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대 초에서 30년대에 이르기까지의 소설작품들에는 교육 문제 관련 내용들이 풍부하다.
이들 작품들은 당대 사회의 시류성이나 현실을 반영한 리얼리즘 작품들이 주류를 이룬다.
따라서 이를 통해 일제 식민지의 지식인의 양성 및 배출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개화기소설에는 몇 편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피교육자만 나타나고 교육자가 나타나지 않는다.
거의 모든 인물들이 배우기 위해 해외로 떠나거나 배우고 있는 입장이지 가르치는 교육자의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만큼 이 시기는 교육을 담당할 전문 지식인이 배출되지 못했고, 국내의 교육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해 준다.
이인직의 <혈의 누>와 <은세계>는 교육의 당위성을 부각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 주권의 포기와 교육의 해외 유학 의존으로 교육 문제의 가장 중요한 핵심을 간과하는 결함을 노정한다.
물론 이들 작품들이 당시의 시류성, 혹은 시대명제를 반영한 것들이기는 하다.
그러나 교육은 당위성 못지 않게 "누구를 위한 누구에 의한" 교육인가라는 교육의 주체성과 목표가 더 중요하다.
특히 <혈의 누> 이후, 개화기소설의 인물들이 해외 유학 일변도의 열풍을 이룬 것은, 위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깊은 반성 없이 이루어진 맹목성을 드러낸다.
개화기소설의 많은 인물들이 해외 유학을 떠나는데 이들 유학 세대들은 직․간접으로 다음 세대의 교육을 담당할 주역들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교육 주권의 상실로 인해 이들은 출발부터 선진 문명의 차용에 기울 수밖에 없었고, 도구적 지식인 혹은 그람시(Gramsci)가 말하는 유기적 지식인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다.
즉 식민지 지배자의 필요에 의해 길러지고 편입된 실용적 목적의 지식인으로 이들의 세계관은 지배자의 이익이 그 소실점이 된다.
이들은 또 일제의 문화상품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는 선전자 또는 소비자로서의 일정한 기여를 했다.
이는, 가치 기준의 확립 없이 교육의 당위성과 그 열기만으로 이루어지는 해외 유학과 민족 교육의 부재 현상이 초래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민족 교육 부재 현상은 오늘날 교육 시장 개방이라는 현안과의 관련에서, 또는 무분별한 해외 교육 지향은 우리 교육이 극복해야 할 하나의 과제라는 점에서 깊이 성찰해야 할 역사적 교훈이 된다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이해조의 <자유종>은 당시 한국 교육의 전반적인 문제를 비판하고 반성했다는 점만으로도 값진 의미를 갖는다.
<자유종>에서 논의된 교육론이 한국의 역사 현실에 인식의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국혼, 국민정신, 국가정신 등으로 표현되는 교육 이념으로 집약된다.
가치 기준의 확립 없이 교육의 당위성과 열기만에 의존한 해외 유학이 갖는 교육의 한국 부재 현상을 내장시킨 것이 개화기소설의 대부분의 실상인데 비해, <자유종>은 한국 교육의 전반적인 문제를 주체성에 입각해 성찰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적 지성의 맹아를 보여준다.
<무정>에서도 해외유학이라는 떠남이 개화기소설의 그것과 공통성을 보인다.
교육이 민족정신 형성의 기틀이 되어 왔고, 교육정신은 곧 민족정신이라 할 만큼 민족 정신사의 간류를 형성해 왔다.
<무정>에서의 교육은 이 시대 가장 성스러운 것으로 신성시 된, 시대정신을 표상한다.
교육이 시대의 구심적 가치로, 또는 구원의 빛으로 절대화되고 있음을 보게 한다.
<무정>은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의 순수성과 교육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무정한 시대를 사는 인물들의 존재 방식이요 가능성임을 제시한 것이다.
즉 <무정>은 근대적 자아로서의 개아의식이 아니라, 시대 인식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자아(social self)로서의 "우리 의식"을 자각하는 존재론적 탐색의 소설이다.
그 존재론적 인식의 도달점에 교육자의식이 놓인다.
이 교육자의식이 작가의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교육자의식의 과잉은 주체와 현실을 가리는, 환상의 빛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남는다.
1920 년대 소설은 피교육자인 젊은이들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경우와 교사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경우로 대별된다.
전자는 피교육자의 교육과정을 통해 성년에 이르는 의식의 성숙을 다루고, 교육자의식이 그 배후에서 작용하고 있다는 공통성을 지닌다.
후자는 참교육의 좌절을 통해 식민지 교육의 비인간화를 고발하고 있다.
1920 년대 소설은 해외 유학생의 돌아옴, 또는 교육받은 젊은이들의 입사(initiation)가 문제된다.
이들의 귀환과 입사라는 회귀성에는 자신들이 받은 교육의 혜택을 사회에 되돌리고자 하는 책무감과 자신들이 봉사해야 할 사회적 기반에 대한 성찰에서 오는 회의 사이에서 방황하고 좌절하는 심한 정신적 갈등을 표출하고 있다.
