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사화가 일어났을 때 박문수는 조태채와 반대편에 서서 치열한 공방전을 주고받았다. 당파가 심해지자 영조는 탕평책을 실시하여 양쪽을 화해시켰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원한을 지우지 않았다. 조태채에게는 조관빈(趙觀彬)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하루는 조관빈을 미워하는 자가 모함하여 장차 죽을 위기에 처하였다. 그러자 박문수는 임금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조관빈이 예전에 아버지를 따라 흉악한 일을 저질렀으니 마땅히 목을 베어야만 하지만, 이번 일은 모함에 의한 것이니 죽일 만한 죄가 아닙니다.” 이에 영조가 말하였다. “그자는 그대 원수의 아들이 아닌가?” “개인적으로는 원수지만, 나랏일을 논하는 데 어찌 원수가 따로 있겠습니까? 전하께서 굳이 관빈을 죽이고자 하신다면 청컨대 신의 원수를 갚는 것이라고 백성들에게 알린 다음 죽이옵소서.” 임금은 크게 감동하여 조관빈을 용서했다. 조관빈은 벼슬이 판서에 이르렀을 때 죽음을 맞이했다. 그때 박문수는 그 집을 찾아가 조관빈의 아들에게 말했다. “그대 아버지와는 대대로 원수지간이었지만 일찍이 동료로서 옛정이 있으니 어찌 문상을 하지 않겠는가?” 그 아들이 문상을 하는 것은 허락했지만 끝내 박문수를 외면하였다. 박문수가 문상을 하며 슬피 울고 난 후 사람을 시켜 고인의 관을 마당으로 가지고 나오게 하였다. 그러고는 그 관을 도끼로 부수도록 했다. 사람들이 크게 놀라 그 아들에게 알리니 아들은 태연히 답하였다. “그냥 두거라. 그와는 비록 원수지간이지만 아버지를 욕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필시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윽고 박문수가 관을 쪼개고 위쪽의 나무를 자르자 그 속에 한 치가 넘는 낫 끝이 박혀 있었다. 나무를 벨 때 낫의 끝부분이 부러져 관 속에 박혀 있던 것이었다. 이에 박문수는 목수를 불러 꾸짖었다. “대신의 관에 낫이 박혀 있으니 무덤속에서 어찌 후환이 없겠느냐?” 그러고는 새로 관을 짜서 장사를 지내게 했다. 이로부터 두 집안이 서로 만나지는 않아도 나쁜 일이 있을 때는 힘껏 도와주는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박문수(朴文秀) 1691년(숙종 17) ~ 1756년(영조 32). 본관은 고령(高靈)이며 자는 성보(成甫). 호는 기은(耆隱)이다. 1723년(경종 3) 증광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여 예문관 검열로 뽑혔다. 1724년(영조 즉위년) 노론이 집권할 때 관직에서 물러났다가 소론이 기용되자 사서(司書)에 등용되고, 영남 암행어사로 나가 부정한 관리들을 적발하였다. 1730년 대사성·대사간·도승지를 지냈으며, 충청도에 암행어사로 나아가 백성의 구제에 힘썼다. 이후 병조판서, 어영대장, 호조판서, 예조판서 등을 지냈다. 1752년 왕세손이 죽자 내의원제조(內醫院提調)로서 책임을 지고 제주에 안치되었다가 이듬해 풀려나 우참찬에 올랐다. 정치적으로 소론에 속하였으며, 영조가 탕평책(蕩平策)을 실시할 때 4색(四色)의 인재를 고루 등용하는 탕평의 실(實)을 강조하였다. 그가 암행어사로 활약하던 시기의 설화가 많이 전해지고 있다. 시호는 충헌(忠憲)이다.
신임사화와 정미환국 숙종의 후궁이었던 장희빈(張禧嬪)이 경종을 낳은 후 사약을 받을 때 노론과 소론은 장희빈의 처벌문제를 놓고 대립하였다. 노론은 장희빈이 인현왕후를 모해하였으므로 사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반해 소론은 세자를 위해 장희빈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경종이 즉위하자 노론은 연잉군(훗날의 영조)을 세제(世弟)로 책봉하려 하였는데, 소론은 이들을 불충(不忠)으로 몰아 정권을 장악하였다. 이런 와중에 남인(南人)이 경종을 제거할 음모를 꾸며왔다는 목호룡(睦虎龍)의 고변을 계기로 김창집(金昌集), 이이명(李?命), 이건명(李健命), 조태채(趙泰采) 등 노론 4대신을 비롯한 노론의 대다수 인물이 화를 입었는데 이를 신임사화(辛壬士禍)라 한다. 영조가 즉위한 후 탕평책을 시행해 당파의 이해 없이 인재를 등용하였다. 그때 노론의 이의연(李義淵)이 상소하여 물의를 일으키자 영조는 과감하게 그를 유배시키고, 소론 중에서 당파성이 짙은 김일경(金一鏡), 목호룡(睦虎龍) 등을 처형하는 한편 이광좌(李光佐) 등도 유배시켰다. 이를 계기로 노론이 다시 정권에 복귀하였는데 이를 정미환국(丁未換局)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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