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2살 터울로 딸5명이 있었다. 기다란 방 1칸에 군부대처럼 나란히 누워 자곤 했다. 난 그 중에서 좀 잘난 딸이 되고싶어서 밤늦게까지 시험공부를 했다. 문 쪽에 남은 조그만 공간에 작은 밥상을 펴놓고 혼자 시험공부를 했다.
그땐 출세나 미래의 꿈은 나의 관심 밖이었고 단지 시험을 잘 보면 큰형부가 용돈을 주셨고 엄마 아빠가 언니 동생 앞에서 칭찬을 해주시기 때문이었다.
옛날 집의 겨울은 쥐들이 밤이면 천정에서 놀다 배가 고프면 방안에 자주 출현하곤 했다. 그날도 공부를 하고 있는데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커다란 쥐가 화장대에서 나를 구경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너무 놀래서 숨이 멈춰졌는데 이 쥐는 내 눈을 마주치고도 도망갈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었다.
그날 밤 나는 시험공부도 못하고 쥐가 겁나서 조용히 조심조심 잠자리에 누웠다. 잠도 제대로 못 잤다. 그 후로 30년이 지난 지금도 쥐는 너무 무섭다. 딸아이가 시험공부를 하느라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는데 난 문득 그때 생각에 젖어본다. 참 세월이 빠른 것 같다.
토끼눈을 하고서 늦게까지 공부하는 것이 안쓰럽다. 공부는 1등 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준비하기 위한 필요 과정일 뿐인데.
하지만 부모마음은 내 아이가 뒤쳐질까봐 애가 탄다. 성적이 잘나오면 삶의 피로가 싹 가시는 것은 욕심일까? 보람일까? 어쩔 수 없는 내 마음도 욕심이 생긴다. 모쪼록 노력 한만큼 좋은 열매를 맺게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