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포천시 영중면에 있는 미군 영평사격장(로드리게스 훈련장) 입구에는 1천명이 넘는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그간 수많은 피해를 입었고, 최근에는 지난달 22일 영북면 소회산리의 한 소나무밭에 미군용 전차 105mm 연습탄 한 발, 이어 28일 105mm 연습탄이 또 한 발 떨어지면서 참아왔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먼저 번 전차 연습탄이 날아든 이후 예정됐던 이번 항의집회는, 그 사이 또 같은 사고가 벌어지면서 더욱 격화됐다.
미8군 측에서 사고 원인 규명 전까지 포격을 멈추고, 도비탄 사고가 발생한 지점을 타겟으로 하는 훈련 역시 모두 중지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정도로는 주민들의 분노가 누그러지지 않았다.
“공포속의 70년”, “포사격 중단하라”, “포천이 죽어간다”, “안전대책 강구하라”, “이대로는 못살겠다”, “자녀교육 엉망된다”, “포탄 소리에 죽어간다”, “대문 밖이 죽음” 등. 미군 사격장 인근에 살고 있는 영중·영북·창수·이동면 주민들은 이날 집회에서 들어 보인 피켓의 문구로, 그동안 안고 있던 서러움이 느껴지기 충분했다.
영평·승진사격장 대책위원회 임원 3명은 삭발까지 감행하면서 강력한 투쟁의지를 보여줬다. 대책위가 바라는 것은 정부와 주한미군 측의 사격장으로 인한 피해보상과 안전대책 마련 그리고 오발사고 시 사격장 폐쇄 약속이다.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을 때는 사격장 폐쇄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집회에는 포천시장 권한대행 김한섭 부시장을 비롯한 관계 공무원, 정종근 포천시의장과 윤충식 사격장 피해보상 촉구 특별위원장을 비롯한 시의원들, 윤영창·최춘식 도의원 그리고 이각모 포천미래포럼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 등 관내 인사들이 방문 혹은 참여하며 큰 관심을 드러냈다.
지난 7일에는 포천·연천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이 원내대책회의에서 당 차원에서 영평사격장 안전대책 마련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김영우 국회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보상을 받는 것도 미군을 상대로 해야 되는데 지자체에서, 특히 시골에 계신 분들은 피해를 입증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등 절차가 굉장히 복잡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당 차원에서 특히 정책위 차원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대책을 세워주십시오. 개인적으로 총리실, 외교부, 국방부를 접촉하고 있지만 우리 당에서 이것이 비단 포천이라고 하는 제한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나라에는 여러 군부대, 군 사격 훈련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실태 조사를 해야 되고, 안전대책을 강구해야겠습니다. 여러 가지 필요한 절차를 마련해야합니다.” 이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당 정책위원회에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우 의원은 또 9일 본회의 참석차 국회를 찾은 이완구 국무총리와의 면담을 통해 영평사격장 인근 주민들의 피해를 전하고 총리실이 나서 실태조사, 안전대책, 보상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이완구 총리는 총리 주재로 국방부장관, 외교부장관, 국민안전처 장관 등이 참여하는 관계부처 장관 합동회의를 열 것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관심을 가지고 분주하고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민가에까지 포탄이 떨어지면서 전국적인 이슈가 되자 중앙정부 측에서도 어느 정도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 하지만, 주민피해가 언제 또 이어질지 모를 시급한 상황인데 비해,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 움직임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김영우 의원을 말마따나 미국의 군대를 상대하는 일이다. 지자체의 자발적인 노력은 기본이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너무나 힘에 부치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적극 나서 최소한의 생활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
포천시민 역시 대한민국 국민. 국민의 생명이 담보된 주요 사안인 만큼, 대한민국 정부가 서둘러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