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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칼럼> 눈물의 미학

안 익 수 (시인)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03월 20일

바람은 산등성을 딛고 온다. 신작로를 따라 걸어오고 억새풀에 살을 벗고 놀다가도 간다.  바람은 물들인 옷을 입는다. 지금 밖에는 꽃바람이 분주하다. 꽃과도 친한 바람이 꽃신을 신고 올려나 보다. 여인의 숲속에 날을 세운 치맛바람이 마중을 나갈런지 모르겠다. 
가끔은 바람도 바람이 날 때가 있다. 얼마나 감미롭고 달콤한가. 바람의 열차는 탈선해도 달린다. 바람은 뒤돌아보지 않는다.
나비는 바람을 타지만 꽃은 바람을 삼킨다. 갑자기 성난 바람이 무섭긴 하다. 
편지를 쓰는 바람이 있는가 하면 봄소식을 나르는 우편배달부 바람도 있다. 
황량한 바람의 무대인 고비사막에 가면 바람의 예술을 볼 수가 있다. 모래와 춤추다 넘어진 그 흔적은 황홀하다 못해 눈물겹다. 어디 눈물 나도록 감탄스러운 일들이 그뿐이겠는가.  아이러니하게도 아름다움에 대한 가장 좋은 찬사는 눈물이다. 누군가가‘눈물이 아름답다’ 하지 않았는가. 눈물은 그 향기와 맛깔이 내려 찧는 절구에서 나오기에 그렇다.
며칠 전 꽃바람을 만나러 운천에 갔다. 부소천 버들개지를 꺾을까 하다가 양지바른 텃밭에 꽃다지를 먼저 범했다. 함께 걷던 포천의 김선진 시인이 말한 한 구절이 문득 생각난다.
“선생님, 눈물은 사람이 빚어낸 최고의 예술이예요.”그렇다. 어찌 그만한 예술의 걸작품이 또 있을까. 눈물은 비단결보다 보드랍고 때로는 무쇳물 보다 더 뜨겁다. 눈물의 액세서리는 무지개요, 눈물은 깨끗한 무공해 식단이며, 눈물은 신이 선물한 그윽한 와인이며, 눈물의 또 다른 처음 맛은 두레박으로 길어 올리는 분홍빛 섹스다.
눈물의 예술은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하얀 백지에 양심을 그리는 것이다. 사랑이 둘이 하는 종합예술이라면 눈물은 혼자 부르는 아리아(aria)다. 때론 눈물 젖은 빵이 쓰지만 단 이유가 거기에 있다.
꽃은 온몸으로 웃다가 울기도 하지만 사람은 눈으로 우는 척 가슴으로 운다. 흘리는 눈물보다 삼키는 눈물이 더 애절하고 아리다. 그래서 눈물의 무덤은 한숨이 된다.
눈물은 인간의 닫힌 문을 열기도 하지만 인간의 꽉 잠긴 자물통을 푸는 유일한 열쇠이기도 하다. 
그것이 바로 눈물의 예술이며 미학이 아닐까.
눈물보다 설득력이 강한 언어는 없다. 눈물은 에너지가 아니라 메시지다. 더러 세상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그러나 눈물은 정직하다. 연기자의 눈물도 이미 그것은 거짓이 아니다.
또 눈물은 지나간 과거를 현재로 질문하는 가시며, 미래의 꿈을 따는 펜이다.
초원을 달리는 동물의 눈물은 땅으로 떨어져 거름이 되고, 사람의 눈물은 종종 하늘로 떨어져 기도가 된다. 또한 동물은 떼를 지어 살다가 혼자 울지만, 사람은 홀로 울며 무리를 지어 살아간다.  강물은 흘러 바다로 가고 눈물은 흘러 사람의 옷깃으로 가는 법이다.  눈물은 신비한 샘에서 솟는 것이 결코 아니다. 더 깊은 가슴에서 떨어지는 이슬이며 무늬의 예술이다.
눈물은 이별이 아니며 새로운 시작이자 아침을 약속하는 위대한 예술이다. 
그래서 눈물방울은 작은 우주며 항상 희망이라는 그릇에 고인다. 
오늘도 눈물 속에는 은어가 살며 작은 새 한 마리가 날아간다.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0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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