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 소흘읍 추산마을 송우2리 주공5단지 노인정에서 14일 정오에 경로잔치가 열렸다. 주공 5단지는 466여 가구 1500여 명이 모여 사는 아파트며 수도권에서는 비교적 소규모에 속하는 마을로 새터민, 기초생활 수급자, 장애인 등이 주된 입주민이다. 일명 ‘추산마을’로 칭하기도 한다.
2004년 대한주택공사에서 신축한 국민임대 아파트로 소외되고 불우한 계층이 모여 살고 있지만 예상과 달리 깨끗하고 여느 아파트와 같이 정돈이 잘 된 모습이다. 20평형과 23평형으로 구성되며, 보증금 2천만원 대에 월 임대료는 10만원대라고 문준영 관리소직원은 말한다.
단지 입구에서 왼쪽으로 20여 미터 들어서 오른쪽 편에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나오고, 그 바로 옆에 노인정이라는 간판이 눈길을 끈다. 1층에 위치한 노인정에는 방이 3개, 화장실, 부엌, 운동기구 등 마치 일반 가정집을 약간 개조하여 만든 것 같은 느낌이다. 이곳에서 한명석 노인회장, 김영 총무 등 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주공5단지 경로당 회원 수는 20명(남 11, 여 9)으로 예전 40여 명에 육박하던 것에 비하면 지금은 아주 적은 수의 어르신들이 이용한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단지자체가 다른 아파트에 비해 소규모고, 매달마다 노인정 회비를 내야지만 이용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경로당 관리와 청소는 관리사무소(소장 윤재관)의 지원을 받아 가며 운영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경제면에서 꽤나 어려워 보인다. 이날은 경로잔치를 위해 특별히 소꼬리를 사가지고 와, 이틀 동안이나 푹 고은 ‘소꼬리 곰탕’이 주된 요리였지만, 잔치라고 하기엔 소박한 밥상이었다. 어르신들은 한 달에 한번 20일날에 단지 내 꽃밭 제초작업, 재활용품 분리수거 등 쾌적한 아파트 단지 조성을 위해 봉사활동을 한 후, 외식을 한다고 한다.
어르신들은 운영비 부담을 덜기 위해 여름철 에어컨과 선풍기 사용 빈도도 줄이고 또한, 전등사용도 자제하고 겨울철 난방도 제한하는 등 열악한 살림을 꾸려나간다고 한다, 매달 전기료, 가스요금, 각종 공과금을 납부하면 시에서 지원 받는 운영비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이종윤 어르신은 “주공 5단지는 취약 계층이 모여 사는 서민들 삶의 터전이다. 어르신들이 한달에 15,000원 하는 회비를 내지 못해 경로당에 나오지 못하는 현실이 못내 안타깝다”라며“노인회 분회와 지회에 납입하는 년 회비라도 감면받을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 줬으면 한다”라고 안타까운 속내를 털어놓는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거의 모든 노인들의 경제상황이 그렇듯이 월 50여만 원은 혼자 오롯이 생계를 꾸려가기엔 빠듯한 액수다. 따로 살고 있는 아들에게 손 벌릴 처지는 아니다. 곧 재개발될 서울의 한 주택가에서 포천 송우리의 임대아파트로 집을 옮겨, 월세 방값을 월 30만원에서 10만원대로 줄이긴 했지만, 기초연금 12만원에 아들이 간간히 보내주는 30만원으로는 노후생활에 대한 불안이 여전하다. 전라남도 시골에 약간의 논을 가지고 있어, 다른 노인들처럼 20만원을 수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관리비에 생활비며 약값, 병원비에 쪼들리다보니 친구를 만나거나 여행을 다니거나 노인정에 나가 소일거리 삼는 일상이 때론 사치처럼 느껴진다. 나이 70을 넘은 노인네가 한국 사회에서 일할 곳은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기초연금은 한평생을 고생한 노인들을 위한 후배당 성격의 보상이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65살 이상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주겠다고 약속했던 공약이 사실상 최초의 기본소득 개념을 도입한 것이었다.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해주자는 취지다. 재산·소득·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20만원이 똑같이 지급돼야 한다. 노인·여성·아동 등 여러 취약계층이 있지만 특별히 노년층에는 더욱 더 자원을 배분해야 하는 까닭이다.
예를 들어, 복지천국으로 불리는 스웨덴은 국민의 40%가 지방정부 관할의 임대 주택에서 살지만, 우리나라는 공공 임대 주택 공급 비율이 4%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소형 임대 주택밖에 없고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임대 주택에 사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2015년 현재 대한민국에는 30~40퍼센트의 사람들이 자기 주택이 없이 살고 있다. 소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생활이 어려워 저축도 할 수 없는 사람에게 주택 매입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소득이 낮더라도 국민이 인간적인 삶을 살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의식주 중 주거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일반 아파트보다 가격이 저렴한 임대 아파트에 살면서 생기는 여윳돈을 문화생활이나 자녀 교육, 식생활, 노인정 회비 등 더 나은 삶을 사는 데 활용할 수 있다면 삶의 질은 훨씬 나아질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임대아파트에 살면서도 돈이 없어 경로당에 나가지 못하고 소외되는 계층이 또 존재한다는 것이다.
최호열 포천신문사 명예회장은 "소외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임대아파트에서조차 소외되는 일은 없어야겠다"고 강조한다. 시 당국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