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초등학교(교장 정진권)는 9월25일(목)날 전교생이 모인 운동장에서 학부모님들과 지역 주민 그리고 축하하고 격려해 주시러 오신 내빈들의 박수 속에서 가을 한마당 축제라는 이름으로 운동회를 열었다.
학기초에 정했던 대로 9월23일에 운동회를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어제부터 꾸물꾸물 어두워지는 하늘이 걱정스럽더니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창문을 열어보니 조금씩 비가 내리고 있었다. 창문을 열었다가 닫았다를 반복하다가 선생님께 메시지를 보내“운동회 어떻게 해요?” 하고 여쭈었더니“날씨가 애매하니 수업준비랑 운동회 준비를 모두 갖추고 등교하라.”고 하셨다. 걱정하며 등교하는 내 뒤통수에 대고 엄마께서는“걱정하지 마. 오늘 운동회 할거야. 엄마도 있다가 갈게. 너네 학교는 무슨 날만 잡아 놓으면 비가 오더라. 그런데 행사에는 지장 없도록 금방 그치니까 걱정하지 말고 가.”하셨다.
가을 한마당 축제는 오전 아홉시부터 시작한다고 했는데, 아홉시가 넘어 가자, 하나 둘 부모님들이 오시기 시작했다.
우리는 어제 밤에 내린 비로 운동장 군데군데 고인 물을 쓰레받기로 담아 치워야 했기 때문에 아홉시에 시작하기로 했던 운동회는 열시가 되어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드디어 개회가 선언되고, 지난해에 공동 우승을 하여 우승컵을 받았던 호랑이 편과 사자편의 대표가 나와 우승컵을 반환했다. 국민의례를 마치고 교장선생님께서는 대회사에서, 학생들이 그동안 열심히 운동회 준비를 하느라고 수고했다고 하시며 교실에서 공부하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이런 기회를 통해 마음껏 뛰고 기쁘고 즐거운 하루가 되도록 하며 스포츠맨쉽을 발휘하여 멋진 가을 한마당이 되도록 하자고 말씀 하셨으며 내빈으로 참석하신 서장원 포천시장님께서는 축사를 통해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하나 되는 마음으로 즐거운 운동회가 되도록 하라는 말씀과 함께 학부모님과 지역 주민들께도 옛날 어릴 때 맨발로 운동장을 뛰던 때를 회상하며 그 때로 돌아가 한마음으로 즐거운 하루가 되라고 말씀하셨다.
등교 길에 엄마께서“너 네 학교는 무슨 날만 되면 비가 오더라.” 라고 하신 말씀은 학부모님 대표의 인사 말씀을 통해 이 기유를 알 수 있었다.
“옛날에 용이 되어 승천하려고 하는 이무기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잡아 죽여서 결국 승천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용이 되지 못하여 화가 났는지, 슬픈 것인지, 그때부터 포천초등학교에 운동회 날만 되면 비가 온다.” 는 전설을 말씀해 주셨다.
개회식을 마치고 축제가 시작되었다. 하늘은 계속 울 것 같은 표정이고, 축제는 한 시간이 늦어진 만큼 서둘러 진행되었다.
우리 포천초등학교는 학년별로 체육복 색이 다르다. 보라 노랑 남색 주황 파랑 초록색의 체육복을 입은 학생들이 벤치와 운동장 가에 쳐 놓은 텐트에 색깔별로 나뉘어 자리를 잡고 앉았고 운동장 주변에는 빈틈없이 부모님들의 돗자리로 가득 차 있었다.
비 때문에 레일을 그릴 수 없는데도 학생들은 앞에 보이는 결승 테이프를 향해 온 힘을 다해 달렸다. 달리다 젖은 땅에 넘어지면, 흙투성이가 되어 지켜보는 사람들이“아이고 저를 어째.” 하시며 걱정했지만 벌떡 일어나 다시 온 힘을 다해 뛰는 친구들을 보며‘그래, 저 정신을 가진 이들이 바로 우리들이고 우리나라이고 우리나라의 미래다.’하는 생각을 했다.
학년별 달리기를 하는 데는 얼마나 서둘렀는지, 여섯 명씩 나누어 준비 땅 하고 먼저 출발한 사람들이 20~30m쯤 가면 또 준비 땅 하는 바람에, 먼저 달린 4, 5, 6등과 다음에 달린 1, 2, 3등이 섞여서 4, 5, 6등의 손등에 1, 2, 3등 도장을 찍어 준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졌다.
