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 신북면 심곡리는 왕방산과 국사봉, 하늘봉, 덕령산의 골짜기 부분에 속해있어 심곡(深谷)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정말 명칭대로 깊은 골자기들의 사이에 마을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 방문한 심곡3리는 1리와 경로당을 같이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을에 인원이 많아지면서 3리가 분할될 때 짐을 쌓아두는 공간을 2006년 리모델링해서 현재는 마을회관과 경로당을 고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날 경로당에서는 이보승 노인회장, 이찬휘 총무, 이현휘 이장을 만나 경로당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나갔다.
30명(남 14, 여 16)이 생활하는 단층 건물의 경로당에서 들어서자마자 유난히도 눈에 띄는 것은 달력이었다. 빨간 매직으로 날짜아래 표시돼있는 숫자들이 인상적이었는데 경로당 회원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숫자암호이다.
이보승 회장은 “저 숫자들은 우리들이 정한 일종에 규칙”이라며 “2일에 한 번 당번이 바뀌는데 날짜아래 숫자가 적힌 날은 당번들이 활동하는 날이고, 적힌 숫자의 조가 당번인 날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 당번은 3년전쯤인가 제비뽑기로 공평하게 정해서 회원들의 불만 없이 지금까지 돌아가면서 활동하고 있다”며 “서로 당번인 날에는 경로당에 필히 참석해 청소나 식사를 준비하고, 1명밖에 못나오더라도 그날은 무조건 그 나온 1명이 해야하는 일”이라며 우리들만의 어길 수 없는 규칙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엔 불편사항도 많고 트러블도 자주 일어났지만 편성된 조가 시간이 흐르니까 자연스럽게 정착돼 이제는 일이 있어서 못나오더라도 싸우지 않고 협동해서 해나가면서 그만큼 회원들의 단합도 좋아지고, 마을 행사의 참여도 높아졌다고 한다.
또 이 경로당의 특징은 이찬휘 총무, 이보승 회장을 비롯해 국가유공자가 남자회원들의 절반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날 취재에도 젊은 시절, 전쟁을 겪으면서 있었던 생생한 경험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한 회원은 “요즘이야 불안요소가 있지만 전쟁이 직접적으로 일어난 것도 아니고 군 인원이 부족한 것도 아니여서 승진이 힘들다고 들었지만 그때는 하루아침에 상관이 주검이 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며 “몇 달 사이에 고속승진해서 계급이 2단계 3단계씩 올라간 적도 있다”고 옛기억을 꺼냈다.
밥을 먹을 시간이 없어 끼니 때 되면 반찬은 사치고, 소금물에 손을 넣었다 빼서 주먹밥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그럼 소금기가 겉도는 밥을 빠르게 먹고 다시 업무에 복귀했었다는 일들도 있었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총무는 “요즘 세대들은 전쟁이야기를 하면 이해를 잘 못하지만 그때당시 정말 어렵고 힘들었다”며 “워낙 정신이 없는 통에 가족들 잃어버리고 친했던 사람이 없어지는 것은 거의 모두가 겪어야 했던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이현휘 이장은 “어려웠던 시절에 비슷한 기억 때문에 어르신들이 더 돈독하게 경로당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것 같다”며 “어르신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오랫동안 즐겁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아픔을 기억하고 있는 심곡3리 어르신들에게 앞으로 행복한 일들만 생겨나길 바라고, 2층 증축을 계획하고 있는데 올해 증축이 돼서 넓은 공간에서 편하게 생활하고 싶다는 바람이 이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