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11일 포천천에 그동안 한번도 볼 수 없었던 진객이 날아들었다는 제보를 받고 나가보았더니 검은 목에 하얀 스카프를 단정히 매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수중보 근처의 풀 속에서 먹이를 먹고있는 흑기러기 1마리의 모습이 관찰되었습니다. 2000년 12월 30일 반포대교 아래 풀밭에서 1개체가 약 1주일간 머물다 간 기록이 있을 뿐 그 이후로는 내륙지방에서 발견된 기록이 없는 귀한 겨울철새인 흑기러기를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꿈만 같았습니다. 마치 검은 예복을 곱게 차려입은 새신랑처럼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흑기러기는 우리나라에서도 극히 제한된 지역에서만 월동을 하는 매우 귀한 새로 1930년 이후부터 그 수가 크게 감소하여 1982년 천연기념물 제 325호 및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있는 귀한 새입니다. 이 새는 시베리아 동부의 북극지방과 카나다 서부의 툰드라 지대의 호수나 갯벌 등지에서 번식을 하고 겨울에는 우리나라 동해안가를 따라 이동하여 주로 남해안 연안의 전남 여수와 하동 갈사 부산 다대포 지역에서 약 100여 마리 정도가 월동을 하는데, 내륙지방인 포천에서 발견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아마도 이동하는 무리에서 낙오하여 길을 잃고 그만 내륙으로 들어선 것이 아닐까 추정합니다.

우리나라에는 7종의 기러기류가 찾아오지만 흑기러기와 개리 2종만을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있는 귀한 철새입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전통혼례에서 목안(木雁)이라고 부르는 목각 기러기를 신혼때 폐백으로 가지고 갔을 정도로 귀하게 여기는 풍습이 있는데, 이 흑기러기의 모습에서 그런 신비스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포천천의 조류생태를 관찰해 본 결과 월동기와 번식기때 이동하는 무리들 중에 희귀조류가 1~2마리씩 찾아오더군요. 포천천은 조류가 이동하는 경로상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상 통과하는 무리중 낙오한 새들이 내려앉아 휴식을 하며 체력을 보충하고 그들의 목적지로 날아가곤 합니다. 그런데 하천폭이 너무 좁아 편안한 휴식을 취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예년의 경우를 보면 보통 10~15일 정도 머물다 가는데, 이번에 우리고장을 찾은 이 흑기러기는 딱 5일만에 아쉬움만 남기고 떠나갔습니다.

처음 흑기러기가 발견된 날에는 우리 일행이 풀밭에 숨에 있었더니 비교적 가까운 거리(약30M)까지 접근하여 수중보위에 걸쳐있는 풀을 뜯어먹는 자연스럽고 평화스런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마도 이들의 번식지가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극(極)지방이어서 사람과 접촉할 기회가 적어서 그런지 그다지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듯 하였습니다. 워낙 귀한 녀석이라 다른 탐조인들에게도 이 새를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저 제한된 공간에 공개를 했더니, 그만 너무 많은 탐조인이 찾아오게 되었고, 예쁜사진만을 찍겠다는 과욕으로 무리하게 접근하였고 심지어는 개울물 속에까지 사진기를 갖고 들어가 촬영하는등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더니 급기야 흑기러기는 11월16일 홀연히 떠나고 말았습니다. 모처럼 찾아온 진객인 흑기러기가 편안히 쉬며 체력을 보충한 후 무사히 떠나간 후에 소개하지 않고 미리 공개한 것이 무척 후회스러웠으며 그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한 장의 예쁜사진도 중요하지만 진정으로 새를 아끼고 보호하는 그런 마음을 갖고 탐조하는 성숙된 탐조문화가 빨리 정착되기를 희망하여 봅니다. 짧은 기간 머물다 떠나간 흑기러기가 포천의 좋은 감정만 기억했다가 내년에는 더 많은 식구들을 데리고 왔으면 좋겠습니다.
(2007.11.12 포천천에서 촬영) 포천신문 조사위원 이 상 일 017) 705-0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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