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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생태도시의조건3]대지윤리의 내재적 가치에 대한 사유와, 마음의 생태학

대지윤리의 내재적 가치에 대한 사유와, 마음의 생태학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05월 20일



공명수 교수(대진대학교 영문학과)

 

생태학(ecology)이란 단어는 집을 뜻하는 ‘oikos’와 논리를 뜻하는 ‘logos’의 합성어이다. 생태학은 좁은 의미에서 보면 ‘집의 논리’로 해석할 수 있고, 이를 보다 넓은 의미에서 살펴보면 우주만물 일체가 ‘하나의 커다란 생명체를 이루는 살림집이다’는 뜻으로 유추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생태학은 자연과 인간, 동물과 식물, 생물과 무생물 등이 모두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삶의 그물망을 형성하고 있는 우주의 살림집으로 통한다. 생태학이라는 우주의 살림집은 우리의 외부를 둘러싸고 있는 객체적 의미에서의 환경이 아니라, 인간과 더불어 우주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주체적 삶의 장소인 셈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문명의 껍데기를 뚫고 인간의 사회적 관계 및 대자연 관계를 근원적으로 변화시키면서 자연으로부터 삶의 본질을 배우고자 하는 의식구조의 혁신, 즉 마음의 생태학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여기서 마음의 생태학을 통한 우리의 의식구조의 혁신을 위해 생태주의와 그것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마쉬(George Perkins Marsh)는『인간과 자연』(Man and Nature)에서 숲을 원시림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자연 생태계를 보존하는 최고의 대안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마쉬는 인간문명의 필요에 의해 강 연안의 나무를 무작위로 벌목했을 때 가뭄이나 홍수의 폐해를 벗어날 수 없다고 경고하면서 숲과 함께 토양 전체를 원시 상태로 보존하자고 제안한다. 인간문명이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입장은 생태연구의 선구가 되고 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숲과 토양을 원시상태로 보존하자는 그의 주장에는 자연생태계 보존의 경제적 타당성과 함께 인간의 도덕적 책무가 담겨 있다. 그의 논리에는 인간이 다른 모든 생명체보다 우월하기에 자연을 관리하여 그 훼손을 복원시키는 특별한 의무와 책임을 부여받고 있다는 인간중심주의가 흐르고 있다. 그는 인간문명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이나 인간의 편의에 초점이 맞춰진 제한적인 의미에서의 생태학적 입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메리 오스틴(Mary Austin)의 입장은 마쉬의 견해와는 대조적이다. 마쉬는 그의 주요 저서인『갈수의 땅』(The Land of Little Rain)에서 사막의 아름다움과 가치에 대한 재인식을 통해 새로운 의미에서의 대지윤리의 지침을 제시한다. 그의 대지윤리의 핵심은 모든 만물에 내재적 가치가 흐르고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들 사이에 상호연관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자연이 지닌 경제적 가치 너머 심미적, 미학적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인간의 의식과 물질세계가 확연히 구분되지 아니 하므로  유아론적인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는 생태학적 겸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과 자연이 긴밀히 연결될 때 인간의 온전한 삶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네스(Anre Naess)를 비롯한 심층생태학자들은 인류의 미래를 구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자연친화적 동양사상을 내세우고 있다. 심층생태주의자들은 노장사상나 선불교를 동양적 지혜의 모범으로 삼고 있으면서, 물아일체 혹은 범아일체의 정신이야말로 자연과 인간이 진정으로 하나가 되는 삶의 지혜라고 여기고 있다. 이들은 자연을 바라보는 궁극적 규범으로 자아실현의 원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는 자연과의 일치를 인식하는 과정이면서도 동시에 생태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자기실현의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의미와 연결된다. 하지만, 명쾌한 분석을 추구하는 일부 생태학자들은 자연친화적 동양사상에 내포된 신비주의적 추상성에 거부반응을 보이면서 이러한 신비주의에 내포된 생명평등의 합리적인 원리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이들은 자연친화적 신비주의는 심층생태주의가 표방하는 근본주의와 다름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폴 테일러(Paul Taylor)는 모든 생명체가 인간의 필요와 무관하게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이유로 개별 생명체가 당연히 지니게 마련인 목표지향적 삶의 가치를 내세우고 있다. 모든 생명체가 저마다 내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에 신비주의나 근본주의에는 귀중한 생명체들 가운데 궁극적인 선택의 모호함이 내포한다는 것이다.
캘리코트(J. B. Callicott)는 생명평등주의의 약점을 보완하여 생태학적 전체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자연생태계의 모든 생명체는 저마다 개별적인 존재나 행위에 대한 마땅한 근거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생명체는 생태계의 안정과 심미적 가치에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재적 가치로 인해 생태계는 저마다 자기 나름대로 고유한 대지윤리를 지닌다는 주장이다. 우주만물이 그 자체로 심미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기에 인간 개개인에게는 자연을 바라보는 정서적 느낌이나 태도나 감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긴다. 캘리코트의 입장에는 앞서 살펴 본 마쉬의 인간중심주의적 견해와는 정반대로 지나칠 정도로 자연중심주의적 도그마가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언급된 몇몇 생태학자들의 견해를 종합해 볼 때 살아 있는 야생적 자연을 그 자체로 만나 그것의 면모를 있는 그대로 경험하는 무목적론적 사유의 과정이 생태학적 사유의 근본 토대임을 알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표피적인 외양에 얽매여 삶의 본질적 사실들을 망각하게 만드는 오늘날 문명사회에 대한 마음의 생태학이 필요하다. 이러한 생태학적 감수성은 대지윤리의 내재적 가치를 향한 무목적론적 사유를 통해 더욱 깊어 질 것이다.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0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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