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독일의 쇼비니즘에서도 나타났지만 19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군사독재 체제하에서는 민족주의를 표방하였다. 전체주의적 권력체계가 겉으로 민족주의를 표방하면서 민족의 이익보다 권력의 이익을 앞세우는데 활용되었다. 이처럼 민족주의를 앞세워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억압한다든지 민족주의가 그 진정한 가치와 본연의 성격을 상실하고 왜곡되며 굴절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오리엔탈리즘이다. 오리엔탈리즘은 자국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자문화 중심주의의 방향으로 진행하여 다른 문화에 대한 부정적이고 허구적인 인식을 가지게 한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생활양식과 문화적 상징 등이 특정국가나 민족, 문화로 세계를 획일화시키고 부당하게 지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문화가 융합하여 보편문명이 탄생한다. 즉, 보편문명이란 인류의 문화적 융합,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공통된 가치관과 믿음을 갖게 되며 공통의 체제나 제도를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문명의 통합은 다양성을 분쇄시킬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언어의 절반은 이미 소멸의 위협을 받고 있으며 일부언어학자들은 90% 이상의 언어들이 다음세기동안에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 밖의 문제점으로는 작위적인 문화 정책에 있다. 현대사회는 대중들의 요구를 반영한 사회이다. 수용자를 무시한 문화의 지향은 대중과 괴리된 예술취향을 만날 수밖에 없다.
현대사회는 대중사회이며, 이 대중사회에서 대중들이 자신들의 기호를 반영한 대중의식을 표출하여 만든 문화가 대중문화이다. 대중문화는 정권이 스크린, 스포츠, 스피드 또는 섹스 등 우민(愚民)화 정책으로 정권의 도구로서 활용될 수 있다.
4. 한국인의 문화의식
민족이란 의미 있는 유대와 이익을 공유하면서 깊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스스로 결집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민족공동체는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일련의 객관적 특성인 종족, 언어, 종교, 공통된 생활습성, 기질 등에 의해 성립된다.
그런데 한국인은 서양의 동양관을 내면화해서 스스로의 문화와 사상을 미신, 비합리, 비과학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이는 서구의 근대화에 몰입하다보니 이러한 오리엔탈리즘적 시각마저도 무의식으로 내면화하고, 그것에 근거해 우리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성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의 모습은 진정한 ‘우리’의 모습이 아니라 서구에 의해 재구성된 ‘우리’의 모습이다.
한국인은 단일민족을 강조한다. 이는 인종과 외국인을 이해하고 우의를 증진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 순혈주의는 논리적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한 예 중의 하나는 한국인의 얼굴이다. 즉 한국인의 얼굴은 북방계와 남방계의 혼혈로 이루어졌다. 퉁구스계, 알타이계, 중국계와 같은 북방계, 동남아시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남방계의 피가 우리의 몸에 흐르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인간의 피는 붉다는 점을 간과하고 우리가 인식하는 순혈주의는 허구라는 것을 방증하고 왜곡된 민족우월성과 타민족에 대한 배타성에 제동을 거는 근거가 된다.
우리의 문화의식에 내재된 심각한 현상 중의 하나는 인종과 계급이라는 이중적인 잣대로 외국인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나라의 국민들은 무시하고, 강대국 국민을 우대하는 이중성을 갖는다. 이런 차별은 우리사회가 진정한 다인종· 다문화사회로 나아가는데 걸림돌이 된다.
5. 한국문화의 세계화 전략
문화의 세계화는 다양하고 이질적인 문화의 공존을 의미한다. 한국사회는 이미 다인종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 타인과 사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타인의 언어나 사고, 관습을 이해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위계를 설정하여 이주민들을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투항하도록 요구하는 동화정책은 폭력이나 다름없다.
기원, 본질, 순종을 숭배하는 사회는 위험하다. 한국인 특유의 ‘우리의식’이 국수주의나 순혈주의, 패거리문화로 변질되지 않고 공동체 문화로 피어나려면 혼혈의 가치를 인정하고 깨달아야한다. 그들과 우리의 차이는 극복해야할 이질성이 아니라 다양성의 존중이다. 다양한 문화를 두고 옳고 그름을 평가할 수 없다. 보편적인 호소력은 있지만 우열의 가치로 여긴다면 잘못이다. 각 사회의 문화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는 상대적인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다양성의 인정은 상대성의 인정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새로운 동력은 민족주의가 아닌 세계시민주의 정신이다.
국가의 수준은 하드(hard)가 아닌 소프트(soft)에 좌우된다. 국민수준도 개개인의 ‘소프트 마인드’에 달려있다. 미국이 소련을 누르고 냉전의 승자가 된 것은 미국의 군사력, 즉 하드파워 때문이었지만 이후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아 세계유일의 강대국대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의 경제력, 정치적 가치관, 대외정책, 문화적 매력, 즉 소프트 파워 때문이었다.
또한 문화는 문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품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문화적 색채가 뚜렷할수록 상품의 가치가 높아진다. 뚜렷한 개성과 보편적인 호소력을 지닌 문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상품은 세계적으로 커다란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한국의 문화적 이미지는 세계시장에서의 경제적 성공으로 향하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문화적 이미지를 보강할 다각적인 방법이 강구 되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