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 李선생
대진대학교 연극영화학부 윤우영 교수가 포천에 잘못 전해지고 있는 오성 이항복 선생의 감춰진 이야기를 토대로 연극‘백사 李선생’을 10월30일부터 11월16일까지 대학로에서 공연하고 있다.
조선의 대표적인 성리학적 정치인이자 문인 백사, 일명 오성 이항복 선생은 광해군시대에 개혁을 통해 적극적인 사회·경제·외교 정책을 추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어린 시절 한음과의 재치 넘치는 일화는 그의 위대한 업적을 평가절하 시키고 있다. 그동안 가려져 있던 이항복 선생의 진짜 이야기가 움직임과 오브제, 그리고 신명나는 놀이패의 장단과 함께 무대 위에서 펼쳐지고 있다.
우리는 정체성을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특히 포천사람들은 이 정체성 대목에서 깊이 있는 무게를 갖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정착 포천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면 한 발 뒤로 빼는 경향이 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포천의 인물을 무대에서 재조명하기 위한 작업이 연극 연출가인 대학교수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장소는 물론 공연제작비에 대한 지원이 없어 대학로에서 공연을 만들었다. 그것도 서울특별시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았다고 한다. 후원에 포천시는 단 한줄도 명시되지 않았다.
부끄럽다. 포천시민들은 이 대목에서 정말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리고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문화정책 마인드를 제고해야 한다. 무엇을 위해서? 포천의 정체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물론 살아가는 것도 힘든데 무슨 공연에 예산을 투입해야 하느냐는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들의 잣대에도 공감은 간다. 왜냐하면 공연예술에 지원해야 눈에 보이는 표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정치적 계산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가 더 무서운 것이다. 그 가치를 공유하는 것만 해도 우리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문화가 추구하는 가치다. 이것이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포천의 정체성을 일깨울 수 있는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비전문가에게 포천의 문화를 맡기지 말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포천의 문화를 이야기하게 하지 말자.
제대로 된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시민이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포천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떠오르지 않으면 시민공청회라도 열어야 한다. 공청회를 통해 시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문화는 무엇이고 함께 공유해야할 가치는 무엇인지 서로 확인하고 나누어야 한다.
그래야 효와 선비의 고장 포천의 정신을 알 수 있고 이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문화정책을 수립하고 문화행정을 펼쳐야 할지 답이 나올 것이다.
오성 이항복은 자신의 오랜 꿈인 자주국가와 부국강병을 후대에선 이룰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저승으로 향한다. 마지막에 놀이패 대장이 제문을 불태우며 고인의 정신을 기린다.
연극 백사 李선생의 마지막 장면이다. 과연 16세기 오성의 오랜 꿈인 자주국가와 부국강병이 우리시대 제대로 이루어져 있는가? 21세기에 살고 있는 후손들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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