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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실의 논술교실] 제34강-이슈와 논술(1) 세계화와 한·미 FTA


이상실 기자 / leessil21@hanmail.net입력 : 2011년 11월 29일
↑↑ 이상실 소설가, 논술강사
ⓒ (주)포천신문사
1. 상황

한·미 FTA의 날치기 비준은 주권의 포기일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국가적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심각성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사안이 가볍지 않다. 헌법적 가치와 사법주권까지 뒤흔들 수 있는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관련 법률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충분한 토론과 협상을 거쳐야 했는데도 불구하고 협상은커녕 여당에 의해 일방적으로 비준이 되고 말았다.

여당은 질서유지권과 경호권을 발동하여 날치기한 비준을 두고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한다. 권력의 물대포와 날치기로 통과시킨 처사에 대한 자기반성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또한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흩뿌린 민노당의 김선동 의원을 향해 스스로 사퇴할 것을 주장하며 어떤 경우에도 테러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이므로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며 본말을 전도하고 본질을 호도하는 상황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야권 및 시민단체는 헌정사상 유례없이 언론취재까지 봉쇄하며 야만적 의회 폭거와 거대집단의 폭력과 다를 바 없는 정치쿠데타를 감행했다고 주장한다. 야권 또한 여당의 날치기 통과를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하고 암묵적인 동의라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경제영토확장’이라는 명목 하에 과정을 무시한 결과중심주의로 나아가고 있으며, 보수언론들은 FTA가 미국의회에서 비준이 되자 이명박 정부의 위대한 치적이라며 한껏 고무된 입장이었고 환영의 일색을 표했다. 우리의 혈맹인 미국이라는 거대국가의 의회를 통과했으므로 우리의 사법주권이 어찌되든, 미국에 종속이 되든 말든 우리의 국회는 미국의 결정에 부화뇌동해야 옳다는 논조의 기사와 사설을 연일 내보냈고 정치권을 압박했다.

앞으로 야기될 문제점을 도외시 한 채, 향후 10~15년간 실질국내총생산 5.6%, 일자리 35만개, 연평균 무역흑자 27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하면서 한국국회의 빠른 비준을 독려하였다. 날치기로 통과되자 국익손실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 비준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정부의 입장을 옹호한다.

일부 보수시민단체는 ‘대한문’ 앞에서 ‘한·미 FTA 비준에 앞장선 국회의원들 오랜만에 밥값 하셨습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예찬한다.

반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경실련, 참여연대 등의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한·미 FTA 비준에 대해 일제히 분노하는 분위기다. 정부와 여당의 독선과 아집으로 점철된 국가적 폭력이라고 비난하면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는 국가의 사법주권과 공공정책을 무력화시켜 양국 간의 국내법적 효력불균형의 형평성문제가 야기될 뿐만 아니라 ‘통상 쿠데타’로 본다.

농민들과 농민단체는 구제역의 악몽을 떨쳐내기도 전에 국회가 예상되는 농민피해에 대한 예산지원도 담보되지 않은 채 날치기로 통과한 비준에 깊은 시름을 토해내며 항변했다. 이에 시민들의 촛불이 어둠의 광장을 밝혔다. 날치기에 대해 원천무효를 강조하는 시민들은 영하의 강추위에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한·미 FTA의 기습처리에 대한 항의 시위를 하다 물대포를 맞아가며 제 몸을 희생하고 있다.

2. 세계화의 의미

앤서니 기든스는 『질주하는 세계화』라는 책에서 세계화는 지구적 약탈이라고 했다. 세계화란, 인간들의 가장 기본적인 조직구조인 국민국가의 기능이 약화되고, 삶의 공간이 전 지구로 확대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세계화는 정치의 세계화, 경제의 세계화, 문화의 세계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나는데 경제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경제의 세계화는 상품과 자본 및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국민국가의 전통적 장벽이 와해되면서 진행되었으며, 소련 및 동구사회주의 체제의 몰락과 더불어 세계질서가 전환되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세계화는 시장경제 원리를 절대시하는 ‘신자유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어서 전적으로 시장의 논리에 지배된다. 이른바 자본주의의 극대화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신자유주의는 집단에 의한 통제보다는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사상으로 경쟁, 개방, 규제완화, 민영화, 유연화, 국가역할의 축소 등을 강조하는 경제논리이다. 현실적으로 세계경제는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세계화는 우리의 생존과 직결될 뿐만 아니라, 급기야는 강대국의 독식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위험성을 내포한다.

3. 세계화의 순기능

세계화의 순기능은 민주주의와 인권이 보편화·규범화된다. 아울러 시장원리에 의해 기업의 효율이 극대화됨에 따라 소비자는 양질의 다양한 상품을 사용함으로써 편리성을 누릴 수 있다. 또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고 물가가 인하되며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진다는 점이다.

