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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칼럼] 아직도 숲은 미래(未來)다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02월 14일


 안익수 시인(제3의문학주간)


 


예로부터 숲을 가꾸는 일이 풍수(風水)를 잘 다스리고 출중(出衆)한 인물을 길러내는 것과 같다하여 마을 어귀의 언덕이나 동구 밖 바람의 길에 나무를 심어가며 숲으로 가꾸었다.  숲은 집 앞의 텃밭이나 개천의 둑과 맞닿아 마을의 품에 뿌리를 내리고 살았다. 그러다 숲의 나무들은 한 여름동안 즐겨 입던 옷을 흙에 벗어 던져 토양의 밑거름으로 기꺼이 헌신(獻身)했으며 이듬해 어김없이 곡식이나 과일의 달콤한 물이 되어 주었다.  숲은 혼자 잘난 체 하지 않고 도둑과 바람의 문지기가 되어 마을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항상 손을 맞잡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었다.  그래서 숲이 울창한 마을에는 언제나 인심(人心)이 후덕(厚德)하고 이웃 간에는 함박웃음과 따뜻한 골목을 만들어가며 정이 우거졌다.  이처럼 숲과 마을은 한 식구처럼 오손도손 바람과 살아왔다.  동트는 아침에서 해 걸음이 지기까지 사람의 고단한 숨소리와 시원한 나무 그림자가 다정히 걸었다.  지금도 마을의 길가나 교정(校庭)과 시민공원에는 주로 나무를 심어 깨끗한 산소를 얻기 위해 친환경적(親環境的) 공간을 조성하기도 한다.  이처럼 사람이 숲과 서로 주고받으며 순화로울 때 세상은 화목한 것이다.  이와 같이 숲은 마을과 합력(合力)하는 공동체였다. 여기에서 농경생활의 "두레"나"품앗이"가 기원되지 않았나 도 싶다.  바로 이것이 자연과 인간의 소통이다. 모든 예술의 이해 또한 자연현상의 자명한 질서를 깨닫는 탐구에서 시작된다.  그러므로 인간은 숲에서 배운 교훈으로 푸른 마음을 터득했으며 옳은 세상을 향한 높은 이상과 너그러운 품안을 배웠다.  또한 숲이 물을 가두었다가 서서히 뱉는 수리작용을 통하여 가뭄을 대비하는 지혜를 얻기도 했다. 이것이 순환(循環)의 원리이며 사람이 자연과 동력(同力)하는 순리(順理)다. 곧"자연과 사람은 하나"다 라는 의미가 새겨져 있다.  생각해 보면 일제 강점기(强占期)에는 일본이"풍수설"을 근간으로 하여 한반도의 백두대간에 쇠못을 박고, 산맥의 정기(精氣)를 잘라 경부선의 철도노선을 그었다는 통설이 있기도 하다.  그것은 한민족의 피와 씨를 말리려는 계책(計策)이었지만 결국은 인간의 진리와 자유를 물어뜯는 역사의 미치광이가 되고 말았다. 이 역시 자연과 인간은 하나일수 밖에 없다는 엄연한 섭리에 대한 무모한 도전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오늘날 마을의 숲은 어떠한가? 숲은 마을을 떠나고 사람은 숲에서 쫓겨났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이별인가.  누구의 책임인가, 절박하다. 숲이 마을을 떠나면서 우수한 인재와 기후(氣候)마저도 마을에 등을 돌렸다.  누구의 잘못인가, 따져 묻기보다는 사람이 먼저 무릎이 닳도록 반성해야만 한다. 이제 마을을 떠난 숲은 다시 마을로 돌아와야 한다.  그리고 마을을 등졌던 인재들은 제 발로 걸어와 검은 속셈으로 물질만능을 부추기고 이웃과 정을 갈라놓는 권력과 명예만을 사냥할 것이 아니라, 반나절이라도 숲이 떠난 언덕과 개천에 삽질을 하고 작은 나뭇가지를 다독거리며 자신의 문패를 걸었으면 좋겠다. 외로우면 기억해 보라, 그을린 냄비에 푸성귀를 다져 넣고 침 삼키던 부뚜막과, 봄이 활짝 핀 날 꽃 사타구니를 빠는 나비의 등짝을 때려 하반신을 못 쓰게 한 개천의 개구쟁이 돌멩이들과, 일그러진 초승달 아래 두런거리며 쑥 태우던 연기를 떠올려 보라. 그 날에는 얼마나 철부지의 꿈이 컸던가... 가보자, 바람이 잠잠한 숲에는 산새와 들새가 날아와 춤을 추며 노래를 하고, 못질 안한 까치집에는 구름이 도란도란 모여 앉아 아침을 기다려야 한다. 이것이 자연이 연출하는 최고의 예술이기도 하며 비로소 사람은 위대한 배우이자 관객이 되는 것이다.  물론 입장료는 없다. 마음으로 쓰는 편지일 뿐이다. 그리고 답장읊 기다려서도 안된다.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0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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