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은 사학년입니다. 그의 친구 다섯 명의 장난꾸러기들이 우리 집에 모였습니다.
그 아이들은 교회에서 두꺼운 성경책을 모두 몇 권씩 훔쳐왔습니다.
어른들은 곧잘 담배를 말아 피우기 좋다고 담배쌈지용 종이로 씁니다. 종이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니 또 어떤 집은 뒷간에서 휴지로 쓰면 얇아서 좋다며 얻어다 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어른들의 영향을 받아 성경책을 훔쳐온 것이지요.
처음에는 별 뜻 없이 성경책을 가지고 왔으나 그들은 곧 큰 죄를 짓는 게임을 시작하였습니다.
우리 집 마루에서는 희한한 게임이 벌어졌습니다.
각자 성경책을 한 권씩 가지고 ‘가위바위보’를 하여 가장 먼저 찢는 사람이 이기는 천인공노할 게임이입니다.
가위로 이기면 두 장을 찢을 수 있고, 바위로 이기면 다섯 장, 보로 이기면 열 장을 찢는 게임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서먹한 감정과 죄를 짓는 심정으로 겁에 약간 질려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었습니다.
“야 우리 이래도 되는 거야?”
제학이가 말했습니다.
“야! 누가 본다고 그러냐? 빨리 해!”
희진이가 맞장구 쳤고 아이들은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가위 바위 보! 가위바위보!”
아이들은 성경책 찢기 놀이에 신명이 나 있었습니다.
마루는 순식간에 성경책 찢은 종이로 산더미를 이루었습니다.
“야! 이영길 전도사님 오신다!”
누가 그랬는지 아이들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며 부엌문과 방의 창문을 통하여 도망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영길 선생은 육군 중위로 교회의 전도사 일을 보고 있었으며, 군의 보직은 군의관으로서 평소 동네 주민들을 치료해 주고 돌보아 줄 뿐만 아니라, 진심으로 시골 아이들의 건강과 먹거리, 진로에 대하여 걱정하고 믿음과 사랑을 전하는 진정한 전도사요 목회자였습니다.
미신을 믿는 사람들도 그의 말이라면 믿으며 따랐고 사랑으로 아픈 곳을 치료하여 주었으므로 동네 어른들로부터 신임이 두터웠습니다.
그렇게 어른들도 존경하는 이영길 선생께서 아이들이 저지른 웃지 못할 광경에 나타나시다니…….
아이들은 마치 하늘에서 하나님이 나타난 듯 아연실색하며 대죄를 지은 줄 알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아이는 울타리 담을 뛰어 넘어 달아났습니다. 또 한 아이는 너무도 급한 나머지 신발도 신지 못한 채 외양간의 두엄 쳐 내는 구멍으로 쇠똥을 밟으며 도망치다 무릎까지 쇠똥에 빠지며 달아났습니다. 밭에 일가셨다 들어오신 아버지께서도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하셨습니다.
그러나 이영길 선생은 의외로 담담하였습니다.
“시골 아이들이라 뭐 가지고 놀 장난감이 있어야지요. 제가 아이라도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아버님!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이영길 선생은 오히려 우리 아버지를 안심시키셨습니다.
이영길 선생님! 지금 어디 사시나요? 보고 싶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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