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나 할 것 없이 가난하지만, 특히 우리 집은 동네에서 가장 가난합니다. 그렇게 가난하였지만 우리 엄마의 마음은 항상 부자이십니다.
“동냥 좀 줘요!”
사립문을 열고 머리를 산발한 거지가 동냥 달라고 오면 잡숫던 밥도 내 주시고 당신은 굶으십니다.
“똑똑똑똑….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어서 오세요. 스님!”
시주승의 목탁소리에 엄마는 드릴 것이 없다며 허둥대십니다.
“어쩌지요. 드릴 것이 없으니….”
엄마는 시주꺼리가 없어 감자며 수수, 콩 등 무엇이든 빛깔이 좋으면 시주거리로 내 놓으십니다. 상의용사나 재건대가 오면 남들은 무서워 피하지만 엄마는 무섭지도 않으시나 봅니다.
“엄마, 저 사람들 안 무서워요?”
“뭐가 무섭니? 저 사람들이 아니었어봐라, 지금 우리나라가 있었겠나. 나라가 어려워 저 사람들이 저리 살지 네 아버지나 삼촌이 저리 됐어봐라. 불쌍치도 않니?”
엄마는 없는 살림이지만 무엇이고 나누어 먹으려 하십니다.
멀리 경상도 풍기 땅에 사는 인삼장수는 일 년이면 서너 번씩 들러 잠을 자고 갑니다.
“얘, 가운데 방 좀 깨끗이 치우거라. 저 아주머니 주무시고 가시게….”
전라도 담양에서 오는 광주리장수, 인천에서 오는 어리굴젓장수, 광천에서 오는 새우젓장수가 가 자주 오셔서 묵고 갑니다. 소반장수와 체 장수, 키 장수까지도…. 아마 장사꾼들끼리 우리 집에 가면 재워준다는 소문이 도나 봅니다.
그렇지만 잠자리 값은 절대 받지 않으십니다. 다만 장사꾼들이 막무가내로 새우젓이며 인삼을 조금씩 나누어 주면 오히려 콩이나 팥, 수수 등의 곡식으로 값을 치러 주시지요.
“저, 계세요. 잠 좀 잘 수 있을까 해서요.”
하루는 강원도 인제에서 고물을 캐러 다니는 남자 둘이서 밤이 늦었는데 잠을 청하였습니다. 엄마는 다른 사람들과 다름없이 대하여 주십니다.
“방이 누추한데 괜찮겠어요?”
하시며 방으로 모시고 토장국을 끓여 보리밥을 대접하셨습니다. 그들은 얼마나 허기지고 곤하였는지 밥상을 물리자마자 씻지도 벗지도 않고 곯아 떨어졌습니다.
“내가 꿈을 꾸었는데 말이야. 이 집 마당에 금 보화가 잔뜩 있더라구.”
아침상을 받은 한 사람이 말하였습니다.
조반상을 물리고 그들은 장려소를 매는 외양간 앞에 탐지기를 대었습니다.
아,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에엥에엥 엥엥엥….”
탐지기 두 대가 불난 집으로 달려가는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보다 크게 울어댑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