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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이야기

1946-1940년대 할리우드 뮤지컬의 새로운 시도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04월 10일

몇 년 전에 있었던 미국의 대선에서 주요 언론사들이 말썽 많았던 플로리다주의 투표지 재검표를 요구하며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 의혹을 제기한 적이 있었다. 대선 개표에서 판독이 불가하다고 무효 처리된 17만여표의 정밀 재검표를 공식적으로 의뢰했지만 최종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 9.11테러가 발생하면서 돌연 발표가 연기되었는데 이에 대해 한 신문은 “9.11테러가 발생하면서 강력한 대통령이 필요” 했기 때문이라고 논평했다. 어쨌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3대 미국 대통령선거의 박빙 승부는 남동부 플로리다주의 음모설과 함께 부재자 투표 용지 도난 의혹이 부각되어 언론에 톱 뉴스로 오르내렸지만 역시 흑인 유권자에 대한 투표권 박탈 의혹이 더욱 크게 쟁점화되어 아직도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이와 같이 21세기에 다시금 음모론이 대두되고 있는 미국의 흑인들에 대한 차별은 1960년대 이전까지 극에 달했었다. 특히 남부에서는 흑인들에게 투표권도 주지 않았다. 버스도 식당도 따로 이용했으며 흑백이 한 공간에 존재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1960년대에 인권운동이 절정에 다다르면서 변화가 오기 시작했는데 진보적인 젊은 백인들이 흑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시작하면서 법적으로 인종차별 금지조항까지 생겼다.
하물며 영화나 뮤지컬 등 대중적인 오락물에서 1960년대 이전에 흑인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조역으로 백인들과 손을 잡는 일 조차도 타부시 되었었다. 물론 1935년에 초연된 3막 짜리 재즈 오페라 <포기와 베스(Porgy and Bess)>가 조지 거쉬인(George Gershwin)의 대표작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지만 역시 출연진 모두가 아프리카계 오페라 가수들로 구성되어 막을 내리는 순간까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었다. 또한 비제의 오페라에 기초한 <카르멘 존스(Carmen Jones)>도 1943년에 초연되었지만 대중들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1943년 뮤지컬 영화의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포기와 베스>나 <카르멘 존스>처럼 오페라라는 형식이나 비제의 유명세를 빌어 지탄의 방어벽을 만든 것과는 달리 대중적인 음악을 가지고 그것도 파격적으로 흑인들만 출연한 뮤지컬 두 편이 전격 개봉된 것이다. <캐빈 인 더 스카이(Cabin In the Sky, 1943, MGM)>와 <스토미 웨더(Stormy Weather, 1943, 20th century-Fox)>가 그 영화인데 그중 <캐빈 인 더 스카이(Cabin In the Sky)>는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영화로 기록되고 있다.
1940년에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캐빈 인 더 스카이(Cabin in the Sky)>는 MGM에 의해 1943년에 개봉되었다. 영화버전은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도박 빚으로 인해 사람을 죽인 리틀 조가 그의 영혼을 상환하기 위해 6개월이 주어진다. 그리고 천국으로 들어갈 만큼 부유해지고 그의 영혼은 지옥으로부터 유죄선고를 받는다. 이 작품의 캐스트는 모두 아프리카계 미국인들로 구성되어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영화였으며 모험적인 뮤지컬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영화가 개봉되자 특히 미국 남부에서는 흑인들만 나오는 이 영화의 상영을 거부했고 MGM 영화사는 재정적인 타격을 입었다. 비록 어떤 묘사에서는 감각적으로 시대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지만 영화의 대본은 지적이며 위트가 있었고 진기한 존엄성을 지닌 캐릭터들과 인종을 다루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렇지만 흑인여성이 거품목욕을 하며 노래 부르는 장면은 적어도 백인들에게는 1943년의 도덕적인 품위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었다. 더욱이 유명한 재즈뮤지션인 루이 암스트롱이 단순히 목욕하며 부르는 노래도 개봉하기 직전에 편집되었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루이 암스트롱의 솔로는 개봉 전에 잘려져서 많은 관객들이 아쉬워하는 진풍경도 연출되었다.
<요란다와 도둑(Yolanda and the Thief, 1945 MGM)>은 흑인들의 뮤지컬은 아니었지만 형식과 스타일면에서 새로운 뮤지컬이었다. <요란다와 도둑(Yolanda and the Thief)>은 가상의 라틴 아메리카를 무대로 하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상징적인 스타일을 지닌 이 영화는 초현실주의적 발레가 등장하며 형식과 대부분의 장면들은 깜짝 놀랄만한 이벤트를 생각했는지 일반적인 관객의 취향은 아니었다. 마치 예술품처럼 꾸민 장면마다의 새로운 시도는 그에 걸 맞는 댓가를 치러야 했다. 박스오피스의 실패와 평단과 심지어 관객들의 혹평으로 인해 주인공이었던 루실 브레머(Lucille Bremer)와 프레드 아스테어(Fred Astaire)는 일시적이지만 은퇴를 고려할 정도로 최악의 실패를 맞본 작품이었다.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부드럽지 못한 댄스리듬과 공격적이며 파괴적인 질감을 가진 인물로 설정되었고 뒷 무대에서 주인공들과는 격리된 미묘한 색깔 속에 감춰져 있었다.
1940년대의 이러한 뮤지컬의 새로운 시도는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지성을 회복하기 위한 새로운 뮤지컬 영화의 요구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는데 결국 흥행과 작품성의 실패로 인해 빛을 잃었다. 그렇지만 이전까지 만들어졌던 멜로적이고 전쟁행사용 뮤지컬들과는 전혀 다른 시도로 그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이며 곧이어 명작들을 탄생하게 하는 단초를 마련해 주었다는데 박수를 보내야 할 것이다.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04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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