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일어나도
할 일이 없는
둥지 잃은 다람쥐
낮 꿈은 저물고
일수 찍던 햇살은
산모퉁이 돌아선다
산 까치는
희죽 희죽
서낭당을 맴돌고
더듬이로 찾아 온
이방인의 차량들
물매미처럼
숲 속을 빠져나가면
머쓱해진 산들끼리
술잔을 기울이는
변방의 여름밤은
통한으로 일어선다
<감상=해설>
시를 낳는 묘사 시구 즉, 시어(시어)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시는 생명을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한다.
시작 무렵 시인의 시심에는 바로 그 시어 밖에는 쓸 말이 없었다는 점이 창작시의 묘미이고 아름다움이다. 요즈음 새로 어찌 어찌해서 등단한 신인들이 시 낭송회를 찾아다니며 기성 원로 시인들의 시를 얻어다가 짜깁기하여 자작시라고 엮어 내 놓는 시집 범람 시대에 권숙자님 같은 참신한 시작품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쓱해진 산들은
술잔을 기울이는
변방의 여름밤은
통한으로 일어선다
시의 종장을 읊노라면 멋스럽고 멋스럽다 못해 무릎을 치게 한다.
흰 수염 날리는 노객인 줄 알았더니 중후하고도 우아한 현숙한 시인이라니 시심의 마음자리에 존경이 앞선다.
연천군은 권숙자 시인이 있기에 그 아름다운 내가 더욱 맑고 고와 보이는 것이 아닐까?
02)932-2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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