포천초등학교에 상냥하고 목소리 작고 곱기로 유명한 강미영 선생님께서는 결승선에서 1, 2, 3등을 가리는 일을 맡으셨는데 오늘만큼은 강미영 선생님도 힘껏 달리는 어린이 들 만큼이나 힘있게 1등 2등 3등을 외치셔서 텐트에 앉아있는 내 귀에까지 소리가 들려왔다.
‘달리기 선수들이 정신없이 밀려오니, 혹시 온힘을 다해 달린 학생들의 등수가 바뀌게 될까봐 선생님께서 많이 긴장하셨나 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점심시간까지도 기다려 주지 못하고 하늘에서는 또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서둘러 운동회를 중단하고 조금 이른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비가 오는 탓에 부모님께서 깔아 놓으신 운동장의 자리에서 점심식사를 하지 못하고 학교 안의 복도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옆에 버너에 부대찌개까지 끓여서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가 모두 오셔서 함께 식사를 하는 모습은 나도 그 속에 들고 싶을 만큼 부럽고 보기 좋았다.
점심시간이 끝났는데도 하늘에서는 비가 계속 오락가락했다. 그래도 큰비는 아니어서 그냥 비를 맞으며 진행했는데, 어떤 할머니께서는 단체 무용을 하기 위해 비를 맞으며 입장하는 자리에 서 있는 손자를 보고 “아이구 감기 걸리면 어떻게 해. 아이구 왜 저렇게 세워놓는데.”하시며 안타까워하셨다. 신나게 달리고 움직이는 우리들의 몸 속에서는 따뜻한 열기가 피어오르는데 어른들은 그것을 모르시는 것 같다.
축제에서 보여준 1학년의 꼭두각시 무용은 귀엽고 깜찍했고,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진 6학년의 어기여차 디여차 부채춤은 많은 사람들의 박수와 칭찬을 받았다.
그동안 땡볕에서 얼굴이 빨개지도록 연습했던 5학년들의 파자마 파티도 “아이 귀여워.”하시는 부모님들의 칭찬을 들었다. 응원 오셨던 할아버지 할머니도 빗속 운동회에 함께 참여하시어 낚시 놀이를 즐기셨는데 낚시 대로 막걸리나 반찬통 등을 건져 올리시며 즐거워 하셨다.
스승의 은혜와 부모님의 은혜가 같다고 했는데, 오늘 선생님과 부모님들의 달리기 계주 한마당도 펼쳐졌다. 누구를 응원할까? 하다가, 비 오는 운동회 날 혹시 학생들이 비를 맞을까 우리들은 텐트에 꼭꼭 숨기시고 선생님들은 운동장에서 내리는 비를 모두 맞고 계셔서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에 선생님 편을 힘껏 응원했다. 그러나 나의 힘찬 응원에도 불구하고 선생님 편이 한 발 뒤쳐지고 말았다. 아마도 운동회 준비를 하시느라고 지치셨나 보다.
학생들의 계주는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나누어 했는데 마지막에 고학년들의 계주가 시작되자 뒤에 계시던 학부모님께서
“운동회는 계주가 꽃이지.”라고 하셨다. 우리들은 마지막 힘을 다해 “호랑이 이겨라. 사자 이겨라.” 목소리를 높여 응원했는데 결국 나와 다른 사자 편이 이기고 말았다. 사자편의 어느 학부모님께서는 사자편이 많이 앞서가자 “호랑이 이겨라 호랑이 잘해라.” 하고 외치셔서“사자 편 어머니 아니세요?” 하고 여쭈었더니 “맞아, 그래도 계주는 앞섰다가 뒤졌다가 또 앞섰다가 뒤졌다가 해야 재미있어.”하셨다. 오늘 가을 한마당 축제에서는 아쉽게도 호랑이 편이 져서 사자 편에게 우승컵이 돌아갔다.
운동회를 하는 동안 계속 단상에서 지켜보시던 교장선생님께서는 폐회사를 통해, 어제 밤에 비가 내려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는데, 오히려 이런 날씨가 운동하기에는 더 좋았다고 하시며 무사히 운동회를 마쳐서 기쁘고 궂은 날씨에도 적극 참여한 포천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자랑스럽다고 말씀하셨다.
오늘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에서도 학생들과 선생님과 부모님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하나가 되어 즐긴 가을 한마당 대 축제는 오래오래 추억으로 기억되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난 내년의 비 안 내리는 맑은 가을 한마당을 기대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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