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때의 일입니다. 매주 월요일이면 운동장에서는 전교생이 모여 애국 조회를 합니다. 교실에는 뒤쪽에 사물함이 있는 부근의 마룻바닥에 뚜껑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들 여섯 명은 조회에 나가기 싫어 몰래 마루 뚜껑을 열고 교실 바닥으로 들어가 숨었습니다. 우리들은 그곳에서 절대로 말하지 않기로 약속하였습니다. 선생님은 운동장 조회가 끝나고 몹시 화가 난 표정으로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셨습니다. “모두 책상으로 올라가!” 화가 나신 선생님께서는 성난 사자의 목소리로 모두들 책상 위에 올라가 무릎 꿇고 앉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들 몇 명 외에 영문을 모르는 아이들은 수근대며 책상 위로 올라 무릎을 꿇고 앉았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더욱 화가 나신 모습에 큰 소리로 외치십니다. “다들 눈 감아!” 우리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하였습니다. “눈 감고, 솔직히 오늘 아침 운동장 조회에 나오지 않은 사람 손들어!” 선생님의 목소리에 나는 가슴이 철렁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습니다. “손들지 못하나! 정말 안 나올 거야! 오늘 너희들 공부고 뭐고 집에 못갈 줄 알아!” 선생님께서는 점점 더 화가 나신 모양입니다. 여러 번 종용하였으나 우리들의 결의는 요지부동입니다. “좋아, 지금 손을 드는 사람은 용서해 주겠다.” 선생님의 목소리는 화가 지나쳐서 갈아 앉아 있었습니다. 나를 비롯하여 아침에 운동장 조회를 나가지 않은 아이들은 실눈을 뜨고 있었으므로 한 사람이 손 든 것을 보고 다섯 명 모두가 따라서 손을 들었습니다. “좋다. 책상에서 모두 내려와!” 책상에서 학생들을 내려 앉힌 선생님은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아까 손 든 사람들 모두 나와!” 우리들은 모두 교단 앞으로 나갔습니다. 원래 우리는 그 선생님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선생님이기에 그렇게 약속을 안 지키실 줄은 몰랐습니다. 선생님에 대한 우리들의 신뢰는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선생님은 ‘솔직히 손들고 나오면 용서해 주겠다.’고 하여 앞으로 나온 우리들에게 불호령을 내렸습니다. “엎드려!” 우리들은 엎드린 채 봉걸레자루로 열 대씩 두들겨 맞았습니다. 우리들이 조회에 나가지 않은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나는 결코 때리는 선생님을 용서할 수가 없었습니다. 매를 맞으며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약속은 어떠한 경우가 있더라도 지켜야 한다.” 그날 이후, 그 선생님 이름을 한시라도 잊은 바 없지만, 그리워 한 바도 없고, 존경한 적도 없었습니다. 어린이에 대한 거짓말은 정말 큰 상처를 준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 오히려 그 선생님께 고마움을 느낍니다. 약속은 그 사람에 대한 기준이 됩니다. 어린이와의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지키시기 바랍니다.
김 순 진 시인, 소설가, 수필가 http://cafe.naver.com/yob51 011-9123-4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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