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청소년]포천중 우주정보소년단

얼마 전 포천중학교가 공중부양팽이로 들썩였다. 이것은 자기력을 이용해 마치 서커스에서 공중부양 재주를 부리듯 공중에 오랫동안 떠 있는 팽이로 단지 흥미를 위한 장난감이 아니라 과학의 산물이다.

"반 아이들이 서로 한 번만 해보자고 성화였어요. 정말 내 팽이 앞에 서로 해보자고 수십개의 손이 내밀어져 있었다니까요."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이 내 옆에 붙어서 떨어질 줄을 모르더라구요. 왠지 인기 있어 보이고 아무튼 기분 좋았어요"

3학년에 재학중인 태진이와 성희, 성준이 등이 공중부양팽이로 인해 거의 영웅대접을 받던 순간을 떠올렸다. 바로 이 아이들이 학교에 공중부양팽이 붐을 일으킨 주인공, 포천중 우주정보소년단 단원들이다. 

상혁이(3년)가 "재미가 널려 있다"고 소개하는 우주정보소년단(Young-Astronauts Korea)은 전국 규모의 동아리로 89년 우리나라 최초의 청소년 정보통신, 과학활동 단체로 설립됐다. 청소년들에게 과학적 탐구능력을 길러주고 창의적인 과학기술인으로 성장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하기 위한 목적이다.

포천중학교에 우주정보소년단이 만들어진 것도 93년이다. 처음에는 10여명의 아이들만이 참가했지만 차태남 교장의 적극적인 후원과 과학 담당 교사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현재 80여명의 아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아이들은 조별로 나눠 방과 후에 과학실에 모여 실험을 하거나 과학활동을 한다. 종이로 항공모함을 만들거나 어보이드(장애물 탐지 로봇), 위킹 로봇 등을 직접 조립하면서 느끼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실험이나 과학활동을 통해 뉴튼 법칙이나 항공 역학 등 과학이론이 더 쉽게 습득됨은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TV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과학 현상이 등장하는 장면들이 종종 있어요. 그 때 제가 나서서 가족들에게 원리를 설명해주면 앞에서는 잘난체 한다고 뭐라고 하지만 대견해하는 눈길이죠. 그 때의 뿌듯함이란…"

성준이(3년)가 소년단 활동을 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때를 얘기한다. 현섭이(3년)는 "비록 실험에 실패했어도 재미를 느꼈을 때"라고 덧붙인다. 현섭이는 공중부양팽이를 띄우기 위해 새벽 3시가 넘도록 팽이를 돌린 기억도 떠오르는 듯 했다.

장래희망을 묻자 선뜻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얘기하는 아이가 드물다. 좋아하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따져볼 때 난관이 많다는 이유다. 이어 아이들은 교육부와 어른들을 상대로 쓴소리를 털어 놓기 시작했다.

"이공계를 장려한다고 말만 하고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그 토대를 만들어 줄 생각은 전혀 안 한다"라든가 "재정 지원이 너무 부족하다"는 불만이 이어진다.

아이들의 활동을 책임지고 있는 이광래 교사도 "초등학교에 과학전담교사가 있어 과학이 얼마나 재미있는 학문인지를 깨닫게 해 줄 수 있는 여건이 빨리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거든다.

"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게 과학의 매력"이라는 포천중 우주정보소년단 단원들이 꿈꾸는 세상은 "더 이상 과학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생활화되는 것"이다.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아이들은 오늘도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고 배움에 배움을 거듭해 조금씩 한 발자국씩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