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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이야기=42] 병역기피 연예인과 1940년대 전쟁참여 엔터테이너들

윤우영 대진대 교수,연출가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02월 25일

20세기에 발발한 두 번의 세계대전과 냉전 그리고 중동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는 수많은 젊은이들을 잃었다. 운이 좋아 목숨을 건진 사람들 가운데에는 불구가 되거나 정신질환을 앓게 되어 평생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았다. <우리생애 최고의 해(The Best Years of Our Lives, 1946)>는 실화를 바탕으로 참전용사들의 고뇌를 감동적으로 그린 명작이다. 영화 속에서 전쟁참전용사 세 사람 중 호머는 전쟁터에서 양팔을 모두 잃었다. 전쟁 전에는 운동뿐만 아니라 피아노도 잘 쳐 삼촌이 경영하는 술집에서 피아노를 치곤했던 재능 있는 젊은이였다. <포 미 앤 마이 갈(For Me and My Gal, 1942)>에서 남자 주인공도 연예인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할 때 입영통지서를 받게 된다. 고민 끝에 입영을 피하려고 자신의 손을 자해하게 되는데 사실 20세기의 많은 동서양의 엔터테이너들에게 입영통지서는 죽음의 사신과도 같은 악몽이었던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연예인들과 고위층 자제들의 병역기피가 매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고대 로마시대의 왕과 귀족들은 신분에 걸 맞는 의무를 다했다고 한다. 사회봉사나 전쟁참여 등에 있어서 솔선수범했다. 많은 원로원과 왕실의 자제들이 자진해서 전쟁에 참전했으며 오히려 영광스러워했다는 것이다. 20세기 들어서도 수많은 전쟁을 겪었는데 미국과 영국 그리고 유럽의 수많은 고위층 자제들도 전쟁에 참여했으며 전사한 예도 많다. 심지어 영국왕실의 앤드류 왕자도 포클랜드 전쟁에 전투헬기 조종사로 참전했었고 아이젠하워 미국대통령의 아들도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중국의 모택동(마오쩌둥)의 아들도 한국동란에 참전하여 전사했지만 평범한 한 병사의 죽음처럼 애도하며 의연하게 대처했다는 기록이 있다. 지금 우리의 경우를 살펴보면 전시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특히 연예인들의 기피 현상은 가히 소리 없는 전쟁을 방불케 한다. 공인들인 연예인들은 부와 인기를 한 몸에 누리고 있으며 그야말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잘 사는 만큼 사회봉사 의무를 남보다 더 성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TV나 영화의 출연료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액수를 기록하고 있는 요즘 기피현상도 더욱 심해지고 있다. 신인들로부터 인기절정의 연예인들까지 기피하는 사례들도 갈수록 정교해지고 지능화되어 간다. 한 자료에 의하면 조기흥분 증후군부터 성격장애, 허리디스크, 정신질환, 어깨 탈골증에 이르기까지 혀를 두르게 하는 진단서를 첨부하여 면제를 받으려는 연예인들이 줄을 서있다. 우리 사회가 인기인이나 기득권자들에게 너무나 비굴하고 관대한 탓일까. 한 번쯤 고대 로마나 미국과 영국 그리고 다른 유럽의 경우를 거울삼아 반성해 봐야 할 것이다. 반면에 군대를 갖다 와서 오히려 더욱 인기를 모은 연예인들도 많다. 최민식, 신정환, 김상중, 유오성, 이상인 등은 특수부대 출신으로 지금도 인기연예인으로 활동 중이며 HOT의 일원이었던 문희준은 안티팬이 많았지만 성실한 군복무로 오히려 대중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얻었으며 안티 팬들조차 호감을 갖게 만든 연예인이었다. 지난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0년대 초반, 미국과 유럽에서는 많은 연예인들이 전쟁에 참여했었다. 그들 중에 특히 몇 명의 연예인들은 전 세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어빙 벌린과 알 졸슨 그리고 글렌 밀러가 그들이다. 이들은 모두 참전 당시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었고 마흔 살이 넘은 중년들이었으며 막대한 돈을 벌고 있던 재벌 연예인들이었다. 보통사람들 같으면 매년 들어오는 수 억 원의 돈으로 전쟁과 상관없이 인생을 즐기며 편안하게 살았겠지만 이들의 전쟁참여는 자발적이었으며 적극적이었다. 나이가 들어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자신이 전쟁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서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한 이들 세 사람의 행적은 연예인들이 벌이는 단순한 쇼맨쉽이 아니어서 더욱 귀감이 되고 있다. 전쟁 중에 병사들을 위해서 위문공연단을 결성하고 전쟁비용모금과 함께 <디스 이스 디 아아미(This is the Army)>라는 뮤지컬로 수많은 전쟁터를 오가며 공연했던 어빙 벌린. 알 졸슨은 자신의 수많은 뮤지컬 히트곡들을 부르며 포탄이 떨어지는 전쟁터를 넘나들었고 위문공연 도중 과로로 쓰러질 정도로 자신의 마지막 남은 인생 몇 년을 전쟁터에서 보냈다. 글렌 밀러(Glenn Miller)는 안타깝게도 위문공연도중 비행기 사고로 죽었다. 1944년에 공연을 위해 런던에서 파리로 이동하는 도중 기상 악화에 의한 비행기 실종으로 목숨을 잃었다. 물론 몇 해 전 공개된 미 국무성 문서에 의하면 글렌 밀러는 런던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으며 당시 이 사실은 미군 사기저하를 우려해 공개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정확한 사인이 무엇이든 글렌 밀러는 최전성기에 전쟁에 몸을 던졌던 스윙밴드의 위대한 작곡가 겸 지휘자였다.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앞둔 요즘 연예인들의 공천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그렇지만 공천에 대한 관심에 앞서 과거 선배 엔터테이너들의 행적을 거울삼아 사회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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