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연(사진, 영평초등학교 교장)
겨울방학이 시작될 무렵 학교도서실을 찾았다. 겨울방학 중에 읽을 책을 고르기 위해서였다. 읽었으면 하는 책들이 많았지만 유독 눈에 들어 온 책이 있었다. 그 책이 바로 오토다케 히로타다가 쓴 신체는 불만족, 그러나 인생은 대만족이라는 부제가 붙은「오체 불만족五體不滿足」이라는 책이다. 선천성 사지절단 장애아로 태어나서 대학 생활까지의 과정을 그린 오토다케 히로타다의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교훈으로 배울 내용이 많았다. 사람들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산다. 그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모든 사람들은 정상적인 사람만 인정하려는 편집증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장애인에게는 그 사회의 일원으로서 생활하는데 많은 저항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설사 그렇다하더라도 장애인 부모의 의지에 의해서 얼마든지 그 장애인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정정당당하게 살아 갈 수 있다는 것도 보여 주었다. 장애인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정정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들이 장애인도 하나의 사회 구성이라는 인식을 해야 하고, 장애인의 부모도 장애인이지만 정정당당하게 사회구성원으로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장애인 자신도 스스로 노력하여 사회 구성원으로서 적응해 가려는 의지를 길러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필자는 사십년 가까이 교육의 길을 걸어왔지만 장애인을 담임했다면 먼저 정상적인 학생이 아니니 모든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선입견으로 정상인 학생과 구별하여 교육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을 보면 학교에서의 진행되는 모든 교육활동에서 정상인 학생과 똑같이 하도록 했다. 그러나 맞춤형 교육을 통하여 수준은 다르게 했다. 예를 들어 체육시간에 운동장을 두 바퀴 돌때 오토다케 히로타다에게는 근거리를 다녀오게 하여 절대로 그냥 앉아서 견학할 수 있게는 하지 않았다. 한번은 운동장 한 바퀴 돌 때마다 도쿄에서 하코네까지 지도가 그려진 카드에 기차역을 하나씩 색칠해 가는 아침 마라톤을 하기로 했다. 오토다케 히로타다에게는 운동장 한 바퀴 돌면 기차역 네 개를 칠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것이 ‘오토의 룰’인 셈이다. 즉 맞춤형 교육을 한 셈이다. 맞춤형 교육은 특별취급을 하지 않고 다른 학생들과 가능한 한 똑같이 가르치는 교육이다. 맞춤형은 교육 현장에서만 있어야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도 당연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맞춤형교육과 맞춤형 사회가 명실상부하게 이루어질 때 진정 장애인에게 살맛나는 세상이 실현되는 셈이다.
필자는 교사시절에 교사자격증 외에 교육과 관련된 자격증이 두개 더 있었다. 하나는 사서교사자격증이다. 전전대통령 재임시절에 문화교육을 표방하고 나온 정책이 도서관 활성화였고 도서관을 활성화하려면 사서교사가 필요하다고 하여 전남대학교중등교사연수원에서 186시간의 교육을 받고 받은 사서교사자격증이 있고, 다른 하나의 자격증은 두 달 공부해서 시험을 치루고 취득한 특수교사자격증이다. 실로 두 달 공부하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그 당시 갑자기 특수학과에 관한 공부에 몰두한 결과 건강에도 지장이 있었다. 특수교사자격증은 정신박약 교육을 위한 자격증이다. 그래서 특수학급을 10개월 담임했는데 그때 교육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었다. 6학년 여학생이 있었는데 체격도 크고, 성격도 차분하고 유순해서 특수학급 담임으로서 반장으로 임명했다. 반장으로 임명되는 순간부터 눈빛이 달라진다. 원적 학급에서는 하루 종일 말 한 마디도 안한다고 담임선생님께서 말씀하셨는데 특수학급에서는 교육활동이 매우 적극적이고 즐겁게 했다. 특히 학습과제를 제시해 주고 다 했을 경우에는 개별지도를 해 주면서 잘했다고 칭찬해 주었더니 특수 학급생활을 신바람 나고 즐겁게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금도 그 여학생이 한 이야기가 귓가에 쟁쟁하다
“ 선생님! 왜 하루가 이렇게 빨리 지나가요?”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니 닫힌 입이 열리고 학교생활이 즐겁고 신이 난 것이다. 다인수 학급에서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특수학급에서는 개별화 교육 자료를 만들어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절실히 필요한 맞춤형 교육인 것이다.
「오체 불만족五體不滿足」에서 시사해 주는 내용 중에서 감명 깊은 대목으로 장애인이기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이 있는 반면에, 장애인이기 때문에 해 낼 수 있는 일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치가나 관료가‘장애인을 위해 복지정책이 필요합니다!’라고 외치는 것보다 장애인이 계단 앞에 서서‘우리에게는 이 계단 한 칸이 그 무엇보다도 높은 벽입니다!’라고 호소하는 것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오토다케는‘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이 세상에는 반드시 있다. 나에게도 우리에게도 우리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다.’는 강한 메시지가 귓가에 쟁쟁하다. 자녀를 둔 부모, 사회, 학교가 편견 없는 맞춤형 교육으로 임할 때 모든 학생은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확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