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대나무 젓가락으로 진지를 잡숫는 부모님께 양은 젓가락을 드리면 그것도 효도란 생각이 들었지요. “이거 봐라! 옛날 돈이랑 바꾼 거다.” “야, 그 젓가락 되게 좋다.” 아이들은 부러워했고 많은 아이들 앞에서 나는 젓가락을 받아들고 의기양양 하였습니다. 땅거미가 지고 일하고 들에서 돌아온 어머니 아버지를 보자 우리들은 배고픔에 못 이겨 차라리 엄마를 뜯어 먹을 것 같이 달려들었습니다. “엄마가 감자 고구마 삶아줄게 기다려라.” “엄마, 제가 불 땔게요.” 맏이인 나는 도와드린다고 아궁이에 덜 마른 짚을 넣어가며 고구마가 익기를 기다렸습니다. 구수한 고구마 탄내가 나자 어머니는 부지깽이로 주섬주섬 불을 아궁이 깊이 걷어 넣으셨습니다. “이제 됐다. 불, 그만 때라!” 하시며 엄마는 솥뚜껑을 열었습니다. 김이 천장으로 솟아오르며 맛있는 냄새가 올라옵니다. 엄마는 대꼬챙이로 고구마를 쑥쑥 찔러 꺼내시고 양은 쟁반에 담아 쪽마루에 걸터앉으셨습니다. 둘째 동생은 벌써 어두워져 영양실조로 인한 야맹증으로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였습니다. 아버지는 동생의 야맹증을 걱정하시며 쥐를 잡아 구어 먹였습니다. 야맹증은 단백질 부족으로 걸리는 일종의 영양실조지요. 여동생은 계집아이임에도 머리를 가위로 쑹덩 쑹덩 깎아 주어 빡빡머리입니다. 막내 동생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씻지도 않은 까닭에 머리에 부스럼이 많이 나 있어 여름에도 털실로 짠 모자를 쓰고 있지요. 반찬이라고는 히나리 고춧가루가 몇 개 뭍은 배추짠지 한 가지뿐입니다. 남은 찬 보리밥은 아버지 드리고 호야 불 아래서 먹는 우리들의 그날 저녁 끼니는 삶은 고구마지만 생크림 케이크보다, 오 색 경단의 꿀떡보다 맛이 있습니다. 밤고구마를 두어 입 베어 물던 나는 낮에 옛날 돈과 바꾼 양은 젓가락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내 방으로 들어가 옛날 돈이 있던 그 자리에 숨겨둔 양은 젓가락 두 매를 의기양양하고 보무도 당당하게 가지고 나왔지요. 그리고 한 매는 아버지께, 다른 한매는 엄마께 드리면서 백점 맞은 시험지를 드리는 것처럼 큰 소리로 말씀 드렸습니다. “엄마, 엄마. 이거 낮에 옛날 돈 장사가 지나갈 때 바꾼 거다.” 어머니는 심상치 않은 얼굴로 물으셨습니다. “무엇으로? 고물 주워서?” “아니요. 장롱에 있는 옛날 돈과 바꿨어요. 그 돈은 싼 돈인데 아저씨가 그냥 인심 써서 바꿔 준 거예요.” 엄마는 한동안 울먹이며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어서들 먹어라.” 먹는 아들에게 야단을 치지 않으셨지만 눈가에 이슬이 맺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밥상을 물리시고 엄마는 나를 호롱불을 들고 들어오라시며 방으로 불러 들였습니다. “애야, 그것은 엄마가 아주 귀하게 여기는 것이란다. 만약에 엄마가 너의 팽이나 딱지를 함부로 없앤다면 기분이 어떻겠니? 남의 물건을 만질 때에는 꼭 그 사람과 상의하는 것이란다. 엄마는 그걸 팔아서 네 다우다 잠바를 사 주려고 그랬단다.” 호되게 야단맞을 줄 알았지만 엄마는 야단을 치지 않으셨습니다. 말씀을 잇지 못하시고 울먹이셨습니다. 돈은 없고 어떻게든 자식의 옷을 사주려고 하신 어머니가 너무 그립습니다.
김 순 진 시인, 소설가, 수필가 http://cafe.naver.com/yob51 011-9123-4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