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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걸의 플러스에세이 13] 사람의 온기(溫氣), 삶에 대한 시선을 마주하다

- 시율 시낭송회 콘서트를 다녀와서 -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5년 12월 01일
< 김종걸/ 수필작가 >

햇살이 유난히 부드럽던 오후, 화성문화원 강당에 들어서는 순간 이미 오늘 행사의 성격을 직감했다. 문턱을 넘자마자 느껴지는 공기, 말하자면 오래된 시집의 첫 장을 펼쳤을 때 느끼는 은은한 종이 냄새 같은 것이 문화원 공간을 감싸고 있었다. 시율 시낭송회 10주년 기념, “백석 시 낭송 콘서트,” 단순한 행사명이 아니라, 마치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나는 자리처럼 느껴졌다.

먼저 행사의 문을 연“다소니 기타 앙상블”의 선율은 서로의 마음을 서서히 따뜻하게 데우는 장작불 같았다. 「Sounds of Silence」와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는 낭송이 시작되기 전, 우리 각자의 감정이 조용히 가라앉을 자리를 천천히 만들어주었다. 이어지는 낭송들은 시집 속 활자들이 무대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부성 에버텍 시 낭송 사랑방 회원들이 낭송한 정호승의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는 마치 한 사람 한 사람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얹고 “너도 괜찮다”라고 말하는 듯했고, 한봉희 님의 「여승」, 이정희 님의 「수라」, 장근경 님의 「가즈랑 집」은 잊고 있던 고향의 냄새를 불러오는 힘이 있었다. 그 순간, 시가 한 사람의 생을 얼마나 깊게 품어줄 수 있는지 새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별 낭송에서는 백석의 언어가 다시 한번 우리 곁에 되살아났다. 이룩, 이생진, 이종반 님이 전한 「별 헤는 밤」과 「내가 백석이 되어」라는 백석의 그림자와 오늘의 우리 사이에 보이지 않는 다리를 놓았다. 시란 결국, 시대를 건너도 사람의 심장을 울리는 방식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그 자리에서 조용히 확인했다.

뒤이어 펼쳐진 사랑과 외로움, 그리움의 낭송들은 다른 톤의 목소리를 타고 각기 다른 이야기의 결을 이루었다. 어쩌면 우리 인생도 이런 여러 목소리와 감정이 뒤섞여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스 하모니카의 박경아, 정준식님의 축하 연주 「사랑이여, 그대는 나의 인생」과 「개똥벌레」는 시와 음악이 서로의 온도를 나누는 순간이었고, 행사 후반부에 이어진 ‘사람의 온기’라는 주제의 낭송들은 결국 오늘의 자리를 완성하는 마지막 문장처럼 느껴졌다. 특히 「국수」를 낭송한 백설아 님의 단단한 목소리는 그릇 속 국수 한 올까지 따스해지는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이날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대 위의 화려함보다, 말과 말 사이에 스며 있던 서로의 진심이었다. 백설아 님의 안정적이고 매끄러운 진행도 그랬고, 김은희 시 낭송 아카데미 원장이 건넨 한마디, “함께 시를 읽고 삶을 이야기하며 한 가족처럼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라는 모든 순간을 하나로 묶는 리본처럼 느껴졌다.

행사가 끝나고 강당을 나서는 길, 겨울바람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속은 오랫동안 불 밝혀 둔 등잔처럼 환했다. 오늘 내가 들은 낭송들은 결국 시가 아니었다. 사람의 삶, 사람의 체온, 그리고 사람들 사이의 온기(溫氣)였다. 지금도 그 온기가 내 하루를 조용히 데우고 있다.

ⓒ 포천신문

◀ 김 종 걸 ▶
○ 격 월간지 〈그린에세이〉 신인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 가톨릭문인협회, 경기한국수필가협회,
그린에세이 작가회 회원.

○ 수상
제17회 공무원문예대전(현, 공직문학상)수필부문 우수, 안전행정부 장관상.(2014)
제17회,19회 경찰문화대전 산문부문 우수, 경찰청장상 수상.(2016,2018)
제4회 경기한국수필가협회 수필공모 우수상 수상(2020).
제6회 대한민국 다문화 인권문학상 공모전 동상 수상(2025).

○ 작품집
수필집 : 〈울어도 괜찮아〉(2024)
공 저 : 〈언론이 선정한 한국의 명 수필〉(2022)

○ 현장경찰로 34년 근무, 경정(警正)으로 퇴직하였다.
재직하면서 대통령 녹조 근정 훈장 수상, 모범공무원으로 국무총리 표창, 근무우수로 경찰청장 표창, 서울특별시장 표창, 서울, 경기지방경찰청장 표창 등 다수 수상하였다.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5년 12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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