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이야기 = 33] 로저스와 해머스타인 2세의 뮤지컬 플레이(Musical Play)

뮤지컬 플레이(Musical Play)는 뮤지컬 드라마(Musical Drama)라고도 하는데 일부 연극학자들은 뮤지컬 플레이(Musical Play)가 플롯과 캐릭터를 중요시 하며 많은 분량의 대사가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북 뮤지컬과 구별하고 있다. 하지만 플롯과 캐릭터를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볼 때 1927년에 시작된 북 뮤지컬 <쇼 보트(Show Boat)>와의 커다란 차이점을 발견할 수가 없다. 대사가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다를 바가 없다. 그렇지만 등장인물들이 노래와 대사를 통해 보다 복잡하게 캐릭터를 발전시켜가며 초기 북 뮤지컬 보다 더 많은 양의 대사가 사용되고 춤을 사용하는데 있어서도 보다 줄거리에 밀착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이전의 북 뮤지컬들과 다르다고 볼 수도 있다.

어쨌든 뮤지컬 플레이(Musical Play)라는 용어는 작곡가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dgers, 1902˜1979)와 작사가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Oscar Hammerstein II, 1895˜1960)로부터 출발한다. 이들이 협력해서 만든 첫 작품이 <오클라호마(Oklahoma!, 1943)>인데 뮤지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게 되며 1945년에 발표한 <회전목마(Carousel)>와 함께 뮤지컬 플레이(Musical Play)의 효시로 일컬어지고 있다. 1943년에 역사적인 만남을 이루며 함께 작업을 시작한 두 사람은 이후에도 탄탄한 줄거리와 함께 많은 대사가 포함된 대본에다 가사와 극중 댄스도 극의 일부로 결합시켜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들의 뮤지컬 플레이들은 지방색을 띠면서도 역사적인 세트와 다소 복잡한 캐릭터들, 그리고 오페라적인 아리아와 발레적인 댄스 시퀀스 등을 결합한 독특한 구조들을 지니고 있어 매우 다채롭다. 무대의상들과 기술적인 효과들 그리고 댄스 안무들은 눈요기 거리만을 추구하는 사치스러운 뮤지컬보다는 스토리와 환경을 중시하는 감성적인 구조를 특별히 반영하고 있다. 많은 북 뮤지컬들은 항상 구식의 스펙타클에다가 어김없이 진지한 주제를 선택해서 이야기체의 요소를 혼합하고 있는데 로저스와 해머스타인 2세의 뮤지컬 플레이들은 이야기체의 요소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많은 뮤지컬 플레이들이 <오클라호마(Oklahoma!)>와 <회전목마(Carousel)>의 형식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물론 뮤지컬 플레이가 로저스와 해머스타인 2세가 의미했던 방향과는 완전히 다르게 발전해 나간 형식도 있다. 다소 오페라적인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사의 사용을 극도로 최소화하면서 전반적으로 노래나 혹은 춤이 더 주된 내용 전달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뮤지컬들이다.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뮤지컬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 <캐츠(Cats)>, <레미제라블(Les Miserable)> 등이 그들이다.

이들 두 사람은 브로드웨이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뮤지컬을 통틀어서 가장 성공한 파트너로 알려져 있는데 뮤지컬 플레이라는 형식을 개척하며 뮤지컬의 다양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오클라호마(Oklahoma!)>, <회전목마(Carousel)> 이외에도 <스테이트 페어(State Fair, 1945)>, <알레그로(Allegro, 1947)>, <남태평양(South Pacific, 1949)> 등이 1940년대에 발표되었는데 비록 <왕과 나(The King and I, 1951)>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 1959)> 등이 1950년대에 발표되어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1940년대가 뮤지컬의 "골든 에이지(Golden Age)"라는 찬사를 받게 된다. 로저스와 해머스타인 2세가 명작의 한가운데 놓이며 가장 행복한 시기를 보내게 되는 이 시기가 바로 브로드웨이뿐만 아니라 전 세계 뮤지컬계의 황금시대라고 하는데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 이르는 영국뮤지컬 시대에 버금가는 전성기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