에는 아내였던 린다(Linda Lee Thomas)의 보살핌이 컸던 것으로 생각된다. 린다는 포터보다 8살 연상이었고 포터의 동성애적 성향을 잘 알고 있었지만 1954년 죽기 전까지 포터를 보살피며 마음 속 지주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지나칠 정도로 끝없는 동성연애의 탐닉과 식을 줄 모르는 남자를 향한 애정행각을 벌였지만 미국인들은 지탄은커녕 연민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주었다. 하트와 포터 모두 20세기 전반기를 대표하는 작사가와 작곡가였지만 대중적인 사랑은 그렇게 엇갈렸다. 콜 포터는 1930년대 대표작 <애니싱 고즈(Anything Goes, 1934)>를 비롯하여 <로잘리(Rosalie, 1937)> <브로드웨이 멜로디 1940 (Broadway Melody Of 1940, 1939)> 등 영화 속에서도 풍부한 이미지와 기교를 보여주며 미국의 대표적인 뮤지컬 작곡가로 추앙을 받았다. 1940년대는 <키스 미 케이트(Kiss Me, Kate, 1948)>만이 성공했을 뿐 별다른 히트작을 내놓지 못했지만 그의 뮤지컬 인생의 마지막을 <캉캉(Can Can, 1953)>과 <실크 스타킹(Silk Stockings, 1955)>으로 마감하며 거장으로서의 명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두 작품 모두 비평가들로 부터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콜 포터라는 이름에 대한 기대심리도 있었겠지만 특별히 뮤지컬의 선구적인 작품이 아니었다는 것이 평단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두 작품 모두 포터의 특징인 잘 쓰여 진 대본, 재치 있는 가사, 선율이 풍부한 노래를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캉캉(Can-Can)은 오펜바흐의 클래식 선율로 유명한데 후에 많은 영화와 뮤지컬에 사용되었고 유명한 게임보이 슈퍼마리오 랜드(Super Mario Land)에서도 캉캉이 무적 마리오의 주된 선율이었다. 콜 포터의 <캉캉>에는 관습적인 낭만적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댄스홀 여주인과 고상한 법관이 그들이며 20세기 초의 몽마르트르 댄스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댄스홀의 여주인 피스타셰는 세심하고 엄격한 포레스티 판사를 유혹하기 위해 도발적인 춤 캉캉을 무대에 올린다. 이상과 같이 단순한 줄거리를 가진 뮤지컬 <캉캉>은 비록 영향력 있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한 가지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 뮤지컬이었다.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아이 러브 파리(I Love Paris)’ 에서 코러스 중간쯤에 단조에서 장조로 바뀌는 대담한 전환이 시도되고 있는데 2막 후반부의 클라이맥스를 전달해주는 훌륭한 곡이며 타이틀곡인 캉캉에서 피날레로 이끌어가게 해주는 전초적인 노래라고 할 수 있다. 단조는 단음계로 만들어졌는데 보통 라로 끝나며 어둡고 우울한 느낌이 든다. 반면에 장조는 장음계이며 보통 도로 끝나고 신나면서 즐거운 느낌이 많다. 콜 포터는 단조에서 장조로의 전이를 통해 훌륭한 선율을 창조해내었다. 비록 평단의 호평을 받지는 못했지만 1953년 5월에 초연되어 1955년 6월까지 892회 공연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뮤지컬 <실크 스타킹(Silk Stockings)>은 1939년에 그레타 가르보(Greta Garbo)가 주연한 영화 <니노치카(Ninotchka, 1939)>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졌는데 1955년 2월에 초연되어 478회 공연을 기록했다. 비록 <캉캉>보다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1957년에 뮤지컬 영화로 만들어져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실크 스타킹>은 냉전시대의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아름답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소련 공산당원 니노치카가 자본주의 쾌락에 빠진 동지들을 소련으로 데려가기 위해 파리에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미국인 프로듀서를 만나면서 얼음장 같던 그녀의 가슴도 녹기 시작하며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냉전시기에 만들어진 뮤지컬로 소재가 당시로서는 다소 파격적이기도 했다. 그레타 가르보의 원작 영화가 워낙 완성도가 높은 탓에 뮤지컬 대본은 짜임새가 부족했다는 평이지만 영화버전은 최고의 뮤지컬 배우였던 프레드 아스테어(Fred Astaire)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소중하다. 1937년에 낙마사고로 다리를 다쳐 30번 이상의 다리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다리 하나를 절단했던 콜 포터는 지팡이를 짚고 세트장에 자주 등장했다고 하는데 뮤지컬 영화 버전을 위해 새로운 곡을 쓰거나 고치며 결과에 아주 만족해했다고 한다. <실크 스타킹(Silk Stockings)>은 현재 국내에 DVD로 출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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