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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진의 연재 수필 아빠 어렸을 적에(40)]과자 한 박스를 줍다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5년 09월 30일

“와! 고소미다!”

우리들의 입은 크게 벌어졌습니다.

우리들은 우선 한 봉지씩 나누어 들고 봉지를 찢어 고소미를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배고프던 아이들의 입에서 고소미는 사르르 녹는 것 같았습니다.

“야, 이거 되게 맛있다!”

입에서 채 씹기도 전에 한 입 찢어져라 넣은 한 아이가 발음이 터지는 소리로 말했습니다.

“맛있긴 뭐가 맛있어 이놈들아!”

우리들의 목 뒤에서 바리톤 같은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우리들은 입에 과자를 한 입씩 가득 물고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우리들 뒤에는 군용 덤프트럭이 서 있었고 군인 두 명이 내려서 우리들을 압도하며 꾸짖었습니다.

“야, 이놈들. 니덜 뭐하는 거야! 과자를 주었으면 주인을 찾아 주어야 할 것 아니야! 모두 이리 내놔!”

군인들 둘은 우리들이 뜯어 먹던 봉지마저 빼앗아 박스에 담고 트럭에 올라탔습니다.

아이들은 울면서 트럭의 옆 문짝에 매달렸습니다.

“조금만 주세요. 네?”

아이들의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에 측은한 마음이 들었는지 조수석에 탄 군인이 우리들이 뜯어 먹던 과자 봉지와 서너 봉지를 차창 밖으로 내던지며 출발하려 하였습니다.

순간 내가 군용 트럭의 앞을 막아섰습니다.

그리고 가방에서 공책과 연필을 꺼내 연필에 침을 발라 차량 넘버를 적었습니다.

“너 이놈 뭐하는 거야!”

조수석에 탔던 군인이 내렸습니다.

“으음, 아저씨 이름 강 아무개죠, 계급이 병장이시네. 아저씨 부대 공병대대 일대대죠? 난 다 알아요. 내가 아저씨들 헌병대에다 이를 거예요. 이제 갈래면 가요! 우리 옆집에 일대대 오상사가 사는데 다 이를 거예요.”

나는 군인의 이름표를 보며 침착하게 말하였습니다.

그러자 군인들은 안절부절 못하는 눈치입니다.

“야, 그러지 말고 우리가 과자 반을 줄게!”

운전석에 앉았던 상병이 내려와 말하였습니다.

“어, 이 아저씨 이름은 권 아무개 상병이네? 우리 과자 필요 없어요. 뭐, 어차피 우리들 것도 아닌데요 뭐?”

나는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병장이 퉁명스럽게 말하였습니다.

“야 니덜 다가져라!”

“뭘 우리들이 다가져요. 우리가 주운 것이니까 원래 우리 건데….”

나는 당연하다는 듯 과자 박스를 건네받았습니다.

“야 대신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병장이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러면 아저씨도 우리에게 미안하다고 해요!”

나는 병장을 노려보듯 말하였습니다.

“그래, 미안하다 미안해!”

병장은 애써 호들갑을 떨며 말했습니다.

“알았어요. 그럼 우리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게요. 자 아저씨들두 과자 잡수세요.”

나는 그 군인들에게 과자 네 봉지를 건넸습니다.

그 군인들은 우리에게 과자를 통째로 빼앗으려다 망신을 당하고 오히려 과자를 얻어 가지고 차를 타고 달아났습니다.

“야호! 까르르르륵!”

우리들은 달아나는 군용 트럭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큰소리로 웃었습니다.

우리들은 백 개들이 고소미 과자 한 박스를 열대여섯 봉지씩 나누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나는 그날 저녁 감자 섞인 보리밥이 싫다며 밥을 물리치고 과자로 배를 채웠습니다.    
      
(계속)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5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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