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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선비정신 96

쥐똥을 섞어 도배 풀로 쓰다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04월 10일

한국한시협회 포천지회장  리 효 종
윤현은 늘 검소하였다. 그가 호조판서로 있을 때였다. 그는 떨어진 돗자리와 청색 무명베 등을 모두 버리지 않은 채 창고에 쌓아놓았다. 사람들이 모두 그것을 보고 비웃으며 말했다.
“다 떨어진 돗자리와 무명베를 어디에 쓰겠다고 모아 놓는단 말인가?”
그러나 윤현은 떨어진 돗자리를 조지서(造紙署)에 보내 다시 갈아 종이로 만들었는데 품질이 아주 뛰어났다. 또 청색 무명베는 예조에 보내 병사들의 옷고름을 만들게 했다.
그때 나라의 창고에 쌓여 있는 곡식들은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쌀 중 절반이 쥐똥으로 덮여 있었다. 윤현은 각 창고에 명하여 쌀에 섞여 있는 쥐똥을 모두 모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번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지시를 비웃으며 말했다.
“도대체 쥐똥을 어디에 쓴단 말인가?”
그 무렵 명나라 사신이 곧 도착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자 윤현은 관사 벽을 새로 도배할 때 이 쥐똥을 섞어 사용했더니 벽지가 더욱 잘 붙었다.
그는 집안의 살림살이도 꼼꼼히 챙겼다. 하루는 부엌에 가보니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귀한 땔나무를 낭비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청지기를 불러 말했다.
“요즘 땔나무를 구하기가 어려우니 너는 기와를 만드는 관청에 가서 단단한 참나무 장작을 사오너라.”
기와를 만들 때 화로에 넣는 참나무는 어떤 나무보다도 단단하였으나 불이 붙으면 화력도 좋고 오래 땔 수 있었다. 청지기가 나무를 구해오자 윤현은 녹이 슨 도끼를 내주며 말했다.
“앞으로는 이 도끼로 나무를 잘라 쓰거라.”
그러자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아궁이에 불을 넣을 때마다 곤욕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 계집종은 땀을 뻘뻘 흘리며 녹슨 도끼로 나무를 잘라 써야 했으므로 나무 한 조각을 마치 금덩이처럼 아꼈다.
그의 집 밖에는 서른 이랑 정도의 채마밭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 채소를 심지 않고 기장을 심었다. 채마밭에 기장을 심으니 사람들이 모두 이상히 여기며 말했다.
“채마밭에 기장을 심어 무엇하리요?”
하지만 윤현은 그 밭을 말을 기르는 하인에게 붙여주고, 하루에 한 이랑씩 기장을 베어 말에게 먹이게 했다. 밭이 서른 이랑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하루에 한 이랑씩 한 달이면 서른 이랑을 베었다. 하지만 기장은 빨리 자라는 작물인지라 한 달이 지나면 맨 처음 베었던 이랑에는 다시 기장이 자라 있었다. 그리하여 말 먹이는 하인은 굳이 들에 나가 꼴을 베지 않고도 말에게 충분한 먹이를 줄 수 있었다.


윤 현(尹 鉉)
1514년(중종 9) ~ 1578년(선조 11).
본관은 파평(坡平)이며 자는 자용(子用) 또는 국간(菊磵)이다. 1531년(중종 26) 진사가 되고, 1537년 식년문과에 장원으로 급제하였다. 그후 황해도·충청도·경기도 관찰사를 거쳐 호조판서를 지냈다.
시문에 능했으며, 그가 노년에 이르도록 관직에 있었던 것은 탁월한 행정수완 때문이었다. 특히 호조에서 근무할 때는 국가 재정을 아끼고, 한편으로는 재정을 풍족하게 만들어 조선 건국이래 제1인자로 칭송되었다. 명종때 청백리로 뽑혔다. 시호는 충간(忠簡)이다.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04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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