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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세이96]학생의 꿈(vision)을 격려해주는 배려


이호연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9년 01월 20일


이호연(사진, 영평초등학교 교장)

 

필자의 초등학교 2학년 때의 기억으로 생각한다. 당시 교장선생님은 안경을 끼신 이수동 교장선생님이셨는데 애국조회시간에 6학년 형님을 조회대 위로 불러 세우시더니 다음과 같이 칭찬해 주시면서 박수쳐 주자고 하셨다.


“이 학생은 쓰레기장 주변에 흩어져 있는 쓰레기를 주워 쓰레기장에 버렸습니다. 정말 착한 학생입니다. 박수쳐 주십시오.”


근 50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도 그 장면이 생생하다. 칭찬의 위력이 이쯤 된다고 보면 교육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하는 교육적인 요소임이 분명하다.


지난 겨울방학식 날이었다. 밖에 나갔다가 교장실에 들어와 보니 A4용지 크기의 보라 색지를 절반으로 접어 봉투를 만들고 봉투 겉에 ‘교장선생님께 편지봉투’라고 쓴 편지 2통이 책상위에 놓여 있었다. 편지봉투를 열고 편지 내용을 보니 다음과 같았다.


“교장선생님께 교장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소희예요. 저 수두 걸려서 일주일 학교를 못 왔어요. 그래서 교장선생님 생각이 나더라고요. 빨리 나아서 학교 갈께요. 사랑해요. 메리크리스마스 천소희 올림” 다음의 편지는 이 학생의 오빠 천성철 학생이 보낸 편지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교장선생님께 교장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기분은 어떠세요? 저는 좋아요. 답장 써 주시고요 크리스마스 즐겁게 보내세요. 2008/12/23 성철올림”


이 편지를 보는 순간 지난 여름방학 때의 일이 생각났다. 무더운 날씨로 인하여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가운데 전교생에게 편지를 써 보냈다. 그런데 답장은 불과 5통에 불과했다. 편지를 쓰는 일이 요즈음에는 희귀 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어른으로부터 편지가 왔다면 답장을 써야 한다는 것은 기본 예의인데도 이걸 모르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모른다고 해도 가정에서 부모님들께서 가르쳐 주어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한편으로 씁쓸했다. 편지를 받으면 답장을 쓰는 것이 예의라는 것을 가르쳐 주기 위해 답장을 쓴 5명의 학생에게 학교장 명의로 표창장을 수여했다. 표창장 내용은 교장선생님으로부터 편지를 받고 답장을 쓴 착한 학생이라는 것이었다. 답장을 쓴 학생 중에는 E-mail로 편지를 보내 온 학생도 있었다.


겨울방학식을 하려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편지를 쓴 두 학생에게 답장을 썼다. 그리고 방학식장에서 보내 온 편지를 전체 학생에게 읽어 준 뒤에 써 가지고 간 답장을 전달해 주었다.


겨울 방학 동안에 근무하고 있는데 우체부를 통해 편지 3통이 배달되었다. 편지 봉투는 도화지를 둘둘 말아 그 속에 편지를 써 보냈다. 주소도 없고, 우표도 붙이지 않았는데 마을에 배달 온 우체부에게 교장선생님께 전해드리라고 해서 학교 우편물에 끼워 배달된 것 같다. 먼저 1학년 학생 2명으로부터 온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교장선생님께 교장선생님 방학동안 잘 보내시죠 저는 잘 보내요 사랑해요. 건강하게 잘 보내셨죠 저도 건강하게 있습니다. 뒷장보세요.―카드로 보내온 편지임-꼭 답장 보내세요. 200 12/28 가은이가” 이어서 기정이라는 학생의 편지 내용이다.


“교장선생님께 2008년 12월 28일 교장선생님께 건강하게지네시조 교장선생님 저도 잘지네고있어요 저 교장선생님 저조하지요 저도 교장선생님 짐심을오 사랑해요 꼭 답장 보내주세요 기정” 마지막 학생의 편지는 위 학생의 형으로 3학년이다.


“교장선생님께! 교장선생님 방확 동안 무엇을 하고 있으세요. 져는 맛있는 것도 만이 먹었어요. 교장선생님 건간하게 방학 보내세요. 그리고 공부하고 교과서에 체육도 못하니까요. 교장선생님 건강하고 밥 잘드시고 아치지 말으시고 특이 강기가 독하니까 조심하세요. 교장선생님 답장해 주시고 뒤에 예쁘게 꾸밀거여요 꼬 답장해 주세요. 기완 올림 2008년 12월 28일”(받침이 틀렸지만 편지내용 그대로 옮겨 적었음)


곧바로 답장을 준비했다. 클립아트에서 좋은 삽화를 골랐다. 심부름하는 삽화, 공부하는 삽화, 축하 꽃다발 삽화 그리고 할머니 등 주물러 드리는 삽화로 편지지를 만들고 각각 학생의 편지 내용을 참고로 하여 새해 덕담을 담고, 부모님 말씀 잘 듣고, 방학 숙제를 스스로 잘 하도록 하고, 중앙 출입구에 전교생의 사진과 장래희망을 게시해 놓았는데 학생들의 장래희망을 파악하여 어려서부터 열심히 하면 장래의 희망이 이루어진다는 격려 하는 글로 편지를 썼다. 그리고 주소를 적어 오지 않은 관계로 전교생의 아동명부에서 이름으로 주소를 확인하여 답장을 보냈다.


교장선생님께 예쁜 편지지에 청색잉크로 쓰인 격려하는 글로 답장을 받아 본 학생의 마음은 어떨까? 감수성 예민한 학생이라면 밤잠을 설쳤을 것이고 답장 받은 감동으로 인해 천하를 다 얻은 기분 아니었을까? 학생 개개인의 꿈을 설정하게 하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것이 교장의 의무처럼 다가온 새해이다. 새해에는 ‘학생의 꿈(vision)을 격려해주는 배려’로 학교 경영에 임해야겠다.
이호연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9년 0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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