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g) 공명수 교수(대진대학교 영문학과)
핀드혼 생태마을은 영국 최북단 스코틀랜드 인버네스(Inverness)에서 26 마일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핀드혼 생태마을은 1962년에 호텔 지배인이었던 피터 캐디와 그의 부인 에일린, 직장 동료 도로시 매클린 등이 러브(Love) 공동체를 만들어 자갈밭을 일구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 공동체는 처음에 이동식 트레일러에 살면서 영적인 삶을 중심으로 출발하였지만 1972년부터 일반적인 생태마을 공동체로 변신하였다. 46년이 지난 지금은 450명의 주민들이 인간과 자연의 동반자적 공생, 공존을 추구하는 세계적인 생태마을로 성장했다. 이곳은 영성을 드높이는 대안적 생활양식과, 지속 가능한 공동체 마을에 대한 지원과 공동체 간의 정보교환을 돕는 역할을 하면서 세계의 생태마을 네트워크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
핀드혼 생태마을에는 자연과 영혼의 대화를 나누는 명상의 장소가 많다. 이 공동체의 설립을 이끌었던 피터 캐디를 기리기 위한 묵상의 장소인 노천 성소(Open Air Sanctuary), 에일린이 자신의 영적 경험을 구성원들과 함께 공유하는 곳인 파크 성소(The Park Sanctuary), 자연과 대화하는 장소인 자연 성소(Nature Sanctuary), 그리고 영적 전통을 경험하는 영성 교육장인 민턴 하우스(Minton House) 등이 대표적인 곳이다. 이들은 매일 아침과 저녁, 매주 수요일 오전 9시에 전체 거주인들이 함께 모여 명상을 수행한다. 이들은 명상 못지않게 고된 노동을 통해 마음을 수련한다. 이들은 각자 1주일에 35시간을 일하면서 노동을 통해 자연 속에 존재하는 영성과, 자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과, 그리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법을 깨우친다. 또한 농장은 핀드혼 거주인들에게 음식물을 공급하는 곳일 뿐만 아니라 체험학습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들의 노동임금은 대략 한 달에 320파운드(약 58만원) 정도로 그렇게 높지 않다. 이곳 농장에서는 멜론, 호박, 시금치, 콩, 배추, 후추 등 흔히 우리의 농촌에서 볼 수 있는 20여 가지의 작물들이 유기농법으로 재배되고 있다. 채식주의자들이기도 한 이들은 농약을 금지하고 해충을 죽이지 않고 양쪽 문을 열어 바람에 날려 보내기도 하고, 농약 살포를 일절 금지하는 등 현장에서 생명존중 사상을 실제로 실천하고 있다.
핀드혼 마을사람들은 어떤 특정한 종교적인 교의나 이념을 표방하고 있지 않고,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자연의 관계에서 영성적, 정신적, 정서적 풍요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 이러한 이들의 가치는 다양한 영성수행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일주일간 실시되는 단기 교육프로그램인 "체험1"과 1단계를 마친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2"를 들 수 있다. 교육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명상, 공동체생활, 인격함양, 정신계발, 갈등해소, 리더십, 그리고 원예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들은 삶의 방향을 전환시키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대부분 구성되어 있지만, 이 이외에도 정신분석, 동양철학, 동양종교의 명상법을 결합시킨 개인 및 집단 심리치료와 13주간의 협동농장체험 학습프로그램도 있다.
핀드혼의 영성수행 교육프로그램에서 특별하게 주목을 끄는 것은 튜닝(tuning)이다. 이 튜닝은 주민들끼리 서로의 영혼을 소통시키는 방법으로서 일을 시작할 때 다함께 둥그렇게 원을 그리면서 손을 맞잡는 의식이다. 이 고요한 의식은 자연의 내면의 소리와 교감하는 기도를 한 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옆 사람의 손을 꼭 쥐면 옆 사람은 자기 옆 사람의 손을 꼭 쥐고 마지막 사람까지 신호가 간 후에야 모두 함께 손을 푸는 일종의 ‘파도타기 손잡기’이다. 또한 이들은 식사를 할 때나 일을 할 때나 춤을 출 때도 모두 손을 잡는다. 이들은 손잡기를 통해서 서로의 마음과 소통하고 자연과의 조화를 느끼고 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부르는 노래와 춤은 사람들 간의 몸과 마음을 하나로 묶는 영성의 조율 역할을 한다.
세계 각국에서 1만 명 이상의 사람이 참여하고 있어 이 교육프로그램은 덴마크어, 브라질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일본어 등 다국적 언어로 진행되고 있다. 핀드혼 생태마을의 교육의 목표는 인간 개개인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영적인 삶의 힘이 인간세계 전체를 변화시키는 동력이 된다는 것에 근본적인 바탕을 두고 있다. 핀드혼 재단(Findhorn Foundation)이 이들의 영적인 삶의 변화를 실제로 이끌고 있다. 이 재단은 같이 살고 같이 일하면서 전세계인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지향하기 위한 국제적인 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핀드혼 마을사람들은 자신들의 생태마을이 생태적, 문화적, 정신적으로 지속 가능한 인간 정주지의 진정한 실천 장소로 여기고서, 자신들의 일상적인 삶의 경험모델이 농촌과 도시를 막론하고 전세계적으로 모든 형태의 인간 거주지에 확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핀드혼 주민들의 공동체 삶을 결속시키고 지탱해주는 원동력은 자연 속에 내재하는 영성에 대한 믿음이다. 모든 거주민들이 "우리의 일은 영혼을 가꾸는 농사꾼이 되는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처럼, 핀드혼 마을사람들의 공동의 목표는 인간과 자연이 상호 존중하며 교감하는 것이다. 핀드혼 마을 사람들은 모든 생명은 하나라고 여기면서 식물과 대화하고 자연의 정령을 만나면서 생명의 본질을 그들에게 묻고 그들의 조언대로 실천한다. 이들은 식물과 흙, 불, 물, 바람 등 자연이 삶의 동반자이자 조력자로서 인간과 지속적으로 협력한다고 여기고 있다. 이 에덴동산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고 군림하는 기존 세계관으로는 미래가 없다는 문명 비판적 메시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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