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님 가시올 제 님께 따른 주2 둥근 거울 천년 지난 날에 다시 올 줄 알았으랴 그 님은 어디 계시게 너만 홀로 왔느냐
달같이 밝은 거울 꽃같은 님 비췄으리 님 계신 그날에야 티 한갠들 앉았으랴 녹슬고 금갔을망정 옛님 뵌듯 하고나
푸른 비단 장막 안에 고은 얼굴 감초신가주3 낭랑한 웃음소리 하나 날듯 하다마는 풍기는 향내조차를 담아볼 길 없고나
◀감상=해설 나산(羅山) 김영진(金永鎭) 님은 1897년 경북에서 태어났는데 일본 동양대학 문과를 졸업하고 『신민(新民)』을 주재하였고 다년간 교사, 기자생활을 하였다. 마치 서양의 서정시인 하이네의 시를 읽는듯 하면서도 시조를 대하는 듯 청아하고 무게를 느끼게 하는 시를 썼다. 이 시는 고경부(古鏡賦)라고 하여 옛님들이 쓰시던 동경(銅鏡) 즉 구리로 만든 거울을 노래한 시이다. 또 시조(詩調)란 시조(時調)라고도 하였는데 리듬 즉 조화(調和)로운 리듬을 갖춘 노래란 뜻도 있고 때를 맞춰서 조율(리듬)에 맞게 부르는 노래란 뜻이 담겨 있다. 그래서 리듬이 맞지 않는 불협화음(不協和音)은 음악이 아니듯이, 즐거운 소리란 뜻의 노래만이 노래이듯이 리듬이 맞는 조화로운 노래가 시(詩)인 것이며 때를 맞춰 알맞은 시어(詩語)를 구사해야 하는게 시의 본질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고경 즉, 옛님이 쓰시던 거울을 들고 옛날 거울의 주인이었던 님을 그리워하며 님의 목소리, 웃음소리, 향내음을 찾아 시인 김영진은 상상의 날개를 펴고 거울 속을 여행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인가 거울 속에 숨어있을 님을 뵈올까 가슴 조리며 감추어진 비단 장막속의 깔깔대며 숨바꼭질하는 청순한 웃음 낭랑한 웃음을 보고파 속태우고 있는게 아닌가?
주1 ‘고경부’ : 옛 거울의 노래 주2 ‘따른’ : 함께 있던의 준말 주3 : ‘감초신가’ : 감추고 계신가?의 준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