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석채네 집 바깥마당에서 자치기를 하며 놀고 있었습니다. 자치기는 어른 엄지손가락 정도의 굵기의 나무를 약 50cm정도 자른 어미자와 약15cm정도의 새끼 자를 가지고 노는 삼 단계 놀이입니다. 첫 단계는 땅위에 구멍을 한 뼘 가량 파고 그 위에 작은 자를 열 십자처럼 올려놓고 큰 자로 힘껏 날려 상대방이 받으면 50점을 점수를 줍니다. 만약 받지 못하면 큰 자를 구멍 위에 가로놓고 작은 자로 맞추면 아웃이 되고 못 맞추면 2단계로 넘어갑니다. 2단계는 옆치기로 큰 자로 작은 자를 쳐서 날려보내면 되는데 이때에도 상대방이 받으면 100점을 주고 못 받으면 구멍 가까이로 술래편이 던지는데 공격 편은 큰 자로 작은 자를 쳐서 튕겨 날려보내면 그 거리를 작은 자로 재어 점수로 환산합니다. 작은 자로 일일이 재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우리들은 열자 자나 스무 자 자를 미리 준비하여 놀았습니다. 3단계는 토끼라는 단계로 구멍에다 일자로 올려놓고 큰 자로 튕겨서 쳐내는 방식인데, 이때에도 상대방이 받으면 300점을 주는 놀이입니다 어른들은 새끼자의 날아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받기가 곤란하고 눈을 다칠 수 있으므로 위험하다며 극구 말리는 놀이입니다. 자치기는 가을 놀이입니다. 무에 물기가 빠지거나 어른들이 집에 땔나무를 해다 놓으면 그 중에서 골라 만듭니다. 장소도 땅의 면이 평평해야 하므로 탈곡을 위해 마당에 질을 들이고 난 후 반질반질 굳어진 10월말쯤이 자치기 놀이를 하기에 적합합니다. 자치기를 하며 놀고 있을 때입니다. “옛날 돈이나 채권 삽니다.” 어디에선가 옛날 돈 장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자치기를 하다 보니 아저씨 한 분이 허름하고 닳은 누우런 가죽 가방을 메고 지나가는 것이지 뭡니까? 그 아저씨는 우리의 옆을 지나가면서 또다시 외쳤습니다. “옛날 돈이나 채권 삽니다.” 나는 놀이를 멈추고 아저씨를 불러 세웠습니다. “아저씨, 우리 집에 옛날 돈 있는데 사실래요?” 눈이 휘둥그래지며 내가 물었습니다. “어디 가져와 보려무나.” 아저씨는 별 관심이 없다는 투로 대답하였습니다. “아저씨! 잠깐만요.” 내가 집으로 뛰어가려니 아이들이 불렀습니다. “야, 너 할 차례야. 2단인데 안 해?” 놀던 아이들이 입을 모으며 말했습니다. “응, 잠깐만…. 나, 집에 좀 갔다 와서….” 나는 못 들은 척 잰 걸음으로 달려가 엄마가 장롱 깊이 감추어 둔 상평통보 여러 개와 동국통보 한 개, 그리고 명치라고 쓰인 은돈 여러 개를 가지고 달려왔지요. “아저씨, 여기 있어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내가 말했습니다. “에이, 임마 이거 못 쓰는 돈이야! 개도 안 먹는 아주 싼 돈인데 네가 놀다 가져온 성의를 생각해서 양은 젓가락 두 매를 줄 테니 바꾸려면 바꾸고, 싫으면 네 맘대로 해!” 그 아저씨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내가 가져온 옛날돈은 아주 싸구려라며 퉁명스럽게 굴었습니다. “에이…. 정말 싼 돈인 모양이네….” 잠시 생각에 잠긴 나는 양은 젓가락과 바꾸기로 하였습니다. “좋아요. 그냥 젓가락으로 바꿔 주세요!” 옛날돈 장수는 내게 양은 젓가락 두 매를 손에 들려주고 도망치듯 마을을 벗어났습니다. (계속)
김 순 진 시인, 소설가, 수필가 http://cafe.naver.com/yob51 011-9123-4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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