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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영/ 포천신문 운영위원장, 노인빈곤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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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곱게 물들인 강화도의 사찰을 낙엽 밟는 바스락 소리 들으며 도반들과 걸었습니다. 어느덧 낙엽이 수북이 쌓인 가을의 끝자락입니다. 삼국시대 인도의 한 승려가 기도 후 고려산 정상에서 다섯 색의 연꽃을 날린 다음 꽃이 떨어진 자리마다 5개의 사찰을 세웠는데, 그중 하얀 연꽃잎이 떨어진 자리여서 백련사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산보도중 옆의 도반이 물었습니다. 오늘은 가을인가요? 겨울인가요? 문득 떠오르는 말 -‘철부지(不知)’가 철(계절)을 모르는(不知) 사람-을 뜻한다면 제가 딱 그 사람입니다. 땅에 뒹구는 낙엽을 밟으며 마냥 가을인줄 알고 있었는데 대학입학 수능시험일이 내일 모래이니 ‘맞다, 겨울이구나!’ 놀랐으니까요.
마침 엊그제가 절기로 입동(立冬) 이었습니다. 입동(立冬)은 말 그대로 절기로 겨울에 들어서는 날입니다. 서리 내리는 상강(霜降)과 첫눈 내리는 소설(小雪)의 사이에 있으며 물이 얼기 시작하므로 겨울 채비를 시작합니다. 원래는 김장도 입동 무렵 담가야 제 맛이라고 합니다. 이웃을 위하는 마음이 먼저였던 우리 조상들은 입동이면 혼자 겨울을 준비하기 힘든 이들을 먼저 챙겼습니다. 우선, 경로잔치 일명 ‘치계미(雉鷄米)’가 있었습니다.
치계미는 꿩과 닭과 쌀이라는 뜻으로 원래는 사또 밥상에 오를 반찬값으로 받는 뇌물을 가리켰는데 마을 어르신들을 사또대하듯 극진하게 잘 대접해야 한다는 뜻에서 이 이름을 붙었다고 합니다. 조상들은 입동무렵에 감을 따면서 추위에 배곯을 날짐승들을 위해 좋은 감 몇 개씩을 남겨두었습니다.
일명 ‘까치밥’이지요. 또 벼를 추수한 뒤 논에 떨어진 이삭을 줍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입에 풀칠하기 힘든 누군가를 위한 마음이었습니다. 금강경에는 무주주상보시 (無住相布施)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보시는 ‘내가’ ‘무엇을’ ‘누구에게 베풀었다.’라는 자만심 없이 온전한 자비심으로 베풀어주는 것을 말합니다.‘내가 남을 위하여 베풀었다.’는 생각이 있는 보시는 진정한 보시라고 볼 수 없습니다.
내가 베풀었다는 의식은 집착만을 남기게 되고 궁극적으로 깨달음의 상태에까지 이끌 수 있는 보시가 될 수 없는 것이므로, 허공처럼 맑은 마음으로 보시하는 무주상보시를 강조한 것입니다. 조선 중기의 휴정(休靜)스님은 나와 남이 둘이 아닌 한몸이라고 보는 데서부터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 보시를 위해서는 맨손으로 왔다가 맨손으로 가는 것이 우리 인생의 살림살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전제하였습니다.
가난한 이에게는 분수대로 나누어주고, 진리의 말로써 마음이 빈곤한 자에게 용기와 올바른 길을 제시해주며, 모든 중생들이 마음의 평안을 누릴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참된 보시라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나보다 힘든 누군가를 먼저 생각하는 삶은 정신건강에도 좋았습니다. 옛날 조상님들은 치매를 앓는 어른들이 별로 없으셨고 아무리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이라 하더라도 힘들이지 않고 할수있는 가사일들은 도맡아 하셨습니다.
현대 과학자들의 연구결과 사람은 어떤일이라도 자신의 몫의 일을 꾸준히 할때 건강하고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나눌 때 무엇인가를 성취했을 때보다 훨씬 더 큰 행복을 느끼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또 나누고 감사하는 사람들이 먼저 정상에 도착하려고 경쟁하는 삶을 사는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는 것도 입증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하면 우리 조상님들은 참 푼푼하고 행복하게 잘 사셨던것 같습니다.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상님들의 나눔정신을 본받아 금년 겨울에는 작은 것이라도 힘든 이웃들과 나누며 행복하시기를 권면합니다.
김남영/ 포천신문 운영위원장, 노인빈곤문제연구소장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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