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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걸의 플러스에세이 23] 뜻밖의 자유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3월 10일
< 김종걸 / 수필작가 >

비 온 뒤의 바닷가는 유난히 고요하다. 오후 늦게 찾은 바닷가 산책길은 사람도 드물어 한결 느긋하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멀리 떠 있는 섬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었다. 잔잔한 파도에 마음을 실어 본다. 세월이 흐르든 말든 높고 낮게 출렁이는 파도는 어쩐지 내 마음을 닮았다.

방파제 말뚝 모퉁이에 기대고 서서 친구가 보내온 카톡을 확인했다. ‘방탄소년단 성공 신화의 근원은 분노’라는 제목이 눈길을 끈다. 대학 학위 수여식에서 한 연사가 했다는 말이라고 한다. 사회에 나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부조리와 몰상식이 기다리고 있을 터이니 분노하고 맞서 싸우라는 당부였다. 그래야 문제도 해결되고 세상도 조금씩 변한다는 내용이었다.

카톡을 다 읽자마자 휴대전화에서 예리한 신호음이 울렸다. 확인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아차” 하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건전지 수명이 다됐다는 경고였다. 바닷가에 간다는 들뜬 마음에 건전지 상태도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주변을 둘러봐도 충전할 곳은 보이지 않는다.

문득 엉뚱한 생각이 스쳤다. 늘 휴대전화를 손에 들고 살면서도 정작 일상은 그 기계에 끌려다니고 있는 건 아닐까. 언제부터인가 나는 목줄 맨 강아지처럼 휴대전화에 매여 살아온 듯하다. 이런 답답함을 나이 탓으로 돌리자니 괜히 자괴감도 인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 한편이 가볍다. 휴대전화에서 잠시 벗어난 일상, 뜻밖에 찾아온 작은 자유다.

바닷가 산책길의 저녁노을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석양은 아무 말 없이 내일 떠오를 해를 준비하며 희망을 남긴다. 자연은 순리의 질서를 따라 제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제 길을 간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휴대전화에 충전 코드를 꽂았다. 잠시 후 충전 완료 표시등이 켜지며 다시 살아났다는 신호를 보낸다.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히 되살아난 화면을 바라보다가 문득 나를 돌아본다. 그동안 방전되고 소모된 내 삶에도, 다시 불을 밝혀 줄 충전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 작가 김종걸 ▶
○ 격 월간지《그린에세이》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가톨릭문인협회, 경기한국수필가협회 회원.

○ 수필집
“울어도 괜찮아”(2024),
“언론이 선정한 한국을 빛낸 명수필”(2022,공저)

○ 수상
제17회 공무원문예대전(현, 공직문학상)수필부문 우수, 안전행정부 장관상 수상.(2014)
제17회,19회 경찰문화대전 산문부문 우수, 경찰청장상 수상.(2016, 2018)
제4회 경기한국수필가협회 수필 공모전 우수상 수상.(2021)
제6회 대한민국 다문화 인권문학상 공모전 동상 수상.(2025)

○ 현장경찰로 34년 근무, 경정(警正)으로 퇴직하였다.
재직 중 대통령 녹조 근정 훈장 수상, 모범공무원으로 국무총리 표창,
근무 우수로 경찰청장 표창, 서울특별시장 표창, 서울, 경기지방경찰청장 표창 등
다수 수상하였다.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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