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청 다듬은 새들의 수다에 이슬 머금은 과꽃도 고개 숙인 제비꽃도 얼굴 만 한 접시꽃도 잠에서 깨어난 아침. 한 잔의 차를 들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신혼시절 접시꽃 뿌리를 삶아 먹으라며 봉숭아 찧어 내 손톱에 얹으시고 곱게 물든 손 예쁘다며 금반지 끼워 주시더니 지금은 누구를 예뻐하시는지.... 질부는 무엇하고 있나? 시고모님 음성에 출렁이는 찻잔, 네! 고모님. 여름 내내 더우셨지요?
머리단장 해 드리러 가려구요. 고모님과 같이 걷던 이 길. 키도 작으신 분이 손 높이 들어 올려 양산 씌워 주시고 시어머님 야속함에 늘 대변인이셨던 고모님. 조카며느리가 그리 많아도 유독 나만을 예뻐하셨던 분, 돌아가신 후 이 길이 이토록 쓸쓸함은 다 못한 효도 때문이리라.
그늘진 땅을 보며 걷다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고모님 떠나시고 시어머님 받쳐주시는 양산... 팔순이 되어 가는 시어머님 , 고모님처럼 언제 떠나 실지 모르는 인생 길...팔을 끌어안는다.
(어머님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며느리 못 잊어 저승길 못 가신다는 말씀이 듣고 싶습니다) 어머니 팔 아프시잖아요. 양산을 받으려니 얘야! 양산도 못 씌워주면 죽을 일밖에 더 있니?
어머니 그럼 제가 팔십 될 때까지 양산 씌워주세요. 며느리의 방자함에도 어머니는 "오냐 오냐 하신다."
며느리가 아닌 딸이 되어 어머니 원하시는 것은 네, 네, 하며 순종하는 마음으로 모시리라.길 옆의 코스모스 한들거리며 고부간의 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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