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게고리>(1921)와 <만세전>(1922), 유진오의 <오월의 구직자>(1929)는 국내 교육의 졸업생이 사회에 들어가는 이야기이다.
<표본실의 청게고리>와 <만세전>에는 그 전대에 해외 유학을 떠났던 인물들이 국내로 귀환하는 뚜렷한 양상을 보여준다.
<표본실의 청게고리>의 인물들은 현실에 뿌리 내리지 못하고 부동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은 비록 시대와 현실의 압력을 개인 의식화하여 질식 상태의 자의식 과잉을 나타내지만, 현실에 정면 대응할 주체적인 실존에의 자각과 결단에 이르지 못하는 미숙 상태에 머물러 있다.
<만세전>의 주인공에 이르러 주인공 유학생은 성숙한 성인에 도달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졸업 시험을 치르는 도중에 동경 유학생을 불러내어 아내를 임종케 하고, 아내를 공동묘지에 묻게 하고, 또 그 공동묘지로 환치되는 조국의 가혹한 현실을 돌아보면서 주인공은 비로소 주체적인 실존에의 자각과 결단에 이르는 지식인의 면모로 변화된다.
동족의 공동체적 삶에 대한 보편적 인식에 도달하는 과정이 지식인으로의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오월의 구직자>는 국내에서 교육 받은 젊은이들의 입사 형태를 보여 주는 소설이다.
이 주인공은 취직의 좌절을 통해 성숙과 각성에 이르고, 자신의 진로를 결정한다.
그는 노동자 계급이라는 사회 집단으로 들어간다. 그의 졸업은 때늦은 5월에 이루어진다.
<만세전>의 교육자의식이 민족의식에 바탕한 것이라면, <오월의 구직자>는 계급의식에 바탕을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해외 유학의 결핍 사항을 주체적 민족의식이라고 통찰한 작가의식의 소산이며, 국내 교육의 경우는 민족의 현실이 교육 환경을 구성하는 직접성에서 유인되는 것으로, 현실 타개책이나 투쟁의지의 결속을 하층민에게 기대한 결과라 할 것이다.
한편 염상섭의 <E선생>은 귀국한 해외 유학생이 교사가 되어 참다운 교육관을 펴려다가 좌절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참교육의 좌절은 20년대 교육의 성격과 근본적인 문제점, 곧 식민지 교육의 비인간화를 폭로하고 비판하는 데 본의가 있다.
이 비인간화는 노예화 교육, 군국주의․침략주의 수단으로서의 교육, 상호존중․화해의 질서원리 유린, 근대 개인주의 및 성윤리 왜곡 등 식민지 근대화의 역작용에 봉사하는 도구적 이성의 양산으로 규정할 수 있다.
여기에 가세하는 것이 가정의 자유를 억압하는 봉건적 지배윤리이다.
이 두 가지는 현실의 역동적 생명력을 압살하여 불모화시키는 안팎의 요인이다.
이러한 현실의 불모성이 젊은이들로 하여금 자기의 근원에 회유할 수 없게 하는 장애물이 된다.
<E선생>은 식민지 교육의 본질 , 곧 그 도구적 이성을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 전문가로서 궁극적으로 공동체적 삶의 보편성에 도달하고 있는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다.
1930 년대 소설의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가 교육에 대한 집중적인 비판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식민지 지배 체제의 핵심이 교육 제도에 있고, 그 지배력이 교육에서 나온다는 인식의 결과라 하겠다.
채만식의 <레디메이드 인생>에서는 교육비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식민지 교육 자체를 거부한다.
지식인의 취직난을 중심으로 무분별한 교육 과열에서 그 원인을 규명하고, 이 교육 과열이 식민지적 상황 악화의 엔트로피라고 보는 것이다.
또한 교육이 현실에서 겉돌 수밖에 없는 지식인의 성격적 요인, 즉 현실 부적응의 성격적 장애 요인들을 어떻게 형성시켰는가를 생태학적으로 검증해 보였다.
그 결론으로 도달한 것이 식민지 교육에 대한 거부인 것이다.
교육 비판에서 드러나는 바, 교육적 지성의 성숙은 참교육의 본질에 대한 자기 인식 및 식민지 교육의 비인간화에 대한 비판의 예각성에서뿐만 아니라, 비판적 방법의 다양성과 교묘성에서도 볼 수 있다.
민족적 구원의 빛으로 절대화․종교화되었던 교육에 대한 맹신적 열풍이 결과적으로 식민지 통치 교육의 비인간화에 어떻게 영합하는가를 진단하고 비판하는 작가의식이 전대의 작가들과는 분명히 다른 면모를 보인다.
식민지 교육의 본질과 그 감추어진 의도의 음흉한 교활성을 더욱 교묘하게 뒤집어 드러내는 대칭논리, 냉소적 야유, 그리고 냉소적 가락의 공격과 거부 등이 방법적 지성의 성숙에 이르렀음을 볼 수 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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