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포천을 사랑하는 어느 등산가 한 분이 필자에게 전화를 하였다. “여우고개를 연인고개라고 개명(改名)하고 고개 이름을 쓴 표석을 세우고 음식점 이름으로 까지 운영하여 사리에 맞지 않으니 시정하여 주십시오.” 고마운 애향심을 어찌 갚을까 궁리 끝에 문화원 당국과 상의하였으나 별다른 조치가 생각나지 않아 당시, 이진호 군수님께 각 고개나 명승지 이름의 표석을 잘 살펴줄 것을 건의하는 선에서 끝난 일이 있었다. 그래서 여우고개 이야기를 찾아보니, 궁예와 왕건의 군대가 접 전시, 여우같이 흘깃흘깃 엿보아서 「여우고개」라는 설과 여우가 자주 나타나는 고개여서 「여우고개」라는 설이 있음을 알았다. 필자가 유년시절에 내 고향 포천에서 들은 얘기는 더 재미가 있다. 「옛날, 어느 선비가 여우고개를 넘는데 꼬리 아홉 달린 여우가 무덤을 파고 백골을 머리에 쓰더니 세 번 재주를 팔딱팔딱 뛰어 넘으니 금방 예쁜 소녀(처녀)로 둔갑을 하였다. 또, 차돌로 백골을 박박 긁으니 예쁜 처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예쁜 처녀로 변신한 여우는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여우고개를 넘어 아랫마을 잔치하는 집으로 뛰어 갔다. 잔치 집에서는 큰 소동이 일어났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놀랍다 놀랍고말고. 사흘 전 죽은 색시의 친구가 살아서 친구 혼인식에 오다니…….놀라워” 여우가 변신한 처녀를 붙들고 마을 사람들은 큰 소리로 떠들었다. 죽은 색시의 친구가 친구의 결혼식을 보고파 찾아 온 기적 같은 일이 전개되었으니 어찌 놀랍지 않았을 것인가? 이를 지켜 본, 점잖은 선비는 꾹 참고 어찌 할 바를 몰라 떨고 바라다보고만 있었다. 그런데 칙사 대접을 받은 색시(소녀)로 둔갑한 여우는 밤이 되자 신랑 신부가 신방을 꾸미고 단꿈을 꾸려는 순간 궁둥이를 좌우로 살래살래 흔들며 눈웃음을 치더니 신혼방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게 보이지 않는가? 아무리 점잖은 선비라도 더는 참을 수 없어 마당 지게 옆에 있던 작대기를 높이 들고 쫒아가 처녀로 둔갑한 여우의 목을 내리 쳤다. “에끼! 이 못된 여우야, 네 어찌 여우가 처녀로 둔갑하여 잘 대접받았으면 되었지, 어찌 신방 안으로 들어가 해코지를 하려 드느냐? 내 작대기(몽둥이)맛을 보아라.” 청천벽력과 같은 고함 소리와 함께 내리친 작대기(몽둥이)는 처녀로 둔갑한 여우의 목을 치니 처녀는 네 활개를 펼치고 마당에 넘어져 죽었는데 꼬리 아홉 달린 백년 묵은 여우였다.」 옛 부터 도를 깨달은 선비는 귀신(잡귀)이나 도깨비, 변신(둔갑)한 여우도 알아볼 수 있어 신방의 신랑과 신부를 살렸다고 기뻐들 하였다 한다. 재미있는 전래동화로 내 고향에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