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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진의 연재 수필 아빠 어렸을 적에(44)-전쟁놀이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5년 11월 11일

우리들이 가장 즐겨하는 놀이는 전쟁놀이였습니다.

학교에서 미술시간에 찰흙을 가지고 만드는 것도 대부분 탱크나 군인 트럭, 지이프 차 등을 만든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나무로 긴 칼을 깎거나 화약총을 만들어 가지고 놀지요.

나무칼은 북나무로 깎으면 가볍고 결이 순하여 깎기에 편하답니다. 그렇지만 금방 부러지는 것이 흠이지요.

산소가 몰려있는 새능모퉁이는 우리들의 전쟁터입니다. 산소를 밟으며 편을 갈라 칼싸움을 하는 것은 정말 실감이 납니다. 군인극장에서 본 성웅 이순신이란 영화는 너무도 재미있었고 이순신 장군은 우리의 영웅이기에도 충분하였습니다.

그래서 보통 이순신 편과 을지문덕 편으로 많이 나뉘어 싸우지요. 화약총은 권총모양으로 깎아 고무줄로 방아쇠를 당길 수 있게 만들고 화약을 사서 한 알 넣은 후 쏘면 근처 새들이 모두 날아가지요. 가을에는 논에 나아가 새 쫓기에도 쓰인답니다.

화약 소리만 나는 화약총을 만들어 편을 갈라 집 앞뒤로 숨어가며 싸우는 시가전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먼저 총소리가 나면 한 편에서는 ‘으악!’하며 죽는시늉으로 쓰러지지요.

겨울이면 아이들은 사냥을 한다며 활과 화살을 만들어 가지고 놉니다.

활을 만들 활 감으로는 물푸레나무와 뽕나무가 좋습니다.

뽕나무와 물푸레나무는 탄력이 좋고 잘 부러지지 않는 나무입니다. 활을 만들려면 시위로 쓸 줄이 필요하였지요.

활시위로 쓸 끈은 보통 군인들의 통일화 끈이나 운동화 끈, 그리고 닥나무로 꼬은 줄이나 마닐라 삼 줄을 사용하기도 하였지만 가장 좋은 시위 줄은 군인들의 통신수단으로 사용하는 전화선(일명 삐삐선)이 가장 좋습니다. 전화선 속에는 강선이 들어있어서 끊어지지도 않거니와 뺑뺑이 당기면 그 탄력성이 화살을 멀리 나가도록 작용하거든요.

우리들은 총알의 화약을 화롯불에 녹여 제거하여 그 탄두를 수숫대의 수마리에 끼워 사용합니다. 화살은 그 살상력으로 보아 충분히 꿩과 새 정도는 잡을 수 있었으나 아이들에게 잡혀 줄 날짐승은 없습니다.

동네 근처에서 군인아저씨들이 박격포사격 훈련이 있는 날이면 우리들은 군인들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박격포가 들어있던 포탄껍질을 줍기 위해 훈련장 근처를 서성이지요.

105밀리 박격포의 포탄이 들어있던 껍질을 주워 양 쪽에 줄을 꿰어 화살통을 만들어 메고 다닙니다. 어깨에 화살통을 두르고 산소랑 야산을 뛰어다니는 우리는 어느새 옛날 장수들이 싸우던 것을 실감하며 실제 병사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답니다.

아이들에게 가장 재미있는 겨울철 놀이를 꼽으라 하면 뭐니뭐니해도 불장난이지요.

쥐불놀이는 농사를 다 지은 후 논두렁을 태워 논두렁에 숨어있는 해충들의 알을 제거하고 쥐를 잡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동원하여 각 마을마다 논두렁을 태우러 다니는 쥐불 놓기 대민 지원 행사를 벌이기도 하지요.

쥐불을 놓다보면 실제로 쥐들이 튀어나와 쥐들을 잡느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우리들은 서지울 댁 앞개울에서 썰매를 타다가 실증이 나거나 손발이 시리면 불장난을 합니다.

불장난은 어른들이 극구 말리는 놀이입니다. 그러나 말릴수록 우리들에게는 가장 재미있고 신나는 놀이가 불장난이지요.

마을의 지붕은 거의 모두가 초가지붕이었기에 불똥이 날아가 불이 나면 치명적입니다. (계속)


김 순 진
시인, 소설가, 수필가
http://cafe.naver.com/yob51
011-9123-4422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5년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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