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익수(시인)
사람은 꽃을 사랑한다면서 그 꽃을 꺾는다. 그리고 꺾인 꽃이 시들면 여지없이 버릴 줄 아는 것이 사람이다. 이처럼 사람은 꽃 속에 꿀을 사랑하고 싫어한다. 코로는 향기를 맡고 싶어하면서 항문으로는 구린내를 뱉는 것이 사람이다. 누구나 사람은 착한 일과 악한 짓을 오가며 자연을 먹고 살을 찌워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세상은 진실과 거짓이 먼저이고 그 나중에 변명으로 칼질을 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며 생각될 때가 많다. 인간은 말을 할 때 두 번 하늘을 부른다. 진실을 말 할 때도 하늘을 두고 말한다 하고, 거짓을 말 할 때도 하늘이 보고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사람이 사람이고는 하늘을 인정하지 않고서야 사람이 인간됨을 확인할 수 없음을 두고 하는 말일 게다. 또 선거철이다. 약속과 공약들이 다시 제 철을 만났다. 세상에서 제일가는 병신은 제가 아니면 아무 일도 안된다고 믿는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영웅인 것처럼 여기거나 불세출의 지도자라고 내놓고 자랑을 한다. 어느 때고 이러한 푼수는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푼수가 일세를 풍미하는 주인공이 되기도 하니 알 수 없는 일이다. 대개 이러한 푼수들은 군중을 사로잡는 연극을 잘한다. 술수에다 선동에다 솔깃하게 양념을 치고 달콤하게 맛을 내는 말솜씨로 군중을 사로잡는다. 그것이 군중을 들뜨게 피리를 부는 짓이며 장고 치고 동네북 치는 짓이다. 모든 권력은 시민으로부터 나오고 여러분의 종이 되려고 지금 단상에서 하늘을 걸고 공약을 한다면서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린다. 이러한 군중심리를 잘 요리하여 선동꾼의 입맛대로 잘 먹게 한다. 여지없이 군중의 다수는 그것을 먹고 배탈을 앓게 마련이다. 실속 없이 뽕짝에 놀아난 영락없는 뒤탈인 셈이다. 우리는 이러한 배탈을 선거라는 것을 통하여 여러 번 경험한 역사가 있다. 거리의 네온이 사람이 입력시킨 기억의 나팔을 불며 발가벗고 색깔을 뿜어내는 것만도 못한 일이다. 왜냐하면 네온의 입장에서는 사람으로부터 지시받은 정직한 노동일 뿐 이기에 그렇다. 더러는 덩달아 북을 치고 피리 불던 사람들은 높은 자리에 앉아서 윗사람에게 대접이나 잘 하라고 되레 호통을 칠 때도 있다. 그러한 광경을 보고 유권자인 군중들은 아무렇게 도취되지 말아야 하는데 하여튼 끌리고 만다. 정말로 대단한 연극의 솜씨 덕인 셈이다. 장자는 이러한 물감을 싫어하여 몹쓸 암덩이로 보았다. 진실의 속내는 그 어떤 옷치레와 물감으로도 위장할 수가 없는 법이다. 목청이 이유없이 클수록 변명에 가깝고 진실을 훼방하거나 오염시키는 생활속의 가장 큰 요인은 허영과 허세와 허구적 욕망이다. 다만 자기 자신을 아름답게 꾸며 세상에 선 보이려는 의미와는 음정이 다르다. 인간의 양심은 진실을 낳고 거짓을 죽이며 변명도 가르킨다. 그러면 시민의 지도자이자 봉사자를 어떻게 뽑아야 하는가. 과연 시민의 삶터의 멍에를 누구에게 지울 것인가. 뻔한 이치다. 진실을 낳아 선하게 키워가며 열심히 일할 사람이면 된다. 시민은 누구나 다 옳고 그름을 현명하게 재고 다는 눈금과 저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울을 속이면 삼대가 멸한다는 인간의 양심에 경종을 달아 주었다. 역사의 시대적 반성은 양심을 잘못 다스린 작은 명예이던 큰 권력이던 반드시 민중의 화살앞에 무릎을 꿇게 했다. 항상 진실의 꽃은 탐스런 열매보다, 열광하는 함성보다, 자신의 창고에다 지나친 담보를 저축하지 않는다. 그냥 그 자리에서 생긴 대로 낮은 소리로 피었다가 진다. 이슬같은 눈물이 양심을 치장할 수는 있지만 진실을 위장할 수 없음을 일러주는 말이다. 악의 꽃도 꽃은 꽃이다. 그러나 악의 꽃에는 구더기가 살고 선의 꽃에는 햇살이 꽃물을 먹고 살아간다. 무엇이든 사람의 짓이 지나치면 사람을 괴롭히고 현혹하고 혼란시킨다. 그러한 사람의 짓은 자연이 아니다. 사람의 짓이 자연이려면 사람을 편하게 하면 그만이다. 무슨 공치사를 걸어서 공든 탑을 세우려 들면 그 탑은 끝내 무너지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누구의 양심이 진실을 낳고 거짓을 죽이는지, 아니 바르고 따뜻한 사랑의 둥지에서 누가 알을 품어야 할런지, 누가 머리와 가슴과 날개가 건강한지 잘 살펴볼 일이다. 예술의 궁극적 바람이 아름다움인 것처럼 그것은 바로 사람이 희망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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