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령
상자 속에 있던 어둠은 상자를 벗어나자마자 재빠른 속도로 빛이 된다. 나에게 상자를 빠져나갈 빛의 힘이 있었던가? 나는 늘 가지치기 당한 나무들처럼 몸은 건강하였으나 스스로 정신이 패배하여 하늘은 향한 불투명한 먼지 낀 게으른 기대와 동경으로 상자 속으로 들어가 어둠이 되었다. 비뚤어진 원 하나 춤을 추기 시작한다
‘마홀 2003 제14집’에서 <감상=해설> 91년도 제5호 반월문화제 산문부 장원을 한 재원으로 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홍수령님의 시를 소개한다. 시인은 스스로의 영혼을 온 세상 여행 행로를 작은 상자 속으로 가두어 놓고 캄캄한 벽 속의 암흑의 고문을 하기도 한다. 그 작은 상자가 고통의 고문을 당하는 상자일 수도 있고 스스로를 즐기는 ‘고독의 미’를 즐기는 곳일 수도 있다. 패배의 울 속에서 춤추며 재기하는 원이 춤추듯 용솟음치는 비뚤어진 흔들림을 통해 환희를 갈구하는 종장이 매우 이색적이고 멋스럽다. 여명기의 시인 이상은 문틈으로 들어오는 빛이 자기만의 영혼의 세계를 방해한다고 꼭꼭 싸발라 스스로를 가두어 놓고 어두운 네모나 자기의 세계에서 몸부림치며 스스로의 어두움을 찬미하지 않았던가? 홍수령님의 옥구슬로 지은 탑이나 아침 이슬로 꿴 목걸이의 아름다운 합창이 밝은 상자 속을 밝힐 날은 언제인지 물어보기도 하자. 다음에 창작시를 통해 답할 것이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