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의 황금연휴가 지난 5월의 둘째 화요일, 포천신문 주부명예기자단의 춘계 수련회 날이다. 공장과 가정 그리고 아들의 유치원을 오가며 지내다가 주부들만의 야유회를 가게 되어 내심 설레임과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신랑에게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아침 일찍 눈을 뜨니 하늘이 시샘을 하는지 날씨가 잔뜩 찌푸리고 가랑비를 흩뿌리고 있었다. 하지만 벼르고 별러 정한 오늘을 날씨 때문에 포기할 주부는 아무도 없으리라. 모두가 새벽부터 준비를 하고 대진대학교 정문에 모여 출발에 대한 설레임과 해방감으로 생기가 넘쳐흘렀다. 오늘을 위해 많은 분들이 선물과 먹거리를 준비해 주신 덕분에 맨 앞에 승차석 4칸은 물건에게 양보해야했고 아래층 짐칸까지 열어야 했다. 주부명예기자단에 대한 주변 분들의 애착과 단장님이 얼마나 많은 발품을 파셨을까를 새삼 헤아리게 된다. 드디어 산들 관광버스가 대진 대학교를 빠져나와 포천 송우리를 지나 서해안의 석모도를 목표로 힘찬 질주를 시작하였다. 아! 드디어 해방이다. 3시간 가량의 버스여행 중에 편집국장님의 지도아래 주부명예기자들의 5분 스피치가 시작되었다. 달리는 차안에서 노래가 아닌 각자의 삶 속에서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라고 하니 모두의 삶이 단편소설처럼 펼쳐진다. 각자의 삶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고 공감하는 중에 어떤 분의 이야기는 눈시울을 적시게도 하였고 어떤 분의 이야기는 참 멋지고 열정적으로 세상을 사시는구나 하면서 내심 부럽기도 했다. 어떤 사람이든 살아온 삶은 어느 누군가에게는 감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주옥같은 주부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동안 모두의 순서가 다 끝나기도 전에 석모도로 향하는 큰 배 앞에 도착했다. 거대한 배가 우리들의 차를 삼키고 석모도를 향해 바다 위를 달렸다.“바다 속에 커다란 배가 있고 그 속에 많은 차들이 있고 그 차안에 내가 있고... 내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주를 넣을 수도 대자연속의 티끌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잠시 잠겨보기도 했다. 물길을 달려 섬에 도착해보니 주변은 우리들을 기다린 듯한 여러 곳의 횟집과 할머니들의 좌판이 있었다. 비가 내리는 관계로 낙가산 횟집에서 자리를 빌려 단장님과 여러 단원 분들이 준비해 오신 음식으로 점심 만찬을 즐겼다. 곁들인 원회순님의 포도주는 음식 맛과 여행지에서의 흥을 살리는데 한 몫을 한다. "위하여!" 라는 목소리가 우리들을 한마음으로 만들었고 점심식사가 끝나자 완만한 경사의 보문사 산행이 이어졌다. 차를 타고 편안히 경치 감상을 하는 것도 좋지만 만찬에 이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보문사로 향하는 발걸음에 허물없는 대화가 오가니 그것 또한 여행의 즐거움이리라. 남편 흉도 보고 자식자랑도 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오르다보니 가파른 호흡과 땀방울이 온몸에 맺힌다.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결과였다. 비가 내려서인지 보문사의 분위기는 사뭇 엄숙했고 수많은 연등이 염화시중의 미소로 우리들을 반겼다. 큰 바위 속을 파서 암자를 만들어 놓았는데 그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가히 사람의 기술력과 부처님의 불심이 큰 우주를 형성해 놓은 듯했다. 그 곳에서 조용히 삼배를 드렸다. "잠시 이 세상에 왔으니 부처님의 뜻에 따라 살다 갈 수 있게 해 주소서."라고... 암자에서 나와 보문사를 돌아보니 왕복20분 거리에 눈썹바위라는 명소가 있다고 한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힘들더라도 가봐야 후회하지 않겠지, 하며 무거운 살들을 이끌고 계단을 오른다. 세월 속에 남은 것은 복부비만과 늘어지는 근육이니 털어 내지 못하는 나약함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 힘겹게 올라 눈썹바위 앞에 서서 석모도의 절경을 바라보노라니 힘겨웠던 한숨이 한순간에 날아간다. 가파른 산아래 잔잔히 피어있는 꽃과 나무들 그리고 바위, 시원스레 펼쳐지는 서해바다의 잔잔한 물결, 군데군데 만들어 놓은 듯한 나무가 있는 정원 같은 쉼터. 눈썹바위에 서서 나는 아래 펼쳐진 모든 절경의 주인인양 가슴이 벅차 올랐다. 역시 절경이었다. 그 감동을 간직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하산을 시작했다. 일정에 의해 다시 버스를 달려 인천의 어시장에 도착했다. 내리는 빗속에서 빼곡히 들어찬 생선과 횟감들. 큰놈, 작은놈, 말린놈, 절인놈, 양념된놈, 아직 살아 있는 놈 등 형형색색 눈부시게 가득 차 있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동네마트에 비하면 가격이 저렴하고 무엇보다도 싱싱하다는 점에 모두들 지갑을 열었다. 역시 주부다운 탁월한 선택이다. 그 곳에서 회를 떠서 저녁식사를 하고 소주로 다시 한번 우리 모두를 "위하여!" 하고 소리쳐본다. 저녁 6시 이제는 보금자리로 돌아가야 할 시간, 마법에 의해 왕자님을 만나 춤을 추다가 12시가 되어 돌아가야만 하는 운명의 신데렐라처럼 내리는 빗물이 차창에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노래방 기계의 도움으로 춤과 노래가 어우러지니 돌아가는 시간은 짧기만 하다. 하루 여정으로 다녀온 여행길이었지만 많은 절경과 감동을 담고 돌아오는 발걸음에 웬지 1등 성적표를 받아들고 집에 돌아가 자랑하고픈 학생의 마음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소중한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주선해주신 포천신문사 가족 모든 분들과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신랑과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해야겠다. 그리고 또 다른 다음 여행을 위해 집으로 돌아가 아내로써 엄마로써 그리고 며느리로써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욕심을 가져본다.
융경자 주부명예기자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05월 20일