4. 한·미 FTA의 비교우위와 비교열위 업종

비교우위 업종은 대기업과 거대자본가, 자동차 산업 및 자동차 부품산업 등이다. 반면에 열위의 업종과 영역은 농·어민, 노동자, 서민 등 사회적 약자계층에 지대하게 포진되어 있으며 소상공인, 서비스업, 지적재산권, 자영업자, 제약업, 식료품, 금융업 등이 열위업종에 해당한다. 금융업의 경우 미국업체들은 한국에서 보험, 은행, 자산운용업체 등 금융사의 소유와 설립이 완전자유화 되고 금융서비스업도 쓰나미처럼 밀려 올 수 있다.

ⓒ (주)포천신문사

5. 세계화와 한·미 FTA의 문제점

현재의 상황대로라면 우리에게는 적용이 불가능한 신자유주의 경제의 첨병인 미국식 경제의 틀을 이식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미국의회가 통과시킨 한·미 FTA 이행법안 120조는 ‘협정과 미국법이 저촉되는 경우 미국법이 우선한다.’고 못을 박았다. 그리고 어떠한 개인도 협정문을 근거로 미국법원에 권리주장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연방정부나 주정부, 소속기관이 협정을 위반하더라도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국제법을 무시하는 불평등 조약이라고 볼 수 있다.

자유뮤역협정이 특정분야에 이익을 안겨 줄지는 모르지만 심한 경쟁으로 인한 광범위한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다. 세계화는 복지국가라는 시대정신과 배치되며 복지와 양립할 수 없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복지체계와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우리의 현실에서 심각한 갈등이 초래될 수 있다.

또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국내 법률 및 정책이 한·미 FTA 협정문과 충돌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전통 상인을 보호하는 법률과 대기업 확장으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을 보호하려는 이른바 ‘상생법’ 등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또한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전기, 수도, 철도 등의 공공요금억제 정책이 한·미 FTA 조항에 따라 ‘상업적 고려에 따라 책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어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미국의 협정 이행법률안에는 협정보다 자국 법령이 우선한다는 점을 규정해 놓아 미국의 사법주권을 철저히 지켰다. 반면 우리의 국회에서는 피해대책은커녕 번역문 오류조차 제대로 점검하지 못했고 법적구속력도 없는 협정발효시점에만 매달려 밀어붙인 것이다. 우려되는 영역은 곳곳에 산재되어 있다. 사회양극화가 심화되고 사회통합을 저해하여 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세계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과 맥락을 같이한다.

세계화의 영향에 따른 여파로는 국가의 위상이 약화되고 민족주의가 퇴보한다. 무한한 경쟁으로 세계화에 편승하지 못한 사회·경제적 약자들, 즉 환경변화에 실패한 중소기업이나 농·어민, 미숙련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곤궁해질 것이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멕시코는 일부 성공을 거두었지만 사회의 양극화를 초래하였다. 양극화는 계층, 지역, 산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났으며, 당초 기대와는 달리 고용창출이 미미했을 뿐만 아니라 실업률은 상승했다. 농업부문도 쇠퇴했다. 수출관련 기업이 존재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임금격차 또한 확대되었고 실질임금은 하락했다.

이러한 논리는 한국으로의 적용이 가능하다. 농업의 피해와 와해는 식량안보의 기반마저 뒤흔들 수 있다. 가진 자는 더 가질 수 있고 빈자와 약자는 더 곤궁의 나락으로 빠질 위험성이 있다. 또한 경쟁의 격화로 갈등과 대립을 일으켜 경쟁력이 약한 영역을 끊임없이 파괴하며 사회통합의 균열을 일으킨다.

경쟁을 통한 성장은 고품질의 상품을 획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경쟁에서 낙오한 열패자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심각한 양극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시민은 사라지고 상대적 욕망을 지닌 소비자만 남아 상호관계가 사라진 인간소외와 같은 인간의 파편화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내포한다.

약소국은 다국적 기업과 거대금융자본에 종속되고, 노동시장의 불안으로 실업률의 만성화, 자유 시장경제의 논리가 득세하면 소득분배 복지정책이 힘을 잃고 이에 따라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현상을 초래한다.

6. 세계화와 FTA의 극복방안

자유무역협정은 한번 체결이 되면 영구적인 협정이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협정은 국익과 국운으로 이어지므로 가장 유리한 제도를 만들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타국과 FTA를 많이 맺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중요한 것은 어느 나라와 어떤 조건의 협정을 맺는지가 중요하다. 이익은 극대화 하되 피해영역에 대한 대책까지 아우르는 화학적 결합이 절실하다.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원 특별법 제정, 피해산업에 대한 피해보전 등 해결해야할 난제는 도처에 깔려 있으므로 문제에 대한 극복마련이 요구된다.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세계화에 부합한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장질서 확립과 경쟁의 결과로 획득된 성과가 열패자를 비롯한 모두에게 공평하게 분배되도록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상실 / 소설가, 논술강사 leessil21@hanmail.net
이상실 기자 / leessil21@hanmail.net입력 : 2011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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