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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세이 86]벌초(伐草)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10월 10일






이호연 (영평초등하교 교장)

 

문화란 라틴어의 "cultura"에서 파생한 "culture"를 번역한 말로 본래의 뜻은"경작하다" "개간하다"(to till or cultivate) 또는 "문명인이 된다"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는데 나중에 교양․예술 등의 뜻을 가지게 되었다.


즉, 문화란 인간이 자연에 의미를 부여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삶을 한층 더 품위 있게 영위하기 위한 창작품이다. 그러므로 문화란"경작하다.""개간하다."라는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씨를 뿌리고 곧바로 수확할 수 없는 것처럼 오랜 시간을 두고 서서히 형성된다.


해마다 추석 명절에 즈음하여 실시되는 우리 민족 고유의 미풍양속 중에 벌초(伐草)하는 관습이 있다.


산업사회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요즈음 사람들에게 벌초의식은 어렵고 힘든 일인 것만은 사실이다. 모 언론기관에서 장묘문화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화장에 대한 의견을 조사했는데 연령대별 화장률로 20세 이하 90.3%, 30대 87.5%, 40대 79.1%, 50대 71.1%, 60대 56%, 70대 50.45, 80세 이상 44.4% 등 나이가 많을수록 화장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왜 젊은 세대일수록 화장에 대한 비율이 높은지 이유를 알아보니 생활 연고지로부터 고향까지가 원거리이고, 묘를 만들 땅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확하게 현실을 반영한 답변이라고 할 수 있다. 화장을 하게 되면 벌초(伐草)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세대들에게 벌초를 기대한 다는 것은 나무 위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벌초(伐草)에 대한 개념을 형성시켜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순암 안정복(安鼎福)이"한정진(安正進)의 질문에 답하는 글"에서 3월 상순의 벌초(伐草)는 당(唐)나라 "개원례(開元禮)"에서 비롯되었지만 한식(寒食)에 묘소에 참배하고 추석에 벌초(伐草)하는 것은 중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於禮無見〕"고 말한 것처럼 추석에 하는 벌초(伐草)는 중국에는 없던 우리만의 풍속이다. 우리만의 고유 명절인 추석을 맞이하여 벌초(伐草)하는 것은 자손의 효성의 표시요, 마땅한 도리다.


필자는 어린 시절 설이 되면 가정에서 부모님께 먼저 세배를 드린 후에 아침 식사를 한다. 그리고 곧바로 아버님을 따라 성묘를 다녔다. 조상의 묘가 한곳에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산지사방(山地四方)에 있기 때문에 이른 아침에 출발하면 어둑어둑한 저녁 무렵에야 집에 돌아오곤 했다. 어렸을 때 성묘 다녔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른이 되어서도 설이 되면 성묘 다니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있다. 즉, 설 때의 성묘와 추석 때의 벌초는 우리 민족의 효심(孝心)이 만든 독특한 풍습이라는 개념이 부지불식간에 형성되어 있다.


이처럼 어려서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성묘와 벌초를 하는 습관을 정착시켜 준다면 먼 훗날 어른이 되었을 때 자발적으로 성묘와 벌초(伐草)를 할 수 있다.


벌초(伐草)


흐린 초점/메마른 응시/상실된 균형감각/허우적거린/삶./반세기가 지났어도/귀에 쟁쟁한/할아버님 목소리/󰡒호연아! 인나쳐라/


토란 잎 그늘에서/한낮의 뜨거움 피하시고/삼베 적삼 솔솔바람으로/더위를 견디셨던/할머님/곰방대 담배 끓는 소리/된장찌개 끓는 소리/메케한 니코틴 향내/주름살 계곡 흐르는 땀./압록강 깊은 물줄기/


삶의 의지로/핏발이 퍼렇고/감정 기복은/금강산 만물상/몸소 실천으로 삶의 진면모를 보여주셨고/작대기로 지게 발통 두들기시며 노래 부르셨던 아버님./


마땅히 할 말도 가슴에 묻었으니/젖가슴 타는 것은 당연했던 어머님/막걸리 서너 사발에/장구 걸머지면/한 밤은 거뜬히 지새우셨다./흥으로 세상 시름 살라먹고/생전 호적 입적 못하시고/한(恨)을 가슴으로 부둥켜 앉고/ 한 숨으로 동짓달 긴 밤 지새우셨다./잡초에 묻힌 사연/애초기가 "뚜르르르릉" 이끌어 낸/벌초(伐草).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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