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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익스피어 에세이

리챠드 2세의 몰락은 천심인가 민심인가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6년 12월 04일

세익스피어 에세이
리챠드 2세의 몰락은 천심인가 민심인가


16세기 유럽의박정근 대진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봉건주의국가에서 절대왕권국가로 발전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셰익스피어의 사극이다. 특히 『리챠드 2세』는 왕권신수설이라는 정치와 종교가 잘 협력하는 이데올로기가 시민들의 머리 속에 완벽하게 세뇌가 되어있는 상황이 흔들리면서 발생하는 비극이면서도 사극의 수작으로 분류된다.  왕권이 봉건영주의 충성심에 의존하는 체제에서는 왕과 영주간의 절대적인 신뢰관계가 필수적이며, 이것이 깨어지면 권력의 혼란으로 말미암아 국가 전체가 분란에 휩싸이게 된다. 20세기 민주국가인 우리나라도 대통령과 국민간의 신뢰관계가 약화되면서 통치자로서의 권위가 몹시 흔들리는 모습을 연일 신문과 방송을 통해 접하게 된다. 리챠드2세는 자신이 행한 정치적 행위, 즉 사촌 볼링부로크를 모브레이와 분쟁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추방시키고, 아일랜드 원정비용으로 그의 재산을 전용한 문제로 인해서 국민적인 저항에 직면한다. 이러한 국민적 저항에 대해서 리챠드는 “신의 손길이 나의 권력의 수행권에서 손을 떼었다는 증거를 보여달라. 어떤 자도 권력을 훔치거나 전복하지 않고서는 왕홀의 신성한 손잡이를 쥘 수는 없다”고 천명한다. 그러나 정적들이 생각하는 것은 왕은 봉건제도하에서 왕과 영주간에, 혹은 왕과 시민간에 약속된 것에 한에서 절대왕권이 가능한 것이지 무한하게 보장되어있는 것이 아니므로 그 이상의 권력남용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저항할 수 있다고 본다.      
얼마 전 바다이야기가 문제가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 것을 담당하는 관료이든 전문위원이든 그들의 판단의 권한은 적어도 국민들의 정신과 재산을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한도에서 위임된 것이지, 수많은 국민들이 도박성 노름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고 자살을 감행하도록 방치하는 것을 허용한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통치자들은 그들이 저지른 실정에  대해서 매우 관대한 평가를 내리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도탄에 빠져서 신음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들은 자신들의 죄과가 범죄가 아니라 정책적인 잘못일 뿐이라고 변명을 늘어놓는다. 실정의 주체인 리챠드 조차도 자신의 실정 때문에 들고 일어난 볼링브로크 진영에 대해서  “전지전능한 신이 우리를 위해서 구름 속에서 전염병의 군대를 모아, 너의 머리에 더러운 손을 대는 너희들의 태어나지 않은 자식들 조차도 치리라”고 공박한다.  하지만 그는 민심이 이반한 상황에서 자신을 따르던 자들이 민심의 추앙자인 볼링브로크, 즉 차기 왕 헨리 4세에게 몰려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무장 해제되고 몰락한 리챠드는 왕의 양위를 요구하는 볼링브로크의 힘에 눌려 “내가 왕이 아니라는 것을 보시오. 먼저 이 머리에서 무거운 물건을 벗어 드리겠소. 그리고 손에서는 이 귀찮은 홀도 내 드리겠소. 마음에서는 왕권의 긍지를 떼 내어 버리겠소. 성유를 내 눈물로 씻어내 버리고, 왕관을 내 손으로 내주고, 신성한 왕위를 내 혀로 취소하고, 만 백성의 충성의 서약을 내 입김으로 흩날려버리겠소.”라고 절망적인 자탄을 한다.
  우리는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법정에 섰던 전직 대통령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한다.       그들이 저지른 실정과 범죄행위로 인해서 대통령이라는 권위가 바닥에 떨어져 휴지조각처럼 국민들의 분노의 발에 짓밟힐 때 얼마나 처량하게 보였던가. 국회의 탄핵추진으로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고, 헌재의 결정을 초조히 기다리던 현 대통령의 모습 또한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었다. 역시 통치자의 힘은 절대군주의 시대이든 민주주의 시대이든 간에 민심이 떠나면 무력해지고 마는 것이 역사의 순리이다. 리챠드는 런던 탑에 억류되고 감시를 당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왕비와도 슬픈 이별을 감수해야 한다. 그야말로 퇴위되는 왕이 겪어야할 비극의 절정이다. 리챠드는 프랑스 공주출신인 왕비를 그녀의 조국으로 돌려보내면서 생이별의 아픔을 쏟아놓는다 “둘이 울어서, 슬픔을 하나로 하도록 합시다.  하지만 당신은 나를 위하여 프랑스에서 울어 주오, 나는 당신을 위해서 이곳에서 울겠으니. 가까이 있어도 어차피 하나가 될 수 없는 일이라면 차라리 멀리 떨어져 있는 게 낫소.  자, 가면서 갈 길을 한숨으로 헤아리시오. 나는 신음으로 헤아리리다.”  그는 감옥 안에서 자신이 처한 처지가 가져오는 상념에 시달리며, 왕과 걸인 사이를 오고 간다. 상상 속에서 국왕이 되어도 반역에 의해서 정치범 신세로 죽게 되고, 걸인의 궁핍 또한 견디기 어려워 국왕이 되어도 다시 반역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결국 인간이라는 운명을 지고 태어난 이상 완전한 ‘無’로 돌아가지 않는 한 번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리챠드의 왕위는 그 권위가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도구가 되어서는 그의 평화를 보장하지 못한다. 그는 자신의 실정으로 인해 영광의 권좌에서 밀려나고, 민심 이반으로 철저히 소외된 채 볼링브로크에게 왕위를 양위할 뿐 아니라, 떠오르는 태양, 신왕에게 충성하고 신임을 받으려는 엑스톤과 자객에게 살해되고 만다. 자신의 왕위는 천심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영원하리라고 믿었던 리챠드는 민심의 철퇴에 의해서 가련한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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