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겨울 대낮부터 흩날리기 시작한 눈발에도 한낮의 태양은 붉기만 하다. 무언가 희미한 기억이 떠오른다, 문득, 아니, 예상대로, 예상 밖으로, 아니 필연적으로, 아니 환영처럼, 아니 악몽처럼, 정류장, 마을버스, 이것은 무엇인가? 흩날리는 눈발 속에서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보니 붉은 태양이 보인다. 아련한 기억 속의 태양, 그런 것 같다.
닥종이로 만든 전등처럼 저 홀로 떠 있는 도로 위의 태양, 흩날리는 눈, 허공에 들려오는 삶의 웃음소리…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아 있는 누군가가 중얼거린다, 눈이 내리는군요. 누군가, 기억 속에서, 그러나 나는 예전에도 이 붉은 태양을 여러 번 보았다.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