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손 하나 없는 빈 대합실엔 시계소리만 쌓이고
막차 떠난 플랫홈엔 빛바랜 사연들만 바람을 탄다
초등달 하나 여울목에서 누굴 찾는지 쉴새 없이 들락거린다
한촌의 밤은 물길따라 저물고
◀감상=해설 문학평론가 임헌영은 시인 정연덕을 ‘훔친 바람, 흘러가는 산’ 같은 시인이라고 평하기도 하고 ‘잡초밭의 풀꽃처럼 피는 시’라고 정 시인의 시문을 말한다. 봄맞이 등산을 하고 저녁 무렵 서재 창가에 앉으니 아내가 편지함에서 정연덕 시인의 시집 ‘흘러가는 산’을 꺼내왔다. 8살 손자가 그림 그림으로 된 산을 표지화로 하여 만든 시집 속에는 산도 흘러가고 시계도 쌓이고 고갯길도 허덕이고 이별의 이야기도 만남의 흔적 속에서 숨바꼭질 하고 있었다. 그토록 정 시인의 시의 세계는 갓 꺾어서 화병에 꽂은 들꽃처럼 향기롭고 고향 냇가에서 마을 소녀와 속삭이며 쌓은 돌탑같이 태양의 축복을 받는 순수의 미학과 자연의 교향곡이 가슴 구석을 적신다. 그냥 앉아서 애꿎은 담배연기만 내뿜는 보드레르형의 시가 아니라 함텔적 미학의 승화를 자연 속에서 노래항 가슴 적시는 희열을 안는 시인이 정연덕이다. 충북 충주에서 태어난 정 시인은 월간 『시문학』을 통해 1977년 등단한 중견 시인이자 서울 용산중학교 교장이다. 국제 PEN 회원이며 현대시협 이사, 농민문학인회 이사, 시문학회 부회장이며 서울문학교육연구회 지도위원이기도 하다. 시집으로는 『달래강』 『박달재』 『망종일기』 『달빛타기』 『풀꽃은 일요일이 없다』 『겨울새는 잠을 깬다』 『흘러가는 산』 등 주옥같은 시모음이 있으며 한국예총예술문화상 등 수많은 문학상이 정 시인의 문단에 끼친 공로